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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깨친 백제사 사학계를 향한 돌직구출향인 인터뷰<12> 이강우 재경향토사학자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9.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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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곡면 출신 출향인 백강(白矼) 이강우(65) 씨가 최근 ‘백제사기의 비밀과 유적’(맑은샘)이라는 책을 펴냈다. 신국판 384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만만치 않은 분량에서 역사에 대한 저자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피를 토하며 썼을 글을 그냥 넘기며 보기만 해도 마음이 겸허해진다.

표지의 날개에 있는 저자의 사진과 함께 실린 약력을 보니 백제사기연구회 위원, 독립투사만해한용운선생기념사업회 이사를 현재 맡고 있는 것으로 돼 있고, 백제주류성연구소 소장에는 접두사 ‘전’(前)자가 붙어 있다. 그 밖에 저자의 학력에 대한 소개가 없다. 이 정도의 연구 결과물이라면 석·박사학위나 최소한 학사학위 정도는 보유한 인물로 짐작할 수 있는데 그런 것이 생략돼 있다.

저자로서는 생략한 이유가 있었다. 말을 바로 하자면 생략한 것이 아니라 그런 거창한 내용을 쓸 게 없었다. 저자는 장곡초교 졸업이 최종학력이었다. 박사학위 논문급에 속하는 저서에 초졸 학력만 쓰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내세울 만한 고학력이나 학벌이 없으면 속이 꽉 찬 내용까지도 빈껍데기 취급을 당한다. 그래서 저자는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역사 관련단체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으로 판단받기를 원했다.

저자는 초졸 학력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는 광범위한 독서로 교양을 쌓으며 독학으로 역사를 섭렵했다. 또 발로 뛰면서 백제부흥전쟁기 주류성의 흔적을 장곡에서 찾아냈다. 기성 학계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을 찾아 지형지물을 직접 확인하고, 일본서기, 삼국사기 등 국내외 고문헌까지 뒤지며 이론화했다. 하지만 낮은 학력을 빌미로 삼고 마냥 무시하는 역사학계의 풍토가 그는 안타깝다. 심지어 고향의 향토사학자들 사이에서도 그는 이단자로 취급당한다. 저자가 생계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현직은 건축업이다. 그것 역시 억지로 숨길 일도 아니지만 ‘노가다가 뭘 알겠냐’는 식의 선입감 때문에 굳이 밝히지도 않는다. 기자는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그를 만나 자세히 이야기를 들었다.

■ 김갑현의 유고 읽고 연구 시작

최근 펴낸 이강우 씨의 저서 ‘백제사기의 비밀과 유적’

-자기소개를 자세히 한다면.
“1953년 홍성군 장곡면 신동리에서 태어나 1966년 장곡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 후 2년여 향리에서 농사일을 하다가 고향을 떠나 개인사업장을 전전하며 독학했습니다. 군제대 후에는 결혼했고, 지금은 자녀가 아들 딸 포함해 네 식구입니다.”

-장곡면에 살던 어린 시절 주류성의 존재와 역사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들은 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장곡면 산성들에 대해 연구하게 된 동기와 목적은?
“2010년경부터 장곡의 근래 사회상과 문화유적에 관심을 갖고 동네를 다니며 전래이야기를 수집해 ‘장곡이야기’를 출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故) 김갑현(金鉀鉉 1932~2001) 선생이 향토사학자로 두드러지게 활동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의 아우 되시는 김확현 선배를 만났죠. 그 분이 김갑현 선생이 주류성에 대해 연구한 유고를 주시더군요. 그것을 읽어보고 더 연구할 필요성을 느껴 2013년 12월 말쯤부터 사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박성흥(朴性興 1917~2008) 선생의 저서 ‘진번목지국과 백제부흥전’을 서울의 한 서점에서 구입해 읽었습니다. 그런데 박성흥 선생의 책에는 복신굴과 백강의 위치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고 판단돼 이 때부터 제가 탐구에 나서게 됐습니다. 물론 그 분이 일찍 나서서 연구하신 업적은 높이 평가합니다. 저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일본서기를 함께 구입해 독해를 하면서 2014년부터 진지하게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당진 석문중학교 이사장 신양웅(申良雄) 교장을 찾아가서 만났더니 박성흥 선생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홍성의 향토사학자 복익채(卜益采) 선생도 그 무렵 만났는데 그 분의 소개로 홍주향토문화연구회에도 가입하게 됐습니다. 그 후 2017년 11월 7일까지 2년 5개월간 홍주향토문화연구회에서 활동했습니다.

제가 장곡산성에 대해 연구하는 목적은 국내의 유명한 학자들이 전라북도 부안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론을 대체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충청남도 홍성 주류성說을 최초로 주장한 박성흥 선생의 연구가 미완으로 끝나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이를 지지하는 논지가 홍성에서는 아직까지 나타난 것이 없으니 저는 박성흥 선생의 연구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이를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백제의 백강과 주류성의 위치에 대해 홍성지역 향토사학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다른 점은.
“백강과 주류성의 위치에 대해 홍성의 향토사학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연구한 결과물이 없었고 지금도 비교해서 말할 논고가 없습니다. 박성흥 선생은 예산군 덕산 출신입니다.”

-옛 문헌은 한문이 많은데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 공부는 어떻게 했습니까? 아니면 전공분야의 학자나 고문서를 해석한 저서의 도움을 받았습니까?
“한문은 젊어서부터 신문을 읽을 수 있는 정도였고 전문 소양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문학자의 도움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삼국사기와 일본서기, 구당서의 원문은 한국고대사학회의 자료를 인용했고, 일부 원문은 홍주향교 한학강사 이환남 선생의 국역을 도움 받았습니다.”

-고대 백제에 속하는 여러 지역에서 백강과 주류성에 대해 견해를 달리 하고 있는데 단순히 애향심 때문에 자기 고장에 역사성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으로 봐야 합니까?
“애향심에 앞서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2014년 2월초 전라북도 부안군 위금암산성을 탐방한 후 역사서의 관련 부분을 읽었는데 김부식과 일연선사의 편찬서 주석 주해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편찬자가 추가로 넣은 지명이 잘못된 표기였다는 것입니다. 저는 원문에 나타난 고지명(古地名)의 지형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어떤 이끌림이 있었다고 저는 답할 수 있습니다.”

■ 지역사회의 무관심 안타까워
-마찬가지로 홍성 출신이 장곡 산성을 연구할 때도 애향심을 배제하고 철저히 객관적인 입장에 서야 한다고 봅니다. 역사학계에서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평가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앞으로 계획은?
“이번에 내놓은 고대사 기획 결과물은 필자 입장에서 하나의 견해입니다. 여기에서 진일보 하려면 철저한 혹평과 질문도 있어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해 저는 적절한 답변도 내놓을 것입니다. 이처럼 검증과 견해가 어우러진 비판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전문가가 아니고 일반 사회인이 연구한 역사서라고 무시하는 풍토는 곤란합니다. 그렇다면 전문 지식인들은 주류성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짚어볼 일입니다. 박성흥 선생의 ‘홍주주류성고’가 선두 역할을 했고, 이제 저의 다음 순서로 이어질 연구에 대해 기대하며 기다려 봅니다. 일반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저술이라고 폄하하면서 지역의 관청과 관련학계에서 눈여겨보지도 않고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저는 당분간 숨을 고르면서 홍주주류성 연구를 위해 협력할 분들을 찾아서 협의하는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방법론에서 ‘진번목지국과 백제부흥전’의 저자 박태신 선생과 ‘백제멸망과 부흥전쟁사’의 저자 이재준 박사와 합동토론(협의)이 가능하다면 주류성을 찾는데 좋은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봅니다. 지역의 행정기관에서 문화분야의 역점사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번에 출간한 고대역사 기획물을 개인의 작품으로만 여기며 외면하거나 홀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강우 씨가 지난달 24일 홍주성 역사관에서 ‘백제부흥전쟁유적지’ 연구발표회를 시작하기 전 장곡면 주민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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