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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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1>
  • 한지윤
  • 승인 2017.08.06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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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 아래 설문에 0표를 해 주십시오.
1. 찬성
2. 반대(그 이유)
  a. 서로의 성격이 맞지 않는다.
  b.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으므로 행복해 질 수 없다.
  c. 시기가 이르다.
  d. 기타(이유를 써 주십시오)

설문자  *조성민
                 *김미숙

“누구야? 이 머저리들은 ……”
소영은 엽서를 내던지면서 물었다.
“좀 아는 사람이지.”
“2번 반대난에 무조건 0표를 세 번이나 겹쳐 동그라미를 쳐 보내는 게 좋겠어.”
“그럴까?”
“물론이지. 이런 우유부단한 남자는 결혼할 자격이 도무지 없어.”
소영은 다시 엽서를 집어 들고 회신용 쪽으로 뒤집어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머! 이 남자 우리 이웃집에 살고 있어. 옆집에 살고 있어.”
“그래? 그럼, 그 남자의 얼굴 알고 있겠네.”
“전혀 몰라,”
“저런! 온상에서만 자랐니……? 서로 옆집에 살며 모르고 지내다니 말도 안 돼.”
“웃기지 말아 얘.”
소영은 얼굴을 정색했다.
“이웃집이라고는 했지만 건물이 서로 등을 마주대고 있는 집이야. 대문에서 대문까지의 거리가 50여미터 이상이나 돼.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잖니? 좀 괜찮다는 집 아들이나 딸들은 이웃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상대하고 싶은 생각이 없게 마련이야.”
소영은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소영의 집과 조성민의 집은 정거장으로 나가는 길이 서로 전혀 다르게 위치하고 있었다. 다만 울타리 하나만 제외하고는.
 

삽화·신명환 작가.


“도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이 어떤 일이야?”
“연상의 여인이야, 그 여자가.”
“그래?”
“게다가 또 있어.”
“뭔데?”
“그 여자는 술집에서 일한 적이 있어.”
“그게 어떻다는 거야?”
“사실 그 여자의 태도는 훌륭한 편이야. 남자는 여자의 과거를 숨기려고 하는데 비해 여자 쪽에서는 부모에게 사실 대로 말해 달라는 거야. 이렇게 말한다는 거야. ‘있는 그대로의 저를 사랑해 주세요.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보든, 저는 깨끗한 마음으로 비록 술집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월급장이처럼 근무하고 있는 거예요.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기는 싫은 거예요’ 라고 선언했다는 거지. 그런데 남자가 문제야. 무능한데다가 재수를 했고 또 대학에서 1년을 낙제를 했고 그런 까닭에 결혼한다고 하더라도 여자가 술집에 나가 계속 돈벌이를 하든지 아니면 부모에게서 생활비를 받아 생활해야 하거든.”
“응, 알만 하겠다.”
“뭘 알겠다는 거지?”
“그야 뻔하지, 그 남자는 이 앙케이트를 이용하고 있는 거야. 다시 말해 결혼에 대한 찬성표를 많이 얻으면 부모에게 그것을 보여서 설득도 시키고 그러므로 생활비도 얻어 내려는 거겠지.”
“글쎄…… 설마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을까?”
“오히려 난 지금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싶은 기분이야. 뭐가 민주적이야! 엉터리 수작이지.”
소영은 남의 일임에도 자기 일인 듯 화를 내고 있었다.
“나도 그 남자의 근성이 마음에 드는 것 같지 않아 반대 의사야.”
희진이가 말했다. 그녀는 서둘러 만년필 뚜껑을 열어 소영에게 암시라도 받은 사람처럼 반대난에 커다랗게 세 번 겹쳐서 0표를 쳤다.
그 앙케이트 사건은 그 날 저녁에도 조그맣게 일어났다. 소영이가 집으로 귀가한 시간은 저녁식사 시간에 알맞게 맞추어 돌아왔는데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출타 중이시고 동생은 언제 들어올지 몰라 소영은 어머니와 단둘이 식탁에 마주 앉았다.
<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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