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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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67>
  • 한지윤
  • 승인 2017.07.07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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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소영이가 말했다.
“그래요? 하긴 규진씨는 요새 그림을 그리지 않고 계시긴 하지만……”
부인이 변명하듯이 말했다. 얼마 후 부인은 회진 시간이 되었다면서 돌아갔다.
소영과 연숙은 12시 무렵에 그의 집에서 호텔로 전화를 걸기로 했다.
부인이 사라지자 강규진은 점차 해가 높이 떠오르면 햇볕이 따가와 모자를 쓰고 있지 않은 채 바깥에 있으면 몸에 좋지 않다고 하며 그들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집 안은 청소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일반 집과 마찬가지로 가구가 있고 카페트가 깔려 있었지만 이미 많이 낡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 사나이는 자기 혼자의 개성적인 생활 속에서 조용히 만족을 누리며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이내 알 수 있었다.
소영이가 거실을 둘러보았을 때,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띈 것은 벽난로 위에 놓여 있는 한 장의 귀여운 여자아이의 사진이었다.
“귀엽군요, 저 사진의 여자아이가……”
소영이 규진에게 말했다. 문득 소영은 그의 사생활이 흥미롭게 여겨졌다.
“누구의 아이죠?”
“제 딸입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선뜻 대답했다.
“여섯 살쯤 되죠. 제 어머니한테서 요즘 발레를 배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는 마치 타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함께 살고 있지 않나요?”
“아내와는 이혼했지요. 이 아이를 내가 데리고 와 기르려고 했지만, 딸에게는 어머니가 더 필요한 것 같아서……”
그는 우울한 듯 말하면서 베란다 쪽으로 자리 잡고 있는 방문을 열었다 그 방은 그 어린 딸의 침상이었다. 자그마한 침대에는 핑크색 침대 커버가 씌워져 있어 어지러운 다른 방에 비하면 거기만은 어떤 신성한 장소라도 되는 것처럼 잘 정돈되어 있었다. 창문에는 레이스가 달린 커튼이 걸려 있었고 많은 인형의 트렁크, 오르간, 그리고 방금 그 부인에게 내다 주었던 모포가 침대위에 놓여 있었다.
“때때로 그 애가 여기에 옵니다. 그래서 늘 방을 깨끗이 준비해 놓고 있죠.”
“부인하고는 왜 헤어졌어요?”
소영이가 스스럼없이 묻자 연숙은 소영이의 팔을 잡아끌면서 말했다.
“얘는 참 뻔뻔스럽게도…… 그런 것을 함부로 묻는 게 아니야.”
“말해 주세요.”

 

삽화·신명환 작가


소영은 연숙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너나 나나 앞으로 결혼할 거 아니겠니? 미리 공부해 둘 필요가 있잖니.”
“앉으세요!”
그는 그녀들에게 앉기를 권했다. 그리고 그는 음료수를 꺼내 그녀들에게 권하고 자기도 글라스에 따른 다음, 잠시 침묵 속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제 얘기가 듣고 싶습니까?”
“네.”
“이혼한 아내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아내에 대해 헐뜯는 소리를 하기가 쉽겠지요. 그런 점을 조심하면서 말하겠지만, 절반쯤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 들으면 될 겁니다.
내 아내는 재능과 생활력이 있는 여자입니다. 아내는 본래 배우인 L씨의 부인이었습니다. 정부인은 아니었지만 기인으로 알려진 L씨가 죽을 때까지 그의 내조를 해온 여자입니다.“
L씨는 매혹적이며, 박력이 있는 연기를 갖춘 극단 출신의 명배우였다. 영화배우가 된 후에도 그의 인기는 정상의 스타가 되었지만 사생활이 엉망이었다. 그에게는 그의 아내라고 자처하고 있는 여자가 여러명이나 있었는데 그 여자들의 열렬한 사랑의 보호가 있었기 때문에 엉망진창의 생활을 그나마 제대로 해 나갈 수 있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 여자들 중에는 여배우도 있었고 신흥종교의 간부도 있었으며 마담 출신도 있었는데 훗날 화가인 이 사나이의 부인이 된 여인은 그들 중에서도 가장 총애를 받고 있던 여자였다.
L씨는 무절제한 생활 속에서, 죽고 싶다는 기분이 되면 그녀에게 찾아와서 술을 마시곤 했다. 그가 최후에 정사의 상대로 그녀를 택해 강제로 자살을 기도했을 때 그녀는 그의 자살을 말렸으나 그는 끝내 그녀의 무릎에 안겨 죽었고 그녀도 역시 실신하고 말았던 것이다.
<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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