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순간인거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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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1>
  • 한지윤
  • 승인 2017.11.1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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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밝고 상쾌한 아침이다. 아침햇살은 유난히 밝았으며 그 햇살을 받아 ‘한국일 산부인과’라고 쓴 간판의 글씨가 유난히 눈에 띄였다.
“이 병원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모두 아들이라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선생님!”
한국일 박사가 현관문을 열고 출근하는 모습이 보이자 원형으로 된 대기실에 앉아 있던 낯선 여자 한 명이 재빨리 한 박사 앞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어왔다.
한 박사는 깜짝 놀란 듯이 그 여자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녀 쪽에서는 자기를 잘 알고 있다는 태도였는데 한 박사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저희 병원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전부 아들이라고요? 어느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죠?”
“누구라고 짚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태씨댁, 민씨댁 등‥‥‥ 모두 선생님 병원에서 아들을 낳았거든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네.”
“한 번 생각해 보세유. 그런 일이 과연 있을 수 있는가 말이쥬.”
한 박사는 충청도 지방 사투리를 섞은 듯한 억양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만일 모두들 아들만 낳는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껏 같아 유?”
“저희 집은 두 번이나 내리 딸만 낳았으니까 이번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이라야만 되거든요. 지난 번 까진 시립병원에 다녔지만 그래서 이번에는 선생님한테로 왔습니다.”
결코 싫지 않은 소문이라고 병원장 한 박사는 생각했다. 수술이 능숙하다거나 불임증을 잘 고친다거나 하는 평판은 다소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으나 이런 유형으로 찾아오는 환자는 그 성질이 조금은 다른 것이다.
오십을 조금 넘어 보이는 나이의 여자는 나이론 스카프를  머리에 아무렇게나 두르고 무릎이 나온 치마에 화장기도 없었다.
“따님 일로 오셨습니까?”
“아닙니다. 며늘아이‥‥‥”
이 세상이 온통 남자만으로 가득 찬다고 해도 지금 이 여자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자기 집 대를 이어갈 아들만을 낳기를 바랄 뿐이다.
“안심하십시오. 아들인지 딸인지는 벌써 결정되어 있을 것이니‥‥‥”
위안이 될 것 같지도 않은 말을 한 박사는 목소리를 낮추어 던지듯 말했다. 한 박사는 진찰실 문을 열었다.

삽화·신명환 작가

산부인과 병원 원장인 한 박사는 언제나 9시 15분 전에는 진찰실에서 전날의 당직에서부터 취사, 청소하는 아주머니들까지도 전부 모아 미팅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병원에 근무하는 모든 식구는 수석간호사인 민선경 등 열세 명이지만 그 중 한두 사람은 으레 지각을 하기 때문에 아침미팅에 참석하는 인원은 대략 열 명 정도였다.
어제 밤의 입원 환자는 다섯 사람이었다. 산모가 세 사람, 절박유산을 예방하기 위해 입원해 있는 농가의 며느리, 유산 후 빈혈이 심해 입원한 삼십대 여인 등.
어젯밤 열한 시에 출산한 산모가 복부에 통증이 심해서 잠을 못 잤다고 하는 것 외에는 큰 변화나 사고는 없었다. 세 사람의 갓난아이 중 둘은 사내아이고 여자 아이는 지금 황달증세가  다소 심해서 광선요법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음‥‥‥ 오늘은 두 사람의 예약이 있군.”
한 박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데스크 위에 있는 메모를 훑어보았다. 예약이란 임신중절의 환자 한 사람 뿐이었다.
한 박사는 이나미 간호사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주위도 의식하지 않은 채 입주위에 손도 댈 것도 없이 악의 없는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럼, 서서히 시작해 볼까?”
한 박사는 외래담당 간호사인 나이분을 향해 말하면서 책상 위에 놓인 차트를 집어 들었다.
나 간호사는 오늘의 첫 환자를 마이크로 부르고 있었다.
한 박사는 종종 많은 사람들로부터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었다. 
<계속>
 

이번호부터 청소년소설 ‘젊은 청춘들의 자화장-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에 이어 새소설 ‘운명은 순간인거야’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바랍니다.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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