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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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68>
  • 한지윤
  • 승인 2017.07.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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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그녀의 이름은 그 때부터 일약 유명해졌다. 강규진씨는 그러한 경위를 잘 알면서 그녀를 소개 받았는데, 처음 얼굴을 대했을 때 그녀에게 과연 L씨가 동반 자살할 만큼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

그녀는 그에게 접근해 왔다. 그도 역시 그녀의 접근을 피하지 않았다. 마침내 두 사람은 결혼해서 강남의 아파트를 구입해 살림을 시작했다. 그녀는 죽은 L씨와 결혼도 하지 않았고 혼인신고도 물론 하지 않았으므로 법률상으론 그 사나이와 초혼이 되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생활은 표면상으로는 금술이 좋아 활기가 있었다.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강규진씨의 희망과는 반대로 여자 아이였지만 그는 여자 아이가 지니고 있는 귀여움에 금새 정이 들어 왜 사내아이를 원했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

얼마 후 그는 그녀가 뿌리 깊은 유명병 환자이고 자기와 결혼한 것도 L씨가 죽은 후의 새로운 애정 행각의 투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여인은 강규진이 그린 그림을 파는 데는 보통 수완이 아니었다. 거기에 재미 붙인 그녀는 강규진에게 그림 그리기를 무리하게 강요했다. 그 무렵의 규진은 자기가 그림을 남발하고 있으며 그러한 강요를 당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규진은 고통스러운 갈등에 빠졌다. 마침내 딸과의 별거를 무릅쓰고 서까지 이혼을 결심한 것은 무분별한 자기의 부인이 데생까지도 허락 없이 마구 팔아 대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화가 났다.
 

삽화·신명환 작가

그리고 그는 그 후부터 그림 그리기를 일체 포기하고 말았다. 그녀의 입장에서 본다면 명성도 떨어지고 돈벌이도 못하는 강규진이라는 사람은 쓸모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1년이 지났을 때 그녀는 L씨의 미망인이라는 옛날의 이름을 이용해서 일류 바의 마담이 되어 있었다. 떠나버린 아내가 어떤 일을 하든 딸과 별거하지 않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강규진에게는 아무 관심사도 되지 않았다.

강규진이라는 남자의 그림이 잘 팔리는 것으로서 그녀는 그 명성으로 생활하는 그런 여자였던 것이다. 이제 그와 이혼을 하고나서 그녀는 L씨와 정사때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L씨 시체를 무릎에 끌어안은 일이 있는 여자라는 것을 그녀의 유명 간판으로 내걸고 남자들의 흥미를 끌며 유혹을 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강규진씨는 그런 그녀의 인생이 오히려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헤어진 아내만큼 생활력이 강하지는 못했다. 그는 부친이 사망하자 얼마 후 이곳으로 이사해 버렸다. 그리고 얼마 남은 유산과 전문학교에서 미술선생의 교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에는 큰 불편이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여름방학에는 딸이 이 곳에 와서 한 달 동안 같이 놀았고, 노래를 함께 부르며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외부와의 교제가 거의 단절된 상태였고 매일 소나무 숲에서 산책하고 있는 요양소의 부인과 알게 되어 이따금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정원에서 차를 마시곤 하며 지내고 있는 정도였다.

“나의 부인은 돈벌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내게 대하여 좋지 않게 얘기하고 있지요. 부부란 때로는 극한 상태로 가면 지독한 존재가 되어 버리죠. 그건 그렇다 치고 무엇보다 걱정되는 일은 아내가 딸에게 노래나 춤을 가르쳐 연예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 전 딸에게 양육비를 매달 꼬박꼬박 보내 주고 있지요. 딸을 어릴 때부터 연예인으로 만들어 돈벌이를 시킨다거나 자기 명예를 누리려 한다는 것은 내게 괴로운 겁니다. 그래서 딸을 다시 데리고 오려고 하는데……

그때 갑자기 생각이 난 것처럼 그는 시계를 보며 말했다.

“호텔로 전화를 걸어 보시죠, 벌써 11시 반이니 지금 깨어났을지도 모르니까……”

소영은 전화를 걸었다. 억지로 잠에서 깨어난 듯 전화를 받는 남자는 언짢아했다.
<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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