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1급 일섭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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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1급 일섭이 이야기
  • 이철이 청로회 대표
  • 승인 2017.12.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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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56>

1993년 그날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대전에 있는 복지시설의 아이들을 보고 싶어 시설에 갔다가 갑자기 장마비가 오기에 집에 빨리 가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휠체어를 탄 여자 장애우 친구가 혼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기에 내가 먼저 택시를 잡았지만 여자 장애우 친구에게 먼저 양보하고는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까지 잘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자 기사분께서 “이 분 혼자서 어떻게 가세요?”라고 말씀하시기에 장애우 친구를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을 돕고자 나도 택시를 함께 탔다.

장애우 친구 집 앞에서 내려 집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아파트 12층이라고 한다. “혼자서 12층까지 어떻게 올라가요?”라고 하니 갈 수 있다는 말에 나는 빙그레 웃었다.

함께 12층에 도착해 띵동~띵동~ 초인종을 울리니 젊은 분이 나와서 문을 열어준다.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장애우 친구들이 모여 사는 작은 복지시설이었다. 그것도 중증 장애우 친구들 보금자리인데 남자장애우 3명, 여자장애우 2명 그리고 이 친구들의 아빠 같으신 전도사님 한 분 이렇게 6식구가 모여 사는 밀알의 집이었다. 중증 장애우 친구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도 첫 인상이 청결하고 집안 곳곳이 아주 잘 정리정돈돼 있어 참 좋았다.

이 와중에 방 한 곳에서 음악소리가 들리기에 그곳으로 가보니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일섭이 친구가 누워서 본인 코로 키보드 음반 하나하나 누르면서 연주 연습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친구가 건강한 코를 가지고 이 세상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자 밤낮 없이 연습하는 모습을 나 혼자 보고 듣기는 아까웠다. 이 다음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자는 생각을 하고는 나는 뇌성마비1급 일섭이와 친구로 지내자고 약속했다.

1995년 나는 대전에서 홍성으로 직장을 따라 떠나게 됐다. 이때부터 홍성에서 청소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음악축제나 교회부흥회, 청소년캠프 등에 일섭이를 초청해 지역주민들에게 코 연주를 보여주었다. 특히 선도대상 친구들 상대로 일섭이 친구를 많이 접하게 했다.

이런 나의 생각이 조금씩 홍성의 청소년들에게 전달돼 타 시·군의 청소년들보다 장애우 친구들을 대하는 모습이 좋아지고 청로회 고등부봉사단 회원들 중 대학의 사회복지학과 지망생들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 또한 알았다. 일섭과 많이 접하게 한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모 고등학교 선도대상 친구가 일섭이와 하룻밤을 함께 한 후 바로 후회한다면서 눈물로 본인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일섭의 짧은 연주로 지역의 많은 청소년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나는 지금껏 일섭이 친구의 코 연주를 잊지 않고 매년 한 해 한 번씩은 홍성으로 초청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자기밖에 생각하지 않는 홍성의 청소년들에게 작은 메시지 전달하는데 지금도 일섭이 친구와 함께 하고 있어 좋다. 지면을 통해 처음으로 일섭이 친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진정한 지도자 임일섭!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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