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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보이즈

올해에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델타 보이즈’다. ‘구타유발자들’ ‘가족의 탄생’‘범죄의 여왕’ ‘감자 심포니’ 등과 마찬가지로 다섯 번을 넘게 봤다. 기억할만한 그 무엇이 있는 영화는 몇 번이고 다시 보는 취미가 있기 때문인데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동일한 용량의 감동과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면에서 델타 보이즈는 놀라운 영화다. 몇 번을 눈 씻고 다시 봐도 감동받을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시선을 확 사로잡는 별스러운 장면이나 느낌도 없다. 그것뿐이랴. 시나리오가 탄탄하기를 하나, 기승전결이 뚜렷하길 하나, 유명 배우가 있기를 하나, 정말 무엇 하나라도 내세울 것이 없는 확실한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심지어 효과음이나 그 흔한 삽입곡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왠지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안타깝고 우습고 슬프고 화가 나는 복잡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매번 만나게 된다.

‘미국에서 살다 일자리를 찾아 돌아온 예건(이웅빈)이 공장에 다니는 친구 일록(백승환)에게 남성 4중창 대회에 나갈 것을 권유하고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대용(신민재)과 트럭 노점상을 하는 후배 준세(김충길)가 이들과 합류해 델타 보이즈라는 팀을 만들어 목표를 향해 고군분투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 잊고 지내던 과거의 열정을 ‘노래’라는 매개를 통해 다시 부활시키면서 일상에 굴복한 채 자신의 꿈을 잃어가는 나약한 현대인들을 조용히 일깨워 주는 그런 영화다.
1930년대 실제 미국에서 활동했던 흑인 4중창단 ‘델타 리듬 보이즈’에서 영화의 제목과 노래를 따온 이 영화는 독립영화의 전형과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전체 제작비 250만 원, 단 9회의 촬영, 70% 이상을 애드립(무대본)으로 찍은 이 영화가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제21회 인디포럼 올해의 관객상’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 건지상, 전북영화비평포럼상’ ‘제4회 인천독립영화제 관객인기상’ 등을 수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주인공들은 출연료 없이 ‘그냥 좋아서’ 영화를 찍었고 감독은 배우를 믿었으며 관객은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공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곧 우리지역 홍성에서 국제단편영화제가 개최된다고 한다. 실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그 자체가 종합예술인 동시에 그 자체가 하나의 산업이다. 이번 행사가 단순한 영화제의 개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영화산업의 육성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지속적인 영화제의 정착을 기반으로 우수한 시나리오 공모, 유능한 신인감독 발굴, 더 나아가 영상산업단지의 조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사실 우리 홍성이 영화산업의 불모지는 아니다. ‘피 끓는 청춘’, ‘위대한 소원’, ‘마녀’ 등 많은 관심작들이 홍성에서 촬영됐다. 특히 ‘피 끓는 청춘’은 홍성 곳곳이 자세히 소개되기도 했다. 영화가 한 편 성공하면 관광도 자연히 따라온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에 대한 관광수요는 일 년 내내 꾸준히 발생되고 있으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라디오 스타’의 영월, ‘웰컴투 동막골’의 평창, ‘곡성’의 곡성, ‘건축학 개론’의 제주, ‘해신’의 완도 등 아무리 구석에 있어도 스마트폰을 앞세우고 다들 잘 찾아가고 있다. 합천 부안 나주의 영상테마파크는 물론이고 전남 순천의 드라마 세트장도 이미 유명 관광지,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바야흐로 문화가 돈이 되고 관광이 경제가 되는 시대다. 늦었지만 홍성도 영화산업에 본격투자 할 때가 됐다. 충남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사업 등을 십분 활용해 홍성의 우수한 관광자원을 영화에 삽입하려는 노력을 우선 기울여야 한다. 홍성도 홍성의 관광자원을 영화에 삽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편영화를 시작으로 독립영화, 상업영화까지 아우를 수 있는 영화산업의 기반조성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홍성국제단편영화제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칼럼위원>

조남민 칼럼위원  cn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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