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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정씨 집성촌에서 각성받이 마을이 된 용광로희망을 일구는 색깔 있는 농촌마을사람들
<24>서부면 양곡리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1.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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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마을회관 앞에서 강완진 노인회 총무, 황영례 부녀회장, 엄계용 이장(왼쪽부터).

취나물로 소득 올린적 있으나 고령화로 재배농가 줄어
농업용수 사정 좋지 않아 가뭄 닥치면 농사 포기해야
희망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정자·공동작업장 건립 추진
정자나무 심고 좁은 마을회관 방 한 칸 늘리는 것 소원


서부면 양곡리는 3개 반으로 나눠져 있는 단일마을이다. 보통 리(里)단위 속에 2개 이상 옛 지명을 가진 자연부락으로 구성돼 있으나 양곡리는 양곡마을 하나밖에 없다.

■농업용수 사정 나빠 가뭄 걱정
현재 가구수는 57가구로 그 중 4가구가 최근 2~3년 사이에 귀농한 외지인이다.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농촌마을에 그나마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마을사람들에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귀농인들은 집도 새로 짓고 토지를 매입해서 농사를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양곡마을에서는 한때 취나물을 마을의 특화작물로 정해 소득을 올린 적도 있다. 그러나 노동력이 고령화되면서 지금은 취나물작목반에 참여하는 주민의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엄계용(68) 이장의 말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취나물을 많이 재배했어요. 그러나 일이 너무 힘들어서 처음에 28명이었던 취나물연구회 회원이 지금 22명 정도 됩니다.”
양곡마을에서는 취나물을 비롯해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을 많이 재배하는 편이며, 일부 가구가 돼지, 닭 등의 축산업에 종사한다. 물론 수도작도 하고 있지만 낮은 구릉지 형태의 산이 많아 벼 재배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양곡리도 농업용수 사정이 매우 좋지 않아 가뭄이 심할 때는 농사를 포기해야 할 정도다.

“농업용수가 없어요. 관정을 파도 물이 안 나옵니다. 외부에서 물을 끌어오기도 힘듭니다. 농어촌공사에서 홍성호의 물을 끌어다 주겠다고 하는데 짠물이지만 그 물이라도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엄 이장은 서해 연안이 원래 비가 잘 오지 않는 지역이어서 풍수해로 인한 피해조차도 겪어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다행히 올해 6월부터 상수도가 개통돼 주민들이 가정에서 맘 놓고 물을 사용하고 있다.

“홍성에는 비가 와도 여기는 안 와요. 빨리 물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취나물도 물이 없으면 재배하기 어려워요.”

■정자 조성과 마을회관 증축 필요
취나물 재배를 위해 양곡마을에는 지금 30동의 비닐하우스가 설치돼 있다. 혼자서는 어려워 마을 공동작업으로 하는데 홀로 된 노인들은 할 수가 없다. 아직도 20가구 이상 취나물을 재배해 공동작업을 하는 데도 공동작업장이 없다고 한다.

“우리 마을은 공동작업장이 하나 없습니다. 고추도 같이 따서 공동작업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엄 이장은 내년에 희망마을만들기에 참여하게 되면 공동작업장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또 한 가지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정자를 지을 계획도 밝혔다.

“양곡마을은 정자가 없어요. 마을회관 옆에 있는 창고가 무허가 건물인데 그것을 헐고 그 자리에 정자를 짓고 정자나무도 심으려고 합니다.”
현재 양곡마을에서 서부면 소재지로 가는 길목 초입에 있는 마을회관은 여름날 밖에서 쉴 수 있는 나무 그늘이나 팔각정이 없었다. 마을회관이 좁아 방 한 칸만 더 늘리는 것도 숙원사업이다.

그 밖에 마을 현안으로서 양곡삼거리에서 이호리 저수지까지 약 4km 구간 왕복 2차선 지방도를 확장하는 것인데, 엄 이장은 쌩쌩 달리는 차량들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불안해 했다.

■양곡사와 영의정 김상복의 묘
양곡마을은 동래 정 씨들의 집성촌으로 500년 전에 들어와 일찍 터를 잡았다. 지금은 10여 세대가 남아 있을 뿐 배타성이 없고 포용적인 분위기여서 언제부턴가 각성받이 마을이 됐다. 양곡리 247번지에는 조선 후기의 유학자 남당 한원진(1682~1751)의 사당인 양곡사가 있는데 매년 음력 2월 10일과 8월 10일 두 차례 제향이 봉행되고 있다.

또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냈던 김상복의 묘소도 있다. 김상복은 워낙 똑똑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모함을 받고 홍성군 양곡리로 귀양을 와서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임금이 간신들의 흉계에 넘어가 김상복을 영의정 자리에서 충청도 시골로 내쫓았다.

양곡리에 내려와 지내던 중 조정에서 내려 보낸 사약을 받은 김상복은 그것을 마시려는 순간 멀리서 소리치며 달려오는 사람을 발견했다. 어서 마시라고 재촉하는 말로 알아들은 김상복은 그것을 벌컥 마시고 말았다. 사실은 임금이 간신들의 모함에 넘어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먹지 말라고 급히 명을 내려 보낸 것인데 잘못 이해를 한 김상복은 결국 숨을 거뒀다. 이런 사연이 있어서 그의 묘비에는 관이 쓰여지지 못했다고 한다. 파직을 당해 관직이 없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신도비도 세울 수 없었다는 말도 있다. 양곡마을이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공동체문화로서는 매년 음력 2월 초하루 향우회 주최로 하는 윷놀이다.

양곡리는 3개 반을 가진 양곡마을 하나뿐이다. 낮은 구릉지대를 따라 마을이 형성돼 있다.

■양곡리 마을사람들

취나물 보급 주민 소득 높여
엄계용 양곡마을 이장

엄계용 양곡마을 이장은 4년 전 주민들을 위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취나물을 선택했다. 마을의 산세가 좋아 취나물을 재배하는데 적지라고 판단한 엄 이장은 군청에 지원을 받아 작목반을 조직하고 교육을 하는 등 적극 보급했고, 이에 호응한 주민들은 나름대로 재배에 성공하며 훌륭한 소득원으로 삼게 됐다.

“벼나 콩보다는 나은데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 고령화되면서 지금은 취나물 재배농가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는 올해 11년째 이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장기집권’의 비결을 물으니 주민들이 계속 밀어줘서 시키는 대로 하고 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만큼 주민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92세 노모 모시는 효자
강완진 노인회 총무

양곡마을은 농촌마을의 특성상 65세 이상 노인들이 많아 노인회 회원만 해도 43명
이다.
최고령자는 92세, 바로 노인회 강완진(67) 총무가 모시고 사는 어머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눈이 어두워져 앞을 잘 볼 수 없다.

아들 강완진 총무는 늘 홀어머니 곁을 지키며 시중을 들어주는 효자로 소문났다. 24시간 보호가 필요한 노모를 요양원에 맡길 수도 있으련만 그는 굳이 직접 모시기로 결심했다. 그 역시 혼자 취나물을 재배하느라 바쁜 농사꾼이다. 아내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며 떨어져 지내고 있다.

5년전 서울에서 귀농
황영례 부녀회장

양곡마을부녀회는 매주 1회 경로당 어르신들을 위해 점심식사 봉사를 하고 있다. 또 한 달에 한번은 부녀회원들끼리 같이 밥을 해먹으며 친목을 다진다.

그래서 외지에서 귀농한 여성이라도 잘 적응할 수밖에 없다. 사실 황영례 부녀회장도 5년전 귀농한 외지인이다. 그녀는 홍성에 오기 전 서울에서 30년 넘게 살며 장사를 했다.

그러나 나이 50대가 되어 아무 연고도 없는 충청도 시골로 남편과 같이 내려와 지금은 손에 흙을 묻히며 취나물, 고추 등의 작물을 재배하는 노련한 여농이 됐다.
“소득이야 장사할 때보다 못하지만 내가 내 손으로 지어 먹고 사니 맘은 편해요.”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sungshu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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