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82>
상태바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82>
  • 한지윤
  • 승인 2017.11.01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그 여자 분과 결혼할 생각이세요?”
“그녀는 그럴 셈인 것 같지만 난 아직 결심을 하지 않았어요. 이왕 혼기가 늦어졌으니까, 마흔 살이 되건 쉰 살이 되건 어차피 마찬가지죠. 그녀는 성격이 다소 억센 편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곁에 있게 되면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기도 합니다.”
“도시속의 고독이군요.”
소영이가 말했다. 그 말은 그러나 우울함이 섞인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이 뮤직홀 안에 누군가가 지금 감시하고 있는 탐정이 있다는 말이죠.”
소영은 긴장해서 주위를 살펴 봤다.

“그렇죠. 젊은 아가씨와 알게 되어 즐겁게 놀다 있는 나자신을 외부의 다른 사람의 눈으로 확인시켜 보고 싶었던 거죠.”
“외부로부터 너무 감시라든가 확인 당하는 것보다는 조용하게 자기 분수대로 생활하는 편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그렇고, 그렇다면 이제 저하고 나란히 앉지 않겠어요? 그리고 누가 탐정인지 살펴보도록 해요.”
아파트의 고독한 인간은 자리를 옮겨 소영과 나란히 앉았다. 그녀는 남자의 건장한 팔을 자신의 팔뚝 피부에서 느꼈지만 곧 남자 쪽에서 조금 옆으로 떨어져 앉았다.
“아가씨는 몇 살?”
“대학 2학년”
소영은 뮤직홀 안을 살폈지만 탐정일 듯한 이상스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탐정은 없는 것 같은데… 사립 탐정이란 좀 엉터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소영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하루에 20분씩 틀리는 시계.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연숙이가 지갑을 잃었던 젊은 부인과 함께 ‘카크타스’로 들어섰을 때 소영이가 앉은 자리는 커다란 종려나무 뒤에 있었기 때문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연숙이가 부인과 자리를 잡고 앉은 거의 같은 시간에 희영이는 동반자 없이 혼자서 당당한 걸음걸이로 들어왔다.
헌팅 게임에서 하나의 룰이 있어 상대를 데리고 들어 왔을 때는 서로 모르는 척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희영이는 혼자였었고 연숙이는 동반한 부인에게는 전후 사정을 이야기를 해 둔 터라 룰에 구애 받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희영에게 말을 걸었다.

“어땠어?”
“쉿!”
희영은 뭔가 탄로가 나면 큰일이라는 것처럼 그녀를 제지했다.
“내 뒤를 돌아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반드시 이 뮤직홀로 들어올 거야.”
희영은 기대에 잔뜩 부푼 표정을 지으며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10초가 지나고 20초가 지나고 30초가 지났다. 아무도 그럴 듯한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서서히 표정이 굳어져 가는 듯 했다.
“쓸모없는 녀석들인데…… 그 두 녀석들. 혹시 커피 값도 없는 모양이지. 하지만 분명히 내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었단 말야.”
 

그 때 연숙의 동반자 젊은 부인이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섰다. 그녀의 태도는 어딘가 굳어져 있었고 빠른 걸음으로 종려나무 뒤에 앉아 있는 소영이 에게로 다가갔다.
남자의 팔은 소영의 어깨를 가볍게 껴안고 있었다. 젊은 부인은 소영이 에게로 다가가자마자 남자의 손을 쳐서 소영의 어깨에 얹혀져 있던 팔을 떨어뜨렸다. 남자는 놀라며 일어섰고 젊은 부인은 남자를 거칠게 밀어 제쳐서 넘어뜨렸다.
“이게 무슨 짓 이예요! 왜 그러시죠? 지금 우린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 걸요!”
소영이가 대비 태세를 갖추며 상대를 노려보자 그녀는 소영이 에게도 공격적인 자세로 나왔다.

“아니, 나한테도 덤벼들려고 해요? 말해 두지만 난 이래 뵈도 몇 사람의 남자쯤은 거뜬히 해 치우는 여자예요!”
소영이가 말하는 그 순간 상대방 여자의 얼굴에는 스치듯 미묘한 미소가 지나갔다. 소영은 상대방 여자가 공격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 순간 연숙과 희영의 눈에는 소영과 상대방 여자가 서로 옆으로 엇 비듬히 비켜서는 것처럼 보였다.<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