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고, 실용음악 특성화교육으로 공연예술계 진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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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고, 실용음악 특성화교육으로 공연예술계 진출 가능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7.11.0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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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규 교장, 공부 흥미없어도 오고 싶은 학교 만든다
박병규 교장은 올해 3월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했다. 공주사대를 나와 예화예고에서 30년간 평교사 생활을 했다.

광천고등학교(교장 박병규)는 1963년 학교법인 광흥학원이 설립한 광흥여고가 효시로 오랜 전통의 인문계 명문고로 명성을 떨쳤지만 지금은 전교 재학생이 100명도 채 되지 않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어촌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광천고가 실용음악 특성화학교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실용음악은 학생들이 신나게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선택한 최선의 방편이다. 물론 인문계 고교로서 전공과목으로 개설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국·영·수 위주의 교과목을 가르치되 특성화교육으로서 실용음악에 비중을 두고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광천고가 이 같은 변화를 추구하게 된 것은 올봄 박병규(55) 교장이 부임하면서 부터다. 박 교장은 개교 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광천고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셈이다. 같은 법인에서 병설 운영하는 광흥중학교 교장까지 그는 겸직하고 있다.

“광천고는 올해 52회 졸업생을 배출한 전통의 명문교지만 지금은 상당히 어려운 형편입니다.

광천읍의 쇠퇴로 물리적 지리적 환경과 여건이 상당히 불리하다 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자식을 맡길만한 학교라는 신뢰감이 저하돼 있습니다.  도육청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매우 희의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법인이 외부 영입을 통해 학교를 살리고자 교장 공모제를 실시하게 됐습니다.”
 

광천고는 실용음악 외에도 드론을 가르쳐 10년 후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미래교육을 실시하고 스포츠도 한 종목씩 택해 건강하게 학생들의 성장을 도울 계획이다. 사진은 광천고 교정 전경.

전국에서 탁월한 교직 경력자들이 몰려와 경쟁한 가운데 최종 발탁된 인물은 박병규 교장이었다. 그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초·중·고를 거쳐 공주사대 음악교육과를 나왔다. 대학을 나온 그는 곧바로 예산군에 있는 예화여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 후 약 30년간 재직했던 학교를 떠나 지난 3월 1일 낯설고 물선 광천고 교장으로 부임한 것이다.

“막상 부임해보니 학교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학교를 살릴까 고민하다가 교사들과 같이 학교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를 했습니다. 또 선진지 학교 탐방도 했습니다.”
그 결과 군청소재지 공사립학교를 선호하는 우수생들을 붙잡기보다는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에게 매력적인 학교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데 박 교장의 생각이 미쳤다. 비군청소재지인 소읍에 위치한 사립고로서 우수생을 모집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아이들이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자’고 막연하게나마 결론을 내렸지만 최선의 수단이 필요했다.

“‘신나는 학교, 즐거운 학교, 행복한 학교를 만들자’로 슬로건을 먼저 정하고,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실용음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K팝은 충남에서 전혀 가르치는 고교가 없습니다. 그러나 배우고자 하는 학생은 상당히 많습니다. 대학에도 실용음악과가 상당히 많아서 사교육을 통해 입시를 준비하는 실정입니다.”

박 교장은 실용음악을 전공으로 택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광천고 학생들은 비싼 수업료 없이 고교 3년 동안 배울 수 있게 됐다며 필요한 예산도 2억8000만원을 유치했다고 말했다.

“외부 지원을 받아냈는데 아이들 개인 연습실을 30개 정도 만들려고 합니다. 방음과 냉난방 장치를 갖춘 최고의 연습실을 만들겠습니다.”

학생들이 계속 전공해서 연예계로 진출할 수도 있고, 공연예술계로 나갈 길을 터 줄 계획이라며 박 교장은 동아리 활동 수준을 넘어 전문적인 교육을 시키겠다고 밝혔다.

“꼭 그 길로 가지 않더라도 악기를 다룰 줄 알게 되면 무슨 일을 하든 취미생활을 해도 유익합니다. 공부에는 재주가 없고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은 광천고에 오세요. 실용음악으로 키우겠습니다. 기본 교과목 70%, 실용음악 30%의 비중을 두고 균형있게 지도하겠습니다.”

물론 일반대학을 목표로 뒤늦게 반전을 노리며 공부만 하겠다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심화학습반도 운영한다. 국·영·수 위주로 집중교육을 시켜 개별적으로 원하는 전공으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교사들이 철저히 지도한다.

또 박 교장은 미래교육으로 드론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10년 후 도래할 4차산업혁명시대 살아남을 교육으로 선택한 것이 드론을 통한 미래교육입니다. 5~10년 후에 세상이 무섭게 변할 것입니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드론을 몇 대 샀는데, 선생님 몇 분이 학원에 다니며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박 교장은 스포츠를 통해 특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 모든 학생들이 3년간 스포츠를 한 종목 택해 배우고 즐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운동장과 체육관을 이용해 늘 체육활동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시골학교로서 환경과 지리적 여건이 불리하기 때문에 특성화해야 합니다. 광천고 아니면 안 되는 것을 가르치겠습니다.”

학생모집은 홍성지역만으로 한계가 있어서 아산·예산·보령·서산·서천 등 기차나 버스로 통학이 가능한 이웃 5개 시·군지역으로 확대해 홍보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예화여고에서 평생 평교사만 하다가 광천고 교장으로 지휘봉을 잡은 그가 선택한 실험은 가히 혁신적이지만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실천에 옮긴다면 가능한 일로 보였다. 그래서 광천고 교무실과 교실은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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