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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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4>
  • 한지윤
  • 승인 2017.08.2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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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헐렁헐렁하고 구겨진 양복을 걸친 중년 남자, 가슴팍이 보일 정도로 몸에 맞지 않는, 그래서 더욱 촌스러운 원피스를 입은 여자, 맨발에 때가 잔뜩 묻은 샌달을 신은 여자, 얼굴은 천편일률적으로 거무 틱틱하고 머리카락은 제대로 가꾸어지지 않은 사람들, 결코 도시라고 하는 거대한 집단 속에는 끼일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버스의 운전수 또한 그렇다. 깡마른 몸에 빨간 모슬린 같은 천으로 만든 깔개를 귀중한 물건인양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아서 이빨이 몇 개 빠진 입을 헤벌리고 웃는 그런 남자였다. 그런데 그런 무리 중에서 보기에 제법 남자답게 생긴 사나이가 있기는 한데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최근 유행되고 있는 스타일의 블루진 셔츠를 입고 있었다.
서울의 번화가라면 흔한 스타일이지만 이런 시골에서는 굉장히 세련된 차림이었다.
소영이가 실망한 기분으로 따분하게 앉아 있을 때, 버스는 어느 이름 모를 정류장에 잠시 머물렀고, 차장에게 밀어 올려 지듯 하며 두 사나이가 버스에 올라탔다. 두 사나이는 모두 흰 셔츠에 흰 바지를 입고 여행용 작은 백을 들고 있었다.
영화로 말한다면 먼저 올라 탄 사나이는 단역이나 할 정도의 얼굴이었다. 기름기가 없는 머리는 깨끗했지만 어딘가 딱딱한 인상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뒤따라 오른 남자를 보고 소영은 다소 그에게 끌리는 기분을 느끼는 것을 스스로 발견했다. 그는 도시의 남자들 가운데 갖고 있음직한 우울하고 다소 나태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연이라기보다 마침 우울해 보이는 듯한 사나이가 소영의 옆 좌석에 앉는 순간, 정차했던 버스가 발차했으므로 중심을 잃은 채 그는 소영의 어깨에 몸을 부딪치며 앉았다.
“아, 실례했습니다!”
하고 그가 사과를 한 것을 계기로 소영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모슬포 해안이요”
“저희들도 마침 그 곳으로 가는 중입니다.”
그들은 계속 소영에게 말을 걸어왔다.
“모텔은 정하셨어요?”
“아뇨.”
“아가씨 혼잡니까?”
“네. 전 자주 혼자 여행을 즐기는 편이죠. 그리고 모텔 같은 것도 그때 마음에 드는 곳이 눈에 띄면 투숙하곤 하죠. 정 잘 곳이 마땅하지 않을 때는 경찰에 부탁을 하기도 하고……”
“좋으시다면 저희들과 같은 곳에서 묵지 않으시렵니까? 이 친구는 학교 동급생인데 이 녀석 집이 바로 모텔을 하고 있거든요.”
 

삽화·신명환 작가


어린 자식이 한 둘 있을 듯한, 아버지처럼 점잖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나이의 집은 모슬포 해안에서 단 두 집밖에 없는 모텔 중 하나였다. 그 모텔은 의외로 깨끗하고 아담했다. 그 아버지는 친구와 버스에서 만났다고 사실대로 소개한 소영이를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친구라는 사나이는 조성민이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모슬포 해안은 절벽이 거친 해안선으로 뻗어 있었다. 만조가 되면 파도 사이를 뚫고 뛰어 가지 않으면 건너지 못한다는 바위로 된 다리가 있기도 해서 유명한 곳이라는 것을 소영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실지로 와보니 듣기 보다는 훨씬 쓸쓸하고 무서운 느낌을 주는 해안이었다.
때마침 날씨가 기울어지고 있었다. 하늘에는 먹장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를 뿌리며 번개를 동반한 호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레가 치고 나간 뒤를 이어 번개의 섬광이 번뜩일 때마다 모텔창문을 통해서 바라보이는 바위들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끝없이 허공을 향해 솟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얼마 후 전기불도 나가고 말았다.
그 때 모텔 앞길에 한 대의 낡아 빠진 트럭이 엔진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지나가다 갑자기 엔진이 꺼지며 정차했다. 잠시 후 빗속으로 뛰어나오는 운전사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좀 도와주세요, 아저씨!”
“왜 그래?”
“오래된 트럭이라 낡아 장거리 운전을 하면 엔진의 시동이 꺼져 탈입니다. 좀 밀어 주세요.”
“밀어 주면 되는 거야?”
<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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