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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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63>
  • 한지윤
  • 승인 2017.06.1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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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한참 달빛을 바라보며 사념에 젖어 있다가 소영은 자리에 가 다시 누웠다. 그리고 한 동안 다시 뒤척이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소영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아침 해는 벌써 장짓문 가득 비치고 있었다. 밝은 빛을 가리기 위해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잠이 든 소영은 늦잠에 빠지고 말았다.
소영이 눈을 뜨자마자 옆 자리를 보니 옆의 두 이부자리는 모두 비어 있었다. 이부자리가 가지런히 개켜져 있는 것을 보자 어제 저녁에 생각했던 것도, 귀신도 꿈도 모두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소영은 서둘러서 머리를 가지런히 빗고는 옷을 갈아입고 주인아주머니를 찾았다.
“어제 손님은?”
소영의 목소리는 그녀답지 않게 허둥대고 있었다.
“조금 전에 출발했습니다만 혹시 뭐가 없어졌습니까?”
주인아주머니는 소영이가 뭔가를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소영은 밖으로 뛰어 나갔다. 빨리 뒤쫓아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늦잠을 잔 것은 아무래도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영은 왜 지금 자신의 마음이 이렇게 허둥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침 안개를 뚫고 산정의 전망대 가까이까지  올라갔을 때, 소영은 주위의 경치를 보며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는 뛰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 그들 두 사람 곁으로 다가갔다.
“잘 주무셨어요?”
소영이가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일어나셨군요. 깨우기가 안 돼서 조용히 떠나 왔습니다.”
영훈이가 말했다.
“보세요, 저기 저 넘어 검게 보이는 고개를요.”
영훈이가 가리키는 저편으로 검고 오목하게 들어간 모양을 하고 있는 고개가 보였다. 아침의 태양은 그 뒤에 있었다. 그 앞으로 안개가 끝없이 펄쳐져 희고 부드러운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삽화·신명환 작가


화인이는 심심해서 그런지 근처의 여기저기에 돋아나 있는 고산 식물을 꺾고 있었다.
“동생은 잠을 잤나요?”
소영은 일부러 모르는 척 틀리게 말했다.
“동생이 아닙니다. 저의 집은 절이지만 화인이는 우리절의 신도의 집에서 양육하고 있는 고아입니다.”
“그래요?”
소영이는 그 순간 눈이 부셔서 실눈을 가늘게 뜨고 안개 위로 시선을 돌렸다.
“저 혼자의 부질없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화인이를 아내로 삼기 위해 잘 기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저는 어머니가 없습니다. 어찌보면 둘 다 고독에는 익숙해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니까 서로가 더 의지해 가면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화인에게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저만치서 그녀는 아침 이슬에 젖은 작은 꽃을 두세 개 여윈 손으로 쥐고 있었다.
“화인이는 아직 어립니다. 저하고는 말 상대가 안 되죠. 어제는 소영씨를 만난 덕분에 퍽 즐거웠습니다.”
“그래요?”
“그럼, 저희들은 이만 내려가겠습니다. 일찍 서울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그러세요? 그럼…… 안녕!”
소영은 선뜻 작별 인사를 했다. 그녀의 심정은 그 이상의 말을 허용하지 않았다.
“안녕히 계십시오.”
임영훈이라는 남자와 앞으로 그의 아내가 될지도 모를 어린 화인이 두 사람은 아침 안개가 깔린 숲 속 길로 멀어져 갔다. 영훈은 두어 번 뒤돌아보며 소영이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어느 새 숲에 가려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되자 소영은 중얼거렸다.
“뭐야, 저 자식! 저것 변태 아냐? 저런 어린애하고 상대하다니, 앞으로 고생 꽤나 하겠는데……”
<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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