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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업과 축산으로 부농을 이룬 마을희망을 일구는 색깔있는 농촌마을 사람들<19>
농촌마을 희망스토리-광천읍 운용리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8.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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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리 마을은 대형 축사를 따라 각 농가들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지만 전체 가구수가 85가구로 비교적 큰 농촌공동체를 이룬다.

광천읍 운용리는 동쪽으로 장곡면 가송2리, 남쪽으로 장곡면 죽전리, 북쪽으로 홍동면 홍원리와 경계를 이룬 오지 마을이다. 원래는 홍동면에 속했으나 1983년 2월 15일 비교적 가까워 접근하기 쉬운 광천읍으로 편입됐다. 광천읍과 홍성읍을 오가는 군내버스가 하루 3회 왕복을 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읍내 외출하기가 쉽지 않다.

■ 유기농, 풀무생협과 계약재배
산골 오지에 고립된 지리적인 특징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일찍 친환경농업에 눈을 떴고, 양돈과 함께 고소득을 올리며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현재 85가구 200명이 살 정도로 산골마을 같지 않게 공동체의 규모가 크다. 4개 반으로 나눠진 운용리는 대형 돈사나 축사를 따라 집들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다. 축사는 15가구가 하고 있으며, 친환경농업은 13가구가 한다.

“우리 마을은 유기농으로 벼를 경작하는 논이 450마지기입니다. 밭작물은 4만 평을 유기농으로 하죠.” 한때 운용리유기농작목반장을 맡았던 구길회(63·사진) 씨의 말이다. 구 씨는 17년 전 앞장서서 친환경농업을 시작했다. 그 때는 상당히 용기가 필요했다고 회고한다.

“처음에는 겁이 나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그게 더 편하더군요.” 농약과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기에 두려운 마음으로 시도를 한 것이다.

“지금은 농약을 하는 문제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김매기가 어려운데 그것도 우렁이가 다 해결합니다.” 기자가 식물을 해치는 벌레를 손으로 다 잡을 수는 없는 일로 정말로 농약을 쓰지 않느냐고 물으니 구 씨는 자신있게 대답한다.

“농약을 전혀 안 씁니다. 벌레는 유기자재로 퇴치합니다.” 유기자재는 작목반에서 공동구입을 해 쓴다. 운용리작목반과 계약재배를 하는 풀무생협에서 공급한다. 풀무생협은 작목반이 육묘부터 상토, 벼를 재배하는 과정까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추수 때는 현장에서 수확한 유기농 벼를 바로 수매해 싣고 가버린다. 친환경농업이 중간에 변질될 수도 없고 관행농으로 재배한 일반벼가 유기농 벼로 둔갑할 수도 없다.

“논에서 벼를 베자마자 바로 가져가버리니까 우리는 벼를 건조하는 부담이 없어 좋습니다. 서로 불신할 여지가 없어요. 풀무생협 인증센터가 그런 식으로 인증하고 관리하니까 소비자 입장에서도 유기농 쌀을 신뢰할 수밖에 없어요.”

구길회 씨는 유기농이 또 한 가지 어려운 점으로 잡초제거라고 했다. 제초제를 뿌리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인데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도시 소비자들을 위해 성분이 독한 화학약품으로 풀을 죽이지 않는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잡초를 제거하는데 우렁이 농법으로 가능하다.

“우리는 제초제를 안 쓰는 대신 우렁이를 통해 잡초를 제거합니다. 논에 물을 잔뜩 가둬놓으면 우렁이가 풀을 다 뜯어 먹습니다.” 우렁이는 원래 식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논에 많이 넣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 자생할 만큼 흔하지 않아 양식하는 업체에서 공동구입해 쓴다.

“모를 심고 3일 만에 물을 잔뜩 댑니다. 논에 잡초가 많으면 우렁이를 더 넣고 덜하면 덜 넣는 방식으로 합니다.” 물론 우렁이는 식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친환경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행농법보다 농자재값이 더 들고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소식 재배를 한다. 수확한 벼는 이삭이 좋을뿐더러 확연히 차별화된 밥맛으로 한 번 맛을 본 소비자들은 꾸준히 찾는다. 가격도 관행농법으로 지은 쌀보다 거의 2배 가까운 값으로 팔린다.

“유기농을 하게 되면 품이 많이 들고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그러나 환경을 살리고, 땅과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쌀값도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노력한 만큼 수지가 맞습니다.”

아버지를 지극한 정성으로 간병한 효자 김복환의 정려비가 마을 안에 있다.

■ 영광 김씨 문중이 세운 찬양문
운용리 마을에는 영광 김씨 문중에서 세운 ‘찬양문’이 있다. 원래 효자문으로 불렸던 정려 안에는 ‘효자영광김복환지비’가 세워져 있다. 김복환은 성리학의 가르침을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한편 어버이를 지극히 섬기는 효자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동네에 밤마다 호랑이가 몰래 침입해 가축을 물고 가기 시작했다. 김복환의 아버지가 하루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외양간에 소 대신 호랑이가 누워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버지는 소를 잡아먹은 호랑이를 당장 잡으려 했지만 워낙 사납게 덤벼드는 맹수의 기세를 당해내지 못했다. 그 후 김복환은 큰 상처를 입고 몸져 누운 아버지의 병상을 지키며 온갖 정성을 다해 간병했다. 심지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피를 마시도록 했지만 아버지는 3일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김복환은 부친상을 치른 후부터는 그 호랑이를 잡으러 발 벗고 나섰다. 그러나 서천에서 그 호랑이를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복환은 득달같이 달려가 호랑이 고기를 씹어 먹으며 아버지의 한을 달랬다. 호랑이를 죽인 포수에게는 자신의 집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상을 줬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영광 김씨 문중에서 1928년 운용리 마을 안에 정려비를 세웠다고 한다. 2011년 김씨 문중에서 다시 정비를 하고 그 옆에 김복환이 효행한 사실을 요약한 ‘찬양문’을 새긴 비석을 세웠다.

■ 두레정신 이어받은 공동육묘
운용리 마을에는 친환경농업과 축산을 하는 청년들이 많다. 회원만 42명이어서 광천읍에서는 가장 많은 청년을 가진 마을로 활동도 활발하다. 모내기철에는 관행농이든 친환경농이든 육묘를 공동으로 해 비용을 절감한다. 두레의 아름다운 공동체문화를 그대로 전승함으로써 요즘 흔히 쓰는 용어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관행농과 친환경농사용으로 각기 구별해서 공동육묘를 한다. 구길회 씨는 운용리를 거쳐 홍성과 광천읍내로 나가는 버스를 좀 더 늘려 줬으면 좋겠다며 그 밖에는 원하는 것이 없어 자족하며 산다고 했다.

“여기가 사각지대라 버스를 더 넣어줬으면 합니다. 하루 3대뿐인 버스를 꼭 시간을 맞춰가야 하니까 노인들이 읍내 다니기가 불편해요.”

무더운 여름철 마을회관에 모여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는 주민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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