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란 어떤 질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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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란 어떤 질환인가
  • 남동현 칼럼위원
  • 승인 2018.09.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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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란 과거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이전에 비해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인지기능이란 기억력, 언어능력, 시간과 공간 파악능력, 판단력, 추상적 사고력 등을 포함한다. 나이가 들며 인지기능이 감퇴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노화 과정의 일부이긴 하나, 그 저하 수준이 같은 연령 표준에 비해 ‘현저히’ 심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 기능의 저하’가 뚜렷이 나타날 때에 치매를 진단하게 된다.

치매 중 가장 흔한 것은 ‘알츠하이머’형 치매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증상의 악화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가족들도 유심히 지켜보지 않을 경우 단순 노화과정으로 착각해 발병 사실을 놓치기 쉽다. 기억력 저하 증상의 경우,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장기 기억 보다는 최근 사건에 대한 단기 기억이 현저하게 손상되며 이로 인해 최근에 들은 말이나 중요한 약속이나 날짜 등을 쉽게 잊게 된다. 

증상이 심화되면 자주 가던 장소의 길을 헷갈리기도 하며, 식사 여부 혹은 배변을 했는지 여부에 대한 기억도 잊게 된다. 일상생활 능력의 저하로 인해 간단한 돈 계산, 집안일, 가전제품이나 도구의 사용에 장애가 생기며 증상의 후기에는 식사, 대소변 관리 및 위생 관리 등의 독립적인 기초 생활에도 장애가 생긴다.

두 번째로 흔한 치매는 ‘혈관성’ 치매로,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의 뇌혈관 장애를 겪고 나서 인지기능 저하와 일상생활 수행의 장애가 발생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뇌혈관 병변의 위치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 인지기능의 저하가 갑작스럽고 계단식으로 악화되는 경과를 밟으며 전두엽 실행기능의 장애를 보이기 쉽다. 

치매의 증상은 원인과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어 이를 일률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분명한 것은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 뿐 아니라, 우울, 불안, 불면, 망상, 환각 등의 정신행동 증상이 흔히 함께 동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인지기능 저하 보다 정신행동 증상들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 이를 계기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찾았다가 치매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치매 치료의 목표는 비단 인지기능 저하의 속도를 정상인 수준으로 늦추는 것뿐만이 아니라 동반되는 정신행동 증상들을 조절하는 데에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인지기능개선제, 항우울제, 항정신증제, 항불안제 등 다양한 약물치료와 정신재활치료를 진행하며 행동 문제도 함께 개선함으로써 환자와 그 보호자의 정서적, 육체적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치매를 진단하는 데에는 먼저 환자와 보호자로부터의 충분한 병력청취가 매우 중요하다. 다른 질환과의 감별도 중요한데 이를테면, 일시적이고 갑작스럽게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섬망’이라는 질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질환은 언뜻 치매와 유사해 보이나 치매와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상 기능으로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 또한 일시적인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어 지속적인 진료를 통한 질환의 감별 및 치료가 필요하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할수록 예후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치매 증상이 조금이라도 의심될 경우 적극적으로 지역 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보건소, 의료원 등을 방문해 진료와 상담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남동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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