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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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81>
  • 한지윤
  • 승인 2017.10.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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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사나이는 이유는 나중에 천천히 말하겠다고 대답하더니 어디 좋은 커피솝 없느냐고 물어 왔다. 소영은 잘 됐다 싶었다.
그녀는 ‘카크타스’ 로 들어가면서 멋대로 돌아가는 자기 시계를 바라보며 전리품 남자를 자랑하기 위해서 앞으로 50여분은 이 남자를 잡아두어 연숙이와 희영이가 오는 것을 기다려야지, 하고 생각했다.
“이 뮤직홀은 예상외로 싱싱한데……”
‘카크타스’로 들어서자 사나이는 선인장 투성이인 뮤직홀 안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이상한 커피숍으로 가고 싶었어요?”
“아니, 실은 돈을 투자하고 있었지요.”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소영에게 나직이 말했다.
“제게 돈을 투자해요?”
소영이가 경계하듯 상대를 바라보았다.
“아니, 나 자신 에게죠.”
소영은 의아한 듯 그의 표정을 살폈다.
“무슨 소리예요?”
“사립 탐정을 고용해서 나 자신을 미행시키고 있습니다.”
“아, 그런 일이라면 소설가인 O씨도 그런 걸 장난삼아 해 봤다고 쓴 일이 있죠.”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는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시내에는 사립탐정소가 여덟 군데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여덟 군데에 차례로 돌아가며 자기에 대한 조사를 의뢰해서 어느 탐정소가 가장 정확하게 조사하는지 그 수첩에 적어 두었다고 했다.
“결과는 어땠어요?”
“재미있었어요. 내가 가지도 않은 자전거 시합에 참가했다고 하거나, 도중에 은행에 들러 예금했다고도 하기도 하고……”
“샐러리맨?”
“응…… 좀 괜찮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지요.”
“독신자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그 때 주문한 커피가 나왔으므로 그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딘가 유쾌한 침묵이었다.
 

삽화·신명환 작가

두 사람은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을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잠시 후 소영이가 입을 열었다.
“살고 계신 아파트는 어때요? 서울시내 야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울 텐데요.”
“제 방에서는 ㄹ보이지 않죠. 먼지 투성이의 넓은 매립지의 쿤크리트 길이 보일 뿐이죠.“
“조용해요?”
“그렇지도 않아요. 멀리서 들려오는 전철 소리, 배의 고동소리, 비행기의 폭음 소리등 잡다한 소음이 들려 옵니다. 앞 동의 아파트에서 울어 대는 어린애의 울음소리도 들려오고…… 적당히 시끌벅적하죠.”
“고독한 편이세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소영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올드 미스에게 그런 고독에서 오는 노이로제가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죠. 도시에서 주위에는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데도 그녀는 아파트 방에 틀어 박혀 이틀이나 사흘 쯤 어느 누구하고도 만나지도 않고 대화하지도 않고…… 그러한 생활이 오래 계속되면 정신이 이상해진대요.”
“그렇까요……? 난 재미로 미행시키고 있는데……”
“거짓말 마세요. 댁은 자존심이 보통 강한 사람이 아니 예요. 때문에 외부에서 자기를 관찰해 주기를 원하는 거예요. 그래서 탐정한테 부탁한 거죠. 회사에 가면 자신과 마찬가지로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사무실에서 용건 이회에는 거의 말도 없이 묵묵히 하루를 지내겠조. 퇴근하면 만원 전철 속에 밀리면서 아파트로 곧장 가버리는거죠. 아파트로 돌아오면 어느 누구도 신경을 건드리는 사람이 없는게 편한 거죠. 살건 죽건 별을 보던 달을 보건 홀로 아파트 거실에 앉아 있게 되는 거죠. 아, 그런데 여자 친구는 있어요?”
“있어요.”
사나이는 소영을 유심히 바라보며 보통내기 여자가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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