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육청소년 [청소년소설] 운명은 순간인거야
운명은 순간인거야 <6>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이 병원에서는 껌을 입에 넣고 수술한 일은 없었지만 나간호사가 전에 근무하던 다른 병원에서 혹시 그런 사고가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한박사는 슬며시 웃으며 생각했다. 중절수술의 간호법에 쓰인 주의사항대로 하는 것을 지금은 나간호사가 다소 과장해서 주의를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밖은 밝고 화창한 날씨였다. 창문은 전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바깥의 명암을 실내에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소독기 옆에 걸려있는 카렌다가 무심코 눈에 띄었다. 11월 25일이다. ‘응!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닌가‥‥‥?’라고 한박사는 생각했다. 아침부터 카렌다를 여러 번이나 보았으나 아무 생각 없이 무심하게 지나쳐 버렸었다. 오늘로서 한박사는 만으로 사십 번째 생일을 맞는 셈이었다.

여자의 혈압은 최고114, 최저58,
“가래는 없죠?”
“없어요.”
“헥- 하고 기침을 한 번 해 봐요. 술은 많이 마시는 편이세요?”
“아뇨. 맥주 두 컵 정도나 될까요‥‥‥”
“술이 센 사람은 마취가 어렵고 금방 깨어나요.”
한박사는 비닐로 된 수술용 앞치마를 두르고 여자의 발치에 섰다. 청색의 밝은 색 커텐이 둘러져 있어 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나, 둘, 셋‥‥‥ 하고 세어 봐요. 큰 소리로.”
창 밖에서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맑고 한가롭게 들려오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이런 일을 앞에 두고 있을 때는 새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환자의 목소리는 열둘까지 세고는 멈춰졌다.

“6.5cc인데요.”
청색의 커텐을 조금 열고 들여다보면서 말하는 나간호사의 흰옷차림이 유난히 밝게 보였다.
“15cc까지 해 볼까요?”
“음‥‥‥ 천천히 해 보도록.”

한박사는 질경을 쓰고 쌍구겸자로서 자궁질부를 고정시켰다. 어제 미리 삽입해 둔 라미나리아를 빼내고 자궁소식자로 조심스럽게 자궁질의 깊이를 측정했다.
그리고 해갈자궁경관확장기의 가느다란 것부터 차례로 넣어서 조심스레 자궁입구를 열어 들어갔다.

눈을 감고 누운 여자는 얼굴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수술에 입회한 간호사가 살며시 고개를 본래 대로 돌려놓아 주었다.
한박사의 성격은 원래 최신 유행하는 것이나 새로운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었으나 수술방법만은 옛날부터 시술해 오던 방법을 고수하는 다소 보수적인 데가 있었다.

초기의 인공중절수술은 최근에 셕숀법이라 하여 진공청소기와 같은 원리로서 자궁의 태아를 빨아내는 방법이 있으나 한박사는 구식이기는 하나 태반겸자를 사용하고 있었다. 손재주가 서투른 서양 사람들은 흡인큐렛을 즐겨 사용하는 의사들도 많은 것 같으나 한박사는 기구는 될수록 단순한 쪽이 산모에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첫째, 흡인큐렛을 사용하면 자궁의 내용물이 관을 통해서 흘러나오기 때문에 일단 용기 속에 고여진 뒤 수술이 끝난 후에야 검사를 하게 된다. 한박사는 그렇게 되면 오히려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는 데는 늦다 싶어, 내용물을 겸자를 사용해 집어낸 즉시 눈으로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한박사가 능숙한 수술 경험에서 얻은 결과였다. 아마 지금까지 그런 방식으로 수술해 온 것만도 수천여 명이나 될 것이다.

10주 정도의 태아의 단편은 눈으로는 판단하기가 어려운 일이나 해명상의 융모막이나 몽클몽클하게 응어리진 덩어리인 탈락막의 파편은 정확하게 나온다. 수술이 끝나자 한박사는 재빨리 수술대 환자의 머리 위에 걸어둔 시계를 보았다. 시작에서 끝낼 때까지 3분 10초가 걸렸다.

빠를 때는 2분 30초 정도에서 끝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서투른 의사들 중에는 둔시로 2분이나 3분 가까이 오랫동안 긁어내고 있음으로 해서 환자는 필요 이상의 고통을 겪는 경우도 있다.
<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한지윤  hjn@hjn24.com

<저작권자 © 홍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지윤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 뉴스
PREV NEXT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