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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고암 이응노를 만나다
  • 김덕배<홍성군의회 의장>
  • 승인 2017.09.2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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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배 의장이 프랑스에서 이응노 화백의 미망인 박인경 여사를 반갑게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4박6일 일정으로 김석환 군수님과 함께 고암 이응노 화백의 미망인 박인경 여사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지난 3월 홍성군의회 방문 당시 협의했던 ‘고암 이응노 화백 부부전시회’ 개최 여부를 확정하고 고암 묘소의 홍성 이전 문제를 논의하고 프랑스에서 열리는 고암의 개인전 참관을 위한 것이었다.

프랑스 도착 후 첫 일정으로 우리 일행은 파리 페르 라세즈 공동묘지를 방문해 이응노 화백의 묘소를 참배했다. 지난 3월 방문했을 때는 묘비의 이름이 많이 바래서 찾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었다. 이같은 사정을 그때 박인경 여사와 아들 이융세 씨에게 말했었는데 이번에 갔더니 제자들과 함께 고암의 이름을 선명하게 다시 새겨놓아 묘비를 찾기가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여전히 묘소 주변은 관리가 전혀 안돼 풀들이 많이 자라 있었고, 지저분한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하루빨리 고암의 묘소를 홍성으로 이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우리 일행은 이응노 화백의 개인전(군중을 그리는 화가)이 열리고 있는 세르누쉬 파리시립 동양미술관을 방문했다. 이곳 미술관에서는 이응노 화백의 그림 100여점이 소장돼 있었다. 우리는 세르누쉬 미술관 관장의 안내로 미술관에 전시된 이응노 화백의 작품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또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50여명의 관람객이 꾸준히 방문하는 모습에 프랑스에서 이응노 화백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는 예술인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음 날 우리는 박인경 여사를 만나기 위해 자택을 방문했다. 지난 번 방문 때에도 손수 문 앞까지 나와 우리를 반겨 주셨던 박인경 여사는 이번에도 마치 명절에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처럼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박인경 여사는 92세라는 연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하셨으며, 6개월 전에 만났던 나를 잊지 않고 친아들처럼 너무나 반겨 주셨다. 나 또한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각나서 더욱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반가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는 본격적으로 부부 전시회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먼저 부부 전시회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내년 9월경으로 확정했고, 더불어 이번 전시회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독특하고 색다른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양측이 뜻을 같이 했다. 또한 전시회의 주제와 구성, 방법 등은 홍성군이 먼저 초안을 잡고 그 이후 박인경 여사와 세부적인 전시계획을 협의하는 방식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이를 위해 올 10월말 박인경 여사가 직접 홍성을 방문해 고암의 선양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생가에서 숙박할 예정이다.

묘소 이전 문제 역시 홍성에 있는 이응노 생가 주변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정중히 요청했다. 이에 박 여사는 고암에 대한 우리의 진실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고향인 홍성으로 이전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으나 아직도 고암의 묘소에 제자들과 예술인의 방문이 계속되는 만큼 진지하게 생각해 본 후 결정하겠다고 조심스러워하셨다.

특히 박인경 여사는 그 동안 홍성에 대해 많은 부분 오해를 하고 있었다. 생가 기념관 건립 당시 고암의 작품에 대한 평가절하와 홀대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3월과 9월, 두 번의 만남을 통해 박인경 여사의 오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모든 오해를 깨끗하게 풀었다는 점이 이번 방문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이후 박인경 여사는 고암의 작품이 소장된 집안의 수장고로 우리 일행을 안내했다. 거기에는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고암의 작품 뿐만 아니라 박인경 여사와 아들 이융세 씨의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웠던 것은 정말로 소중한 고암의 작품들이 곰팡이가 피는 등 보관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루빨리 그림복원 전문가의 손길과 보관 장소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이번 방문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낀 것이지만 고암의 예술적 후계자이자 인생의 동반자, 그리고 아직까지 그 누구보다도 고암을 사랑하는 박인경 여사가 이응노 화백의 위대한 예술혼과 정신을 지키기 위해 혼자 너무 많은 짐을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짐들을 평생 혼자 짊어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것이다.

이제는 고향의 후손들인 우리가 그 짐들을 조금은 나눠 가졌으면 한다. 그래서 그녀가 평생 지키고 싶고 자랑하고 싶었던 고암의 예술혼과 삶을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조금은 보탬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이젠 더 이상 고암 이응노 화백과 박인경 여사가 외롭지 않고 홍성의 위대한 역사인물로 후손 대대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후손들의 남겨진 몫이 아닐까 싶다.

김덕배<홍성군의회 의장>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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