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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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69>
  • 한지윤
  • 승인 2017.07.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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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악세레다를 갑자기 급히 밟으니까 안 되는 거야. 후진으로 기어를 바꾸고 엔진이 거의 꺼질 정도로 살며시 악세레다를 밟으면 웬만한 정도면 잘 빠져 나올 수 있어. 그런 것 운전교습소에서 배워 두지 않았어? 어유, 졸려!”

“미안해, 하지만 놀러가자고 불러내고서 우릴 이렇게 내버려 둔 너희도 지독히 머저리들이야!”

소영은 수화기에 대고 역습해 주었다.

강규진씨는 더 이상 그의 사연을 말해 주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연숙은,

“아, 실망했어. 그 남자에게 그런 구질구질한 사연이 있다니…… 혹시 그가 독신주의자이고 지금까지 결혼한 경험이 없다면 뭔가 멋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라고 말했지만 그녀들은 강규진씨의 인격도 그의 말도 그다지 신용한 것은 아니었다.

그로부터 1개월 후 S잡지 출판사에 근무하고 있는 소영의 고등학교 동창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남자의 매력, 여자의 매력>이라는 좌담회에 여자측의 참석자로 나와 주지 않겠는가, 라는 청탁이 들어왔다.

“왜 내게 부탁하지?”

“회사에서 여기저기 알아 봤지만 너만큼 남성 연구에 통달한 여자를 다른 데서 찾아낼 수 없을 것 같아서 내가 추천했지 뭐.”

“그래? 영광인데, 참석해도 좋겠지만 나보다도 더 남성 연구에 조예가 깊은 사람을 데리고 가면 안 될까?”

“있어? 그런 여자가? 사실은 그런 여자를 찾고 있던 중이야.”

그래서 결국 연숙이도 같이 가게 됐고, 두 사람은 지정된 저녁 시간에 강남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룸으로 안내되자 거기에는 이미 두 사람의 청년이 와 있었다. 남성측의 발언자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에 띈 것은 화려한 의상을 입은 뚱뚱한 여자가 다이아몬드의 반지를 번쩍거리면서 앉아 있는 것이었다.

“이 분이 오늘의 사회자 이 미란씨 입니다. 저 유명한 L씨의 미망인이시죠.”
 

삽화·신명환 작가

잡지사의 젊은 사나이가 그녀들에게 소개했다. 소영과 연숙은 동시에 앗 하고 소리 지르며 놀랄 뻔했지만 얼른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며 마주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미란 입니다.“

이 여자가 강규진씨가 말한 바로 그 사람인가, 하고 놀라고 있는 그녀들의 심증을 알 턱이 없는 마담은 여유 있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그녀는 지방질 덩어리였다. 배도 엉덩이도 뚱뚱하게 튀어나와 있었지만 그나마 그녀의 주름살을 펴주는 아이롱 역할을 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자신의 몸매는 아직 젊었으며 육체적 매력도 넘쳐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여자들이 보기에는 그녀는 대단한 미인이었다.

“이미란 여사께선 남성문제의 좌담회에 많이 참석도 하셨겠고, 우선 한 마디 해 주시죠,”

머저리인지 순진한지 잘 알 수 없어 보이는 기자가 이미란에게 물었다.

“전 말이죠, 남자로 인해 온갖 수난도 겪어 왔고 또 한편으로는 남자의 훌륭한 면도 봤지요. 하지만 남자가 없다면 이 세상은 정말 시시해지는 거죠. 여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면, 남자는 일종의 구세주 같기도 한 존재랄까……”

연숙이가 소영의 발을 살짝 밟았다. 청년들은 모두 미소를 띄우고 있었고 이렇게 시작된 좌담회는 어딘가 김빠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

어떤 타입의 영화배우가 좋은가, 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좌담회의 기자가 했다.

“예를 든다면 톰크루즈 라면……”

소영이 <톰크루즈 라면……>하고 말한 다음 그런 타입은 싫은 남자라고 말을 계속하려는데 이미란이 말을 가로챘다.

“아, 나하고 소영씨하고는 타입이 비슷하군요. 그런 남자가 바로 여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죠. 그 맑고 슬픔이 가득 찬 눈동자, 정말 꼭 껴안아 주고 싶을 정도죠,”

“당신에게 포옹 당하면 톰크루즈 같은 예민한 사람은 틀림없이 기절할 거예요.”
<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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