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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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80>
  • 한지윤
  • 승인 2017.10.17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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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그녀의 땀은 더위 때문만은 아니었고 식은 땀 일런지도 모른다.
도망칠 기력도 없는지 연숙의 말에도 그녀는 단지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
“나 아주머니가 무엇을 했는지 알아요. 지갑을 주인에게 돌려줘요. 곤란하다면 내가 돌려 줄 테니까요.”
연숙은 낮은 소리로 빠르게 말하고는 여러 소리 말라는 듯이 여자의 눈앞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두 눈에서 두 줄기 눈물이 쭈르르 흘러 내렸다.
“집에 있는 어린 애에게 고기를 먹이고 싶어서 그만...”
여자의 눈물은 땀과 섞여서 흘러내렸다.
“변명할 것 없어요. 난 아주머니를 나무라지 않을 테니까, 그저 도둑질은 나쁜 짓이며 손해라는 것만은 분명히 알아야 해요, 아주머니.”
지갑을 받아 쥐고 연숙은 지갑 임자의 뒤를 쫓아갔다. 그녀는 과일 따위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지갑을 떨구셨군요.”
연숙이 말했다.
“어머나……!”
나이는 27~8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핸드백을 보더니,
“어머, 정말!”
“떨어지는 것을 뒤에서 봤습니다만 혼잡해서 좀처럼 주울 수가 없었고, 또 뒤따라오느라고 지금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어머, 감사해라! 잃어 버렸다면 곤란할 뻔 했군요. 돌아갈 차비도 없으려니와……”
“조심해야겠어요. 핸드백이 망가진 것이 아닐까요?”
“그것보다는, 아가씨한테 사례해야겠군요.”
그녀는 지갑을 열었다.
“괜찮아요, 전 돈을 받게 되면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을 정도이니까 그만 두세요.”
“그게 어때요?”
“돈을 받는 건 싫어요.“
연숙이가 거절했다.
“하지만 이럴 땐 사례를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니겠어요?”
“저어……”
연숙은 갑자기 생각 난 듯이 부인에게 말했다.

삽화·신명환 작가

“지금 바쁘세요?”
“아니 별로……”
“돈은 필요 없지만 부탁이 한 가지 있어요.”
“뭔데요?”
“요 앞에 있는 ‘카크타스’라는 뮤직홀에 같이 가셨으면 좋겠어요.”
“아, 거기서 아이스크림을 먹자는 말씀이군요!”
“그보다는 지금 친구들과 내기를 하고 있는 중이예요.”
“내기라니요?”
“아무라도 좋으니까 모르는 사람을 약속한 장소로 데리고 가는 일이죠. ‘카크타스’에 약속된 시간까지예요.”
각기 헤어질 때 소영은 연숙에게 ‘아무라도 좋으니까 반드시 모르는 사람을 데리고 오라’ 고 말했었다. 모르는 남자라고는 말하지 않았었다. 연숙은 그 허점을 무작정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지금 이 형편에.
“별난 내기군요. 아직 학생들일 테니 그러실 만도 하겠고……
좋아요. 사례하는 셈 치고 동행해 주지요.“
갓 결혼한 듯한 젊은 새댁은 의아해 하면서 한 편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소영은 재미도 없게 너무 간단히 상대를 구하고 말았다. 연숙이와 희영, 두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어느 쪽 방향의 길을 택할까 생각하며 서너 걸음 발을 내디뎠을 때, 뒤에서 소영을 앞지르면서,
“아가씨, 차나 한 잔 합시다!” 하며 말을 걸어온 남자가 나타났었다. 악의가 있어 보이는 불량배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이렇듯 전격적으로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그녀로선 드문 일이었다. 그 사나이는 30을 하나나 둘쯤 넘어 서서 이젠 통속적으로 젊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쯤 인생에 권태를 느끼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좋아.”
사나이는 들릴듯 말 듯 말하고
“잘 됐어. 고맙기도 하지.”
하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뭐죠? 왜 그래요?”<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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