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손자를 키워달라는 할머니의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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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손자를 키워달라는 할머니의 부탁
  • 이철이 청로회 대표
  • 승인 2018.07.1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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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72>

허리가 구부러진 80대 할머니가 중학생 손자를 데리고 쉼터로 오셨다.
“철이 삼촌, 염치없고 죄송하지만 우리 손자 좀 키워주세요.”
“할머니 무슨 사연이 있으신 모양인데 자세히 말씀해보세요.”
할머니는 주름진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내며 기구한 가정사를 얘기했다. 아이의 부모는 자녀 세 명을 낳고 이혼을 했다. 지금은 아들과 며느리가 각각 다른 상대를 만나서 재혼한 상태라고 한다. 할머니는 엉겁결에 어린 손자 2명과 손녀 1명을 떠안고 지금까지 어렵게 키워왔다고 한다. 그동안 경제적, 정신적으로 어려웠던 할머니는 몸이 아파서 더 이상 손자 손녀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할머니는 암 초기라는 판정을 받고 학교 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상의를 했다. 아직 초등학생인 두 명의 손자와 손녀는 육아원에 맡기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제일 큰 손자는 쉼터에 부탁하려고 데려왔다는 것이다.

“할머니, 큰 손자는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쉼터에서 제가 잘 키우고 학교도 잘 보내겠습니다. 할머니 건강부터 챙기세요.”
“아이구, 고맙습니다.”
내 손을 잡는 할머니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울먹울먹했다. 할머니는 안타깝게도 3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중학교 2학년 영철(가명)이는 쉼터 생활에 잘 적응했다. 당시 2003년 무렵에는 쉼터가 무허가 건물이었고 시설들도 열악했다. 쉬는 것도, 씻는 것도, 모두가 허름한 시설에서 6명의 식구들이 생활했다. 영철이는 아무 불만 없이 쉼터 생활을 잘 이겨냈다. 공부도 열심히 해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영철이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해 봉사동아리 활동 등 모범적인 생활을 해나갔다.

영철이가 대학 진학을 해야 하는 시기, 나는 영철이를 4년제 대학에 진학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자신은 기술을 배워서 일찍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빨리 돈을 벌어서 동생들도 돌봐주려는 기특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영철이는 기능대학으로 진학해 홍성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생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영철이 막내 여동생은 생모가 데려갔다고 한다. 육아원에서 생활하던 영철이 남동생은 중학교 때 쉼터로 데려왔다. 쉼터에서 생활하며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마치고 지금은 군 입대 후 직업군인이 됐다. 영철이 삼남매의 앞날에 항상 하느님의 사랑이 충만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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