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8>
상태바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8>
  • 한지윤
  • 승인 2017.09.23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학생처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마음 가운데 ‘아, 대학교육이란 이렇게 지난한 일인가’ 하는 또 다른 음성을 스스로 말하고 있었다.
이윽고 모든 학생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만치 물러나 있던 응원단의 블루진은 참을 수 없는 표정으로 얼굴이 구겨져 가고 있지 않는가. 자기가 혼자서 끝까지 애국가를 잘 불렀는데 또 부르게 했다는 것은 자기라는 존재를 모독한 처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애국가가 끝나자 뭔가 만회하려는 듯 앞으로 나섰다.
“그럼 지금부터 화이팅을 외치겠습니다.”
블루진이 말했다. 이것은 순서에 없는 일이었다. 학생처장이 의자에서 일어서며 제지하려고 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의 걸걸한 목소리는 더욱 커다랗게 울려댔다. 그는 예상은 했지만 역시 아무도 그의 파이팅을 따라 같이하는 학생은 없었다.
그리고 의외로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이다.
화이팅을 외친 것에 대해서는 희극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았다. 블루진이 혼자 화이팅을 한 것은 결국 그런 학생들의 심리에 의해 일종의 비꼬는 박수로 전환되고 만 것이었다. 구태의연한 애국가를 부르게 한 나이 든 세대들에게 저항하기 위해서는 화이팅의 해프닝을 웃음거리로 몰아붙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그 자리에서는 없었던 것이다. 블루진 녀석이 약간 싸이코틱한 학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적절하게 만용을 부려 주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기분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러한 박수에 대해 교수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학생들에게 교수들은 애국가에 대한 의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
 

삽화·신명환 작가


젊은이란, 또 다혈질인 젊은이들은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상식에 구애 받지 않고 그것을 백지화함으로써, 그런 연후에 의식이라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었다. 적어도 오늘 날에.
5월의 연휴 때는 악귀산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다.
H신문사에서는 산기슭에 임시지국을 설치할 정도였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조난자 수를 알아 맞히는 내기가 유행되기도 했었다. 연휴가 끝날 때까지 과연 몇 사람이 죽느냐는 정확한 수치에 대해 돈을 거는 도박을 하는 것이었다.
하기야 악귀산으로 등산하는 사람들 중에서 발생하는 사태에 내기를 삼으면서 그 자신 역시 그 산으로 등산하는 한 사람이 되어 있을 정도니 악의 없는 장난질의 내기라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도박질이 옳지 못한 근성이라고 분노하는 사람도 많다. 죽는 것을 기다리며 그것을 내기로 삼는다는 것에 분개하는 노인도 있었다. 그런데 인간이 죽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임시지국을 설치한 H신문사도 마찬가지 공범자가 아닌가, 내기라는 형식을 가지고 자기들 또래들의 행위를 비판하고 있는 것뿐이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틀에 박힌 듯한 콘크리트식 사고방식을 젊은 그들은 배격하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콘크리트식 사고방식을 배격하는 세대에 사는 소영과 연숙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위에 지쳐 버릴 듯한 늦더위 속에서 ‘보이헌팅’을 한다고 해서 별난 일이며 나무랄 성질의 일이 될 리는 만무였다.
보이헌팅을 먼저 제안한 사람은 소영이나 연숙이가 아니고 캠퍼스에서 자주 대화를 나누는 희영이였다. 희영이는 미인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홀리는 듯한 매력이 있는 여자로서 자기 스스로도 타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인기가 있다고 자부심이 가득 차 있는 여대생이었다.
“얘, 오늘 헌팅 하러 같이 나가지 않을래?”
희영이가 소영과 연숙에게 제안을 했다.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 안에 남자를 약속 장소로 데리고 오는 보이 헌팅!”
이런 일은 예전에는 주로 남자들이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했던 놀이여서 일정한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 안에 헌팅한 여자를 데리고 미리 약속한 장소로 모이는 것이었다.
<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