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 <10>
한일용 마포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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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 <10>
한일용 마포구의회 의장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9.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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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용 마포구의회 의장
한일용 의장은 이번 제7대 마포구의회에서 전반기 부의장,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돼 4년간 의장단을 이끌고 있다.

초등학력 극복하고 서울 자치구의회 지도자 등극

20대 청년시절 농한기 돈 벌러 왔다가 마포 눌러앉아
고향보다 더 긴 세월 살아오면서 제2 고향으로 정착
자영업하면서 중·고졸 검정고시 통과… 학구열 과시
오는 10월 열릴 마포나루새우젓축제 ‘홍성한우’ 초대


 

요즘 서울 마포구는 강남을 뺨칠 만큼 고층빌딩으로 빼곡하다. 대형 법인회사들의 본사가 많은 부촌이다. 서울의 심장부인 종로와 서울역이 가깝고 한강 남쪽에 여의도가 있어서 공공기관·단체는 물론 대기업들이 매우 선호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홍대거리, 상암월드컵경기장, 난지도 하늘공원 등의 명소로 외국인들에게조차 널리 알려진 관광지이기도 하다.

 

마포구 한 장애인단체를 찾아 격려하고 있는 모습.

■가난해서 일찍 공부 포기했던 농사꾼
인구 40만에 육박하는 마포구에서 구청장과 함께 쌍두마차 역할을 하는 마포구의회 지도자는 홍성 출신의 한일용 의장이다. 나날이 스카이라인이 바뀔 정도로 하늘로 뻗고 사방팔방이 지하철로 뚫려 활력이 넘치는 서울 마포구를 찾아 한 의장을 만났다. 한 의장은 매우 조용한 성품이었고, 순박한 충청도 양반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어린 시절은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몹시 가난했다. 1962년 충남 홍성군 갈산면 쌍천리에서 태어난 그는 갈산초교를 졸업하고 진학하는 대신 부모님의 농사를 도와야만 했다. 한 의장은 그 시절 동네 인심이 퍽 좋았다고 추억한다. 서로 가진 것을 나눠먹고 베풀 줄 알았다. 심지어 먹을 게 귀해 이웃집에 닭서리를 해도 이해해줬다. “가을에는 햅쌀밥을 돌려서 먹었어요. 당시 형편이 몹시 어려웠지만 그런 이웃 덕분에 제가 성장할 수 있었죠.”

평생 농사만 지으며 살려고 했던 그가 도회지에 나간 것이 22살 때였다. 1980년대 초 농한기에 잠시 서울에 가서 돈을 벌 작정으로 상행선 열차에 올랐다. 첫 서울생활은 마포에서 시작했다. 다행히 조그마한 유통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영업과 총무 일을 겸하게 됐는데 초등학교 때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내면서도 주산을 배웠던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전자계산기가 보편화되기 전이었던 시절이어서 매출과 지출 등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어설프게나마 익혔던 주산이 큰 자산이 됐다. 회사가 영세하고 불안정적인 데다 상사가 응당 스스로 해야 할 일조차 떠넘기기 일쑤였지만 그는 불평 한번 하지 않고 묵묵히 산더미 같은 업무를 처리하곤 했다. 농사꾼 특유의 뚝심과 끈기로 다른 사람 몫까지 덤으로 일하면서 꼭 필요한 일꾼으로 인정받게 되자 그대로 서울에 눌러앉고 말았다. 그때부터 마포는 고향 홍성보다 더 긴 세월을 살아가게 될 제2고향이 됐다.
 

 

을지훈련 중 상황을 보고받고 있는 한 의장.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학위 딴 만학도
그는 마포에서 사랑하는 여인도 만나 결혼했고, 직접 식당을 창업해 운영하면서 돈도 벌었다. 다소 여유가 생기면서 못 다한 공부도 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검정고시에 도전해 중·고교 졸업자격을 취득하는데 성공했고, 이어서 명지전문대와 고향 홍성에 있는 청운대 광고홍보학과를 거쳐 중앙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해 졸업했다. 뒤늦게 향학열이 불타오른 그는 연세대 행정대학원에 들어가 석사학위를 받아내며 놀라운 학문적 성취를 이뤘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예술인마포구지회, 자연보호마포구협의회 등의 봉사단체에 들어가 회장도 맡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후부터는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로 곧잘 물망에 올랐다. 물론 본인은 생각도 하지 않았으나 주위에서는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비쳐졌던 것이다. 처음에 별 관심이 없었던 그는 봉사단체의 대표로서 곧잘 느껴야 하는 한계 때문에 주변의 기대와 견제를 디딤돌 삼아 정치라는 강물에 발을 담그기에 이른다.

“자연보호협회, 청소년과 장애인단체 등의 봉사활동을 하면서 늘 예산과 인력이 부족했습니다. 자치구 행정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었어요. 내가 차라리 제도권에 들어가서 그런 단체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가 마포구의회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그 전에 보궐선거에 나가 한 번 떨어진 경험이 있었어요. 2010년 지선 때는 우리 지역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가 와서 면도날로 얼굴에 테러를 당해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매우 어려웠던 선거였음에도 당선됐습니다.”

 

지역구 내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장의 모습.

한 의장은 그때 2등을 해 2명을 뽑는 마포바선거구(서교동·망원1동) 주민들을 위한 심부름꾼이 됐다. 다시 4년이 지난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재도전에 성공했다. 당시 그는 1등을 했다. 물론 새누리당이 2명의 후보를 냄으로써 표가 분산돼 그 혼자뿐이었던 새정치 후보로서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지만 통합진보당과 무소속후보도 출마했기에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그는 2014년 지선에서 재선한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주민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성원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잘 나거나 능력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평소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한 점을 지역주민들이 높이 평가해 주셨죠.”

뿐만 아니라 동료 의원들도 그의 성실성과 탁월한 리더십을 인정해 제7대 마포구의회 전·후반기 의회를 이끌 지도자로 세웠다. 전반기에는 부의장으로 당선됐고, 후반기에는 의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그는 처음 만난 홍주신문 기자에게 인터뷰에 응하기 전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적었다”며 A4용지를 내밀었다. 네 장에 프린트된 내용을 얼른 살펴보니 의회 지도자로서 활동방향과 각오, 지역의 현안에 대한 해결방향 등에 관한 것이라 마포구의회의 영향을 벗어난 지역신문에 싣기에는 부적절했다. 홍성군 독자들에게 필요한 고향에 관한 질문으로 기자가 분위기를 이끌자 그의 추억창고가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제가 20살 때였어요. 여름철에는 이웃집 형과 아저씨와 함께 와룡천에서 고기잡이를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와룡천에서 천렵을 하면 잡은 민물고기로 어죽을 해먹고 동네 어르신들과 같이 막걸리를 나눠 마시곤 했습니다.”

지금도 그는 그 시절 맛이 그리워 고향에 가서 천렵을 한다고 했다. “고향은 농로가 포장되고 상수도 공사가 최근 진행되고 있어서 많이 발전했습니다. 그 외에는 별로 변한 게 없어요.”

그러나 그는 쌍천리와 갈산면이 현재의 전원적인 농촌의 모습으로 머물러 있기를 원했다. 논밭에 공단을 유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업도시로 발전하는 것을 경계했다.


 

한 의장이 마포구에서 열린 생활체육대회에 참여한 모습.

■서울시의회 거쳐 구청장 도전 꿈
지금 그가 고향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 다음달 20~22일 서울월드컵공원에서 열릴 마포나루 새우젓축제에 홍성한우를 판매할 수 있도록 초청한 것이다. “올해 10회를 맞는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는 전국노래자랑도 하고 전국 우수농산물도 판매합니다. 광천새우젓은 이미 마포새우젓축제 때마다 와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홍성한우는 아직 마포새우젓축제에 참여한 적이 없어요. 홍성군의회 김덕배 의장이 갈산초교 동창인데 마포새우젓축제에 홍성한우 부스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마포새우젓축제에는 전국에서 1등 상품만 올해 받기로 했는데 홍성한우가 좋은 평가를 받고 많이 판매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년 지선계획에 대해서는 서울시의원으로 진출해 보겠다는 꿈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최종 목표는 마포구청장이지만 서울시의회에 가서 예산을 편성해보고 그 다음 순서로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아내는 여전히 식당을 운영하며 남편의 의정활동을 묵묵히 뒷바라지하고 있다. 등산이 취미인 그는 의정활동을 하기 전에 전국의 웬만한 산은 다 정복했다고 한다. 내성적이었던 시골소년의 성품이 등산을 통해 기른 호연지기가 그를 큰 지도자로 변화시키는데 한몫을 한 것으로 보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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