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베풂, 기부를 통해 행복을 사고 파는 삶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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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베풂, 기부를 통해 행복을 사고 파는 삶 실천
  • 취재=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0.2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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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17>

너른내 장학회 편기범 이사장
고향의 초·중·고교생들에게 한해도 거르지 않고 40여년간 6억여 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소리꾼 장사익 문화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는 편기범 회장.

열정적으로 일해 모은 돈 고향의 청소년들 위해 행복을 파는 사람
40년간 장학금 지급액 6억원 넘어 ‘40% 이상 기부한다’ 삶의 원칙
개교 60주년 당시 총동문회장, 광천중장학회 종잣돈 2억 여원 마련
세계적인 인간문화재, 소리꾼 장사익 문화사업 꼭 실현하고 싶은 꿈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정한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에게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은 “사람은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독립한 이래로 당대 최고의 부자를 세 명만 꼽으라면 ‘부자로 죽는 것처럼 부끄러운 것은 없다’라고 말했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 1835~1919), 석유왕 존 록펠러(John Rockefeller, 1839~1937) 그리고 ‘은퇴 후 자선 활동에 앞장서겠다’는 빌 게이츠(Bill Gates, 1955~ )를 꼽을 수 있다.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소유한 재물의 양이 당대 최고의 부자로 인정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나눔과 베풂의 삶이 여느 부자와는 남달랐기에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매우 운이 좋아서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래서 항상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을 책임 있는 곳에 기부하는 것이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는 미국의 유명한 사업가 워렌 버핏은 지난 2006년 자신의 재산 85%를 기부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줬다. 워렌 버핏은 3000만 원짜리 집에 살면서 중고차를 몰고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는 소박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아프리카의 성자로 불리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알버트 슈바이처(Albert Shweitzer, 1875~1965)박사는 “30세 이전까지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30세 이후부터는 철저하게 남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늦은 나이에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해 아프리카 적도 부근으로 가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평생 봉사하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절망에 빠져있는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나눔과 베풂, 그리고 행복을 사고파는 기부정신을 실천한다면 그건 분명 삶에 있어 희망의 등불이다. 이것이야말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존엄성을 인정하고 함께 잘 살아보자는 고루살이 정신의 실천일 것이다.

■ 40년 동안 55번째 장학금 6억원 기부해
우리의 곁에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정한 행복을 사고파는 사람이 있다. 삶에 충실하며 열정적으로 일을 해서 모은 돈으로 해마다 고향의 청소년들을 위해 행복을 파는 사람이다. 일찍이 서울에서는 ‘웅변계의 대부’로 알려져 왔지만 고향인 광천에서는 ‘기부의 대부’로 불리는 충청도 광천사람 편기범 회장이 그렇다. 편 회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고향의 어린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 나눔과 기부를 통해 존경을 받으며 스스로 행복을 사고파는 사람이다.

편기범 회장의 고향은 홍성군 광천읍이다. 광천에서 태어나 광동초, 광천중, 대전고를 거쳐 경희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4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초·중·고교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1979년부터 5년간은 한 해 50만원씩, 1985년부터는 100만원씩 기부했다. 2000년부터는 아예 ‘너른내’라는 장학회를 만들어 기부액을 늘렸다. ‘너른내’는 광천(廣川)의 순수한 우리말로 힘차게 뻗어나간다는 뜻도 담겨있다. 2015년부터는 한 해 장학금이 4000만 원이 넘었다. 올해는 지난 15일, 총 61명에게 445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40년 동안 장학금으로 지급한 금액만도 6억 원을 넘겼다. 한 해 동안 버는 돈의 40% 이상 기부하는 것이 편 회장의 삶의 원칙이라고 한다.

“40년째 지키고 있는 나만의 약속이 있습니다. 한 해 버는 돈의 40% 이상은 무조건 기부하자는 것이지요. 노후자금 마련하겠다고, 자녀에게 물려주겠다고, 죽자고 돈 벌어서 집에 쌓아두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땀 흘려 번 돈으로 학업의 길을 열어주는 것만큼 값진 일이 없지 않습니까.” 편 회장이 기부를 작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학 시절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얼마 후 어머니가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으면서 하루아침에 동생 4명의 생계는 물론 학비까지 책임져야 했다. 그래서 쉴 새 없이 웅변 과외를 했다고 회고한다. 편기범 회장이 남몰래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아픈 가족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고향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낙향한 것은 동생들 뒷바라지가 끝난 뒤였다. 이때 고향 선배에게 “당선되려면 기부를 시작하라”는 말을 듣고 우선 모교인 광동초등학교에 50만원을 내놓으면서 첫 기부는 시작됐다. 쌀 한 가마니 값이 3만2000원 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국회의원 출마 준비 중에 큰형이 사업 실패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정치의 꿈을 접은 편 회장은 “이사장님이 주신 장학금으로 교복도 사고, 학비를 보태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었다”면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인생관을 바꿨다고 고백한다. 이후 편 회장은 뜻을 굳게 정하고 기부를 계속하게 됐다고 한다.

편기범 회장은 장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데, 지금까지 40년 동안 55번째 장학금을 주면서 55번을 똑같은 말을 장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제가 장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은 이름만 장학금이지, 사실은 장학생들에게 빌려주는 돈입니다. 비록 저는 작은 돈을 빌려주지만 장학생들은 모두 열심히 노력해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꼭 성공해, 제가 빌려준 돈에다 훗날 이자를 훨씬 더 많이 보태서 또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 빌려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장학생들도 오늘 제가 여러분에게 전한 이 말을 그대로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함경남도 이원군장학회에 총 12차례에 걸쳐 총 2500만 원씩을 기부했다. 이는 편기범 회장의 아내이면서 너른내장학회 이사로 있는 이정애 이사가 함경남도 이원군 출신으로 이원군 군민회에서 설립한 장학금을 40여 년 전 대학교에 다닐 때 받았는데 그에 대한 빚을 부부가 함께 갚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 총동문회, 소리꾼 장사익 문화사업 앞장
한편 편기범 회장은 광천중학교 개교 60주년 행사 당시인 2006년에 총동문회장을 맡아 2억 원이 넘는 장학기금을 모아 광천중학교장학회의 종잣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광천중학교총동문회장을 맡았다. 총동문회장과 명예회장을 지내고 또 다시 총동문회장을 맡게 됐는데, 순전히 총동문회 활성화를 위해 사심 없이 일할 사람을 물색한 동문들의 선택이 결국은 편기범 회장의 당첨이었던 것이다. 어떠한 혁명적 일이 또 다시 벌어질지에 벌써부터 선후배들의 관심이 후끈거리고 있는 가운데 벌써 큰 일 하나를 벌였다. 편 회장이 총동문회장을 맡자마자 채소를 팔고 돼지를 키우는 농사꾼이 장학금 500만원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광천중학교총동문회에서 야심적으로 추진할 일은 인간문화재로 내세울 수 있는 ‘소리꾼 장사익 문화사업’이다. 광천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광천토굴새우젓과 광천재래맛김이 있다면 또 하나 광천중학교 제17회 출신인 세계적인 인간문화재, 소리꾼 장사익이 있기 때문이다.

“광천의 삼봉마을에서 태어난 장사익이 발성연습을 하던 삼봉 뒷산의 등산로를 ‘장사익 올레길’로 조성하고, 장사익이 살던 집 앞의 폐교(옛 광신초)를 활용해 ‘장사익기념관’도 만들고, 삼봉에서 개천길을 따라 광천전통시장 등을 잇는 거리에 장사익의 노래가 은은하게 흘러 퍼지는 ‘장사익 거리’도 만들어 음악이 흐르는 여행코스가 된다면 벌써 장사익 문화사업 1막은 구상이 끝난 거 아닙니까?” 그래서 장사익 문화사업 시작에 앞서 오는 11월 25일 서울의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장사익 소리판 ‘자화상 七’ 공연에 “광천의 봉사·자선 단체 관계자 등 광천읍민들을 모셔서 시설이 좋은 곳에서 장사익의 노래의 진수를 경험하게 하려고 광천중학교총동문회에서 1100여만 원을 들여 버스 2대를 예약하고 입장권도 예매해 놓았다”고 편 회장은 밝혔다.

편기범 회장은 대학 시절부터 서울에서 웅변학원을 운영한 웅변인이자 ‘스피치의 달인’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설 지도 경험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편 회장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웅변 외길을 걸어오면서 1967년과 1971년, 1977년에 전국웅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고, 선거연설 방법 등 6권의 전문서적도 출판했다. 편 회장은 지금까지 대통령 후보나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에 이르기까지 수십 명의 정치인에게 스피치를 지도해온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할 수 없지만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편기범 회장과 대전고등학교 동기이니까 이름을 밝힐 수 있을 듯하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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