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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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5>
  • 한지윤
  • 승인 2017.09.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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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네, 비가 쏟아지지만……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경수야, 너도 좀 나오너라!”
모텔의 주인은 이층을 향해 아들을 불렀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들을.
그는 빠른 동작으로 뛰어 내려 왔다. 옷을 벗어 던지고 팬티 바람으로 빗속으로 뛰어 나가는 그의 모습을 소영은 현관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좀 체로 움직이지 않는 걸!”
“짐을 굉장히 많이 실었군, 그래.”
“오늘 따라 우리 집에 사람들이 없단 말이야!”
운전수와 경수, 그리고 그의 아버지 세 사람은 비를 맞으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경수와 그의 아버지는 이층에 남아 있는 남자 손님인 조성민이라는 사나이에게 도와 달라고 청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적어도 손님에게는 예의가 발랐던 것이다.
소영은 움직이지 않는 트럭을 보면서 쏟아지는 비에 젖고 있는 그들이 안타까워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소영은 성민에게로 올라갔다.
“성민씨도 내려가서 좀 도와주는 게 어떨까요?”
“그렇게 하죠.”
이윽고 그는 행동을 취했는데, 그는 먼저 자기의 여행가방에서 비옷을 찾아내는 일을 했다. 그리고 바지를 차곡차곡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마른 타올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렇게 준비를 한 다음 그는 어정거리며 빗속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번개가 또 섬광을 뿌리자 어딘가에 벼락이 떨어졌다. 소영의 방에 켜져 있는 촛불이 심하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벼락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빗속으로 나간 성민은 겁을 내고 있었다.
그래도 한 사람이 더 달라붙었으므로 3~4분 후에는 고장 난 트럭을 길 한 켠 으로 밀어 놓을 수가 있었다.
소영은 빗줄기 속에 있는 주인아들 경수의 모습이 사나이답게 보였다. 소영은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옷을 벗어 던지고 팬티만 입은 경수의 모습과 비옷을 입은 성민의 모습, 그것은 판이하게 차이가 있었다. 외형적인 차이가 아니라 내면의 차이가 소영의 가슴에 느껴져 왔다. 성민이라는 사나이는 곤란한 일에 부딪치면 그것에 대처하는 힘이 없어 보였고 또 지혜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삽화·신명환 작가


그렇다면 사막 한 가운데서 조난당했을 때 믿을 수 있는 존재는 경수와 같은 사나이가 아닌가. 힘도 있고 사물과 상황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경수가 결국은 구조대를 기다리는 버스의 승객을 지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도시인으로서 지적으로 보이던 성민이라는 사나이에게서 빛나던 후광이 차차 경수에게로 옮겨져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성민의 소극적이고 어설픈 향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영의 눈에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역겹게 보였다.
“전 간혹 죽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어요.”
성민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소영이는 싫었다. 죽건 살건, 좌우간 성민의 부드러운 손등을 지닌 손은 뜨거운 주전자 하나 옳게 들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수는 삶에 대한 부정적 생각은 없었고 뜨거운 주전자뿐만 아니라 여름에라도 화로에서 불붙고 있는 장작이라도 거침없이 만질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았다. 식사는 소영의 몫까지 해서 낡은 형식의 다리가 달린 밥상 세 개가 각자 앞에 놓여졌다.
경수는 자기 집이면서도 밥상 앞에 단정한 자세로 앉아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성민은 무언가 부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자기의 가방을 열어 집에서 가지고 온 밑반찬을 꺼내 혼자서 무릎 옆에 꺼내놓고 먹기 시작했다. 그는 생선은 싫어한다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는 야채도 먹지 않았다. 바위뿐인 이 지방에서 경작된 호박나물 같은 식품은 귀중한 식용물인데도 그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취침 시간이 되었을 때 남자들과 소영은 각기 다른 방으로 갔다.
소영은 낮 동안 시달린 피로감으로 이내 잠이 들 것 같았는데 웬일인지 온몸이 가렵기 시작 했다. 소영은 일어나 전등을 켰다.
<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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