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내포의 창
아동학대 부모만의 잘못일까?
  • 충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강은정 팀장
  • 승인 2018.01.25 09:20
  • 댓글 0

아동학대는 아동에게 심각한 외상을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 사회문제로 심각하게 인식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학대가 발생하더라도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사로 치부해 왔고 가족 내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인식해 온 한국의 문화적 특징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016년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행위자의 80.5%가 부모였다. 학대 행위자의 연령 분포를 살펴보면 73.7%가 30~40대의 학령기 자녀를 둔 학부모이다. 따라서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 및 가족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가족 스트레스원 및 아동학대를 유발하는 요인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그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및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학대행위자 특성 중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은 양육태도 및 방법 부족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대행위자의 양육태도와 양육기술의 부족이 아동학대의 발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하여, 올바른 양육태도와 양육기술 습득을 위한 실효성 있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부모들에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 부모교육 시스템을 보면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부처별로 쪼개져 있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더 이상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 마련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부모교육을 공교육 과정에 포함시켜 예비부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 아동 발달 단계에 따라 적합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부모교육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영유아기 부모들이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신청할 때 부모교육 영상을 시청하도록 하고 있지만 영상 한 번 보는 것으로 준비가 된다고 할 수 없다. 부모가 교육을 원하면 주민센터 등에서 상시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동학대의 대다수 행위자가 부모라고 해서 아동학대의 책임과 원인을 부모에게만 한정할 수는 없다.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이나 부부·가족 갈등, 이혼, 정신건강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아동학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 지역에서 산후우울증이 있던 친모가 경제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9개월 된 자녀를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평택 아동 암매장 사건, 인천 탈출 사건, 울산 의붓딸 학대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는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더 이상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 ‘왜 부모로서 그 정도밖에 하지 못했느냐’고 비난하기 전에 ‘왜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복지법] 제45조 및 제46조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으로 학대피해아동 및 그 가족에 대한 지원,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상담 교육 등 재학대 방지를 위한 개입,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교육·홍보·협력사업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2018년 1월 기준 61개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충남에는 천안시, 논산시, 홍성군에 총 3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에 의거해 아동학대 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집 가정사에 끼어들지 말라며 조사 자체를 거부하고 반발하는 사람이 많다. 아이의 안전이 보호되지 못했을 때, 언제든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개입할 수 있고 아동학대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돼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과중한 업무량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1년에 1961시간, 즉 365일 중 245일을 일하는 것이 평균이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1인당 3721시간, 즉 465일을 일하고 있는 셈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정은 많지만 좀 더 시급하게 개입해야 하는 사례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충청남도는 도정계획상 2018년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3개소에서 5개소로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국비가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설치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인근 전라도는 도비만으로 2018년 아동보호전문기관 분소 2곳을 설치해 아동학대 업무를 강화하고 있으며, 경기도는 상담원 24명을 증원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 2개소를 추가 개소할 계획이다. 아이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개인과 사회·경제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아동학대 조사에 대한 인식 변화와 관련기관 지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충청남도 또한 발빠르게 아동인권보호를 위한 선제적인 역할을 위한 지원을 기대해본다.

충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강은정 팀장  hjn@hjn24.com

<저작권자 © 홍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충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강은정 팀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 뉴스
PREV NEXT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