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지나가니 호우가 찾아왔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홍동면 운월리의 한 논에서는 처서가 지나고 벼들이 알갱이를 품고 조금씩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옛날에는 쌀 한 톨이 수채에 보이면 며느리가 헤프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농부의 발걸음과 돌봄으로 자라는 귀한 쌀이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이 있다. 속이 꽉 찬 사람은 인격이나 지식의 정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겸손해진다는 뜻이다. 계절을 따라 같이 고개를 숙여가는 벼를 보며 오늘은 조금 겸손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