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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47>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아니지요, 신부님. 난 신부님이란 남의 일에 무엇이나 설교해도 좋다고 봐요. 무조건 ‘너희들은 죄인이다’하고.”
그날 밤 한 박사가 택시로 집에 돌아온 것은 열한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한 박사는 아내가 없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집에 들어왔다. 양심에 걸리는 짓을 한 일은 없지만 아내가 집에 있으면 늦게 들어온 것을 변명 비슷하게라도 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내는 오늘 서울에서 고등학교 동창생의 집에 묵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한 박사는 전적으로 그것을 믿지는 않았다. 정말로 그런지 어쩐지 알 수도 없고 혹은 다른 곳에서 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박사는 아내가 있는 곳을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에게 귀찮은 짓이 될지도 모르고 또 한 박사 자신에 대해서도 부질없는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한 박사는 최근 1~2년 사이 거의 아내와는 부부가 아니었다. 그 점에 대해 한 박사는 진담도 농담도 아닌 몇 가지 변명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섹스의 처리만이라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고 또 아내가 없는 것이 자기본위가 되어 마음 편한 점도 없잖아 있었다.
아내와 육체관계를 갖지 않는 것은 그녀가 만일 임신이라도 하는 경우 그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한 박사의 징벌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 된다. 만일 외간 남자와 그런 일이 생겨서 아내가 털어놓고 고백이라도 해온다면 한 박사는 한 사람의 의사로서 자신 있는 솜씨로 ‘사후처리’를 해 줄 용의는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의사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안심이 될 것이다, 라고. 딸아이가 있음으로 해서 단지 체면만의 부부로 유지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때때로 한 박사는 자기는 아내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단지 그것은 아내로서가 아닌 듯 싶었다.
한 박사는 아내를 육친으로 생각하곤 했다. 윤미란 여자는 자기의 아내가 아니고 누이동생이나 혹은 누이동생에 가까운 여자가 아닌가 라고 생각되어 왔다. 육친이라면 섹스의 대상이 아니다. 아내가 정신적으로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을 한다고 해도 지금에 와서 한 박사는 그녀를 버릴 수는 없었다.

한 박사가 다음 날 아침, 병원에 출근할 때까지 아내는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날 처음으로 들어온 환자는 불임증 치료에 최후의 희망을 걸고 온 이서영 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덕택으로 근래에는 몸도 좋아진 것 같아요.”
이서영 씨의 검사는 처음처럼 순조롭지 않았다. 그 부인의 어머니가 골절을 당해서 입원을 하고 있어 그가 서울에 병원에 간호를 하러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상이 없었고 한 박사는 이서영 씨의 난관의 검사를 해보고 싶었다. 이 검사는 생리가 끝나고 배란일까지의 사이라는 제한이 있다.
시어머니의 간호도 시누이에게 맡길 수 있게 되어 이서영은 지난달에 그 검사를 받고 싶었으나 그 때 마침 감기가 들었다. 감기인데 그래도 검사를 받을 수가 있느냐는 전화 문의에 한 박사는 무리할 것 없이 한 달쯤 연기하자고 해 둔 것이었다.

난관이란 난소에서 난자가 내려오는 통로에 해당된다. 이곳에 장애가 있으면 정자와는 만날 수가 없다. 이것이 어느 정도가 깨끗하게 통해 있는가를 요오드가 든 조영제를 외자궁구에서 주입해서 골반내의 상태를 렌트겐으로 촬영하는 것이다. 한 박사는 지금 곧 이서영 씨의 난관촬영을 할 생각은 없었다. 이 테스트를 하기 전에 혈침을 조사하고 질 내용의 검사를 하고 세척해서 항생물질을 넣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건 다른 세균이 있을 가능성이 많은 질이 중복질 이라서 중격이 된 경우인가. 선천적으로 된 강인한 처녀막인 경우는 주간지들에서 섹스 기사로써 많이 다루고 있어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므로 러브호텔이나 신혼여행 중에서도 의사에게 의논하는 예가 많이 있다.
“생리는 순조로운가요?”
한 박사가 물었다.
“아직 없어요.”
“한 번도?”
“네.”
“그게 더 문젠데. 댁의 나이라면 당연히 멘스가 없어서는 안 되는데.”
“우리 엄마도 시작이 늦었다고 해서……”
“멘스는 없어도, 매월 아랫배가 아프다거나 배가 불러진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한 박사가 의심한 것은 처녀막폐쇄증 이었다. 사춘기가 되어서 월경이 시작되어도 경혈의 출구가 없으므로 먼저 질류혈종, 다시 난관복강단도 폐쇄되어, 혈액은 복강 안으로 흘러내리지 못하게 되어 난관류혈종을 만들게 된다. 이런 생태가 오래 계속되면 생리 때마다 하복통으로 느끼게 된다. 이것을 월경 모리미나 라고 하고 있다. 다시 유혈종이 커지면 자궁저가 밀려 올라와 임신과 같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런 적 없어요.”
한 박사는 환자의 아랫배를 눈으로 훑어보았으나 타이트스커트는 오히려 훌쭉한 복부를 보이고 있었다.
한 박사는 최민자의 전신부터 보기로 했다.

생리가 없다고 하면 한 박사는 먼저 가슴부터 보기로 한다.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 처녀라도 유즙을 분비하는 기묘한 병이 있다. 알곤즈-데루가스테로이 증후군이라든가 포오베스-알부라이트 증후군이라 불리는 병으로 무 월경의 증상을 수반한다. 일반 환자에게는 한 박사는 ‘해산 후에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동안에는 멘스가 없지 않아요? 그와 같은 이치입니다’라고만 설명하고 있으나 하수체에 종양이 생기거나 도루코 안장이라 불리고 있는 부분이 확대되면 그런 증상이 생긴다고 한다. <계속>

한지윤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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