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에서 맞이한 돌잔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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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서 맞이한 돌잔치 이야기
  • 이철이 청로회 대표
  • 승인 2017.10.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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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53>

2015년 12월 어느 날 어느 기관에서 전화가 온다.

내용인즉 18세 여자아이를 우리 쉼터에서 하룻밤만 재워줄 수 있는지 부탁하는 전화다.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는 몇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쉼터에 찾아온 아이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2년 전 그러니까 16세 때, 18세 된 남자친구와 쉼터에 한번 찾아왔던 아이였다.

나는 아무런 부담 없이 “오랜만이구나”라고 하니 “삼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같이 오신 분께서 어린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신다.

우리 모두는 놀란 나머지 우리 쉼터에서는 어린 아이를 돌봐줄 수 없는 기관이라고 하니 18세 여자아이의 아이라고 한다. 여자 아이한테서 조용히 사연을 들어보니 2년 전에 철이삼촌에게 찾아온 그 아이들이 낳은 아이인데 아이아빠가 시간이 있을 때마다 구타하고 술 마시고 아이에게 무관심하여 18세 엄마가 키울 수가 없어 복지시설에 입소하기 전에 오늘 하룻밤만 쉼터에서 자고 내일 복지시설에 입소하겠다고 한다. 나는 아이엄마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자꾸만 어린아이에게로 시선이 간다.

18세 엄마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아이 돌이 언제니?” 하고 물어보니 “내일이 아기 돌이에요”한다. 내일이 아이 돌이라는 말에 나는 아이를 한 번 안아보았다.

아이 몸에서 아이 냄새가 난다. 이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선물은 쉼터에서 부족하지만 작은 돌잔치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청로회(고등부)봉사단 임원을 급히 소집해 이 사실을 갖고 토의한 결과 우리가 돌잔치를 해주자는 의견을 모아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먼저 시장에 가서 아이에게 맞는 예쁜 옷 한 벌을 사오고 청로회(고등부) 임원들은 시장에 가서 떡, 케이크, 과자, 과일, 실, 연필 등을 나름대로 준비해 와서 돌잔치를 해주었다.

가족들이 모여서 하는 돌잔치는 아니지만 쉼터에서 준비한 돌잔치 속에는 사랑과 웃음과 나눔이 함께한 돌잔치였다.

케이크에 촛불을 켜 놓고 축하 노래를 할 때 아이의 엄마와 우리 봉사단 모두는 한마음이 되어 축복 속에서 잘 자라는 아이가 되도록 두 손 모아 기원했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돌잔치를 마치고 아이는 엄마와 함께 바로 복지시설로 갔다. 18세 아이엄마가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아이 어떻게 잘 자라고 있을까요?

2015년 12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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