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꿈, 동화로 세상 밝히는 사랑과 행복 ‘나눔·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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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꿈, 동화로 세상 밝히는 사랑과 행복 ‘나눔·봉사’
  • 한기원 기자
  • 승인 2023.08.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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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상 수상한 웅변인·동화구연가 ‘편사범 회장’
병치레 잦았던 딸에게 동화책 읽어주던 것이 계기
아내와 딸·아들·사위·며느리까지 동화구연가 활동
30여 년간 아이들을 위해 무료 봉사 공연을 펼쳐오고 있는 동화 구연의 대가(大家) 편사범 동화구연아버지회장.

지난 4일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에서 개최된 세계 19개국 연사가 참여한 ‘제27회 세계 한국어웅변대회’에서 광천 출신의 편사범 회장(70·동화구연아버지회 회장)이 일반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번 세계 한국어웅변대회는 주싱가포르 대한민국대사관(대사 최훈), 한국스피치웅변협회(회장 김경석),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총장 Tan Eng Chye)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중국, 호주, 인도네시아 등 19개국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된 개인 47명과 단체 8팀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세계 17개국에서 참가한 참가자들이 한국어 소통과 세계 평화를 주제로 발표한 가운데 대통령상은 일반부에서 편사범 회장이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또한 6·25 한국전쟁 당시 유엔 연합군으로 참전한 에티오피아 가브리예수스 미카엘 대령의 손녀인 합테마리암이 나다움 군과 함께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세계 한국어웅변대회는 한국어의 가치와 우수성을 홍보하고 한글을 보급하기 위해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개최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1∼2022년에는 한국에서 열렸으나 올해 다시 해외로 무대를 옮겨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다.
 

병치레가 잦았던 어린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던 것이 동화 구연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 편사범 회장과 동화구연, 그리고 소통
편사범 회장이 구연동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이가 어려서 병치레를 많이 했는데, 어느 날 입원실에 누워있는 아이를 보면서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병원 복도 책꽂이에 꽂혀있는 동화책을 발견하게 된 편사범 회장은 병치레로 인해서 힘겨워하는 딸을 위해 서툴지만 정성껏 동화를 읽어주기 시작한 것이 첫 동화구연의 시작이었다.

순간 ‘왜 지금까지 동화책을 읽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좋아했던 딸을 본 편 회장은 그렇게 동화구연을 시작하게 됐다. 그 순간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 기뻤고, ‘단순히 책만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인형을 가지고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인형을 들고 동작을 취해가며 동화를 읽어줬더니, 더 좋아하는 딸을 보고 딸을 위해 꾸준히 동화를 읽어주다 보니 어느덧 동화와 친해지게 됐다. 그것이 편사범 회장이 동화구연을 시작하게 된 동기였다.

하루는 딸이 학교에서 받아온 공문이 바로 1991년에 열린 ‘제1회 아버지 동화구연대회’ 참가자를 모집하는 내용이었는데, 고민을 하다가 아이를 위해 나가보자 용기를 내 도전하게 됐다고 한다. 사실 대회에까지 나갈 생각은 없었는데, 대회를 준비하고 연습하다 보면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싶어서 용기를 냈다. 편 회장은 1991년 제1회 아버지 동화구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듬해, 제2회 동화구연대회에서 시범 구연을 하러 갔을 때, ‘동화구연아버지회’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대회가 끝나고 나면 사라져버릴, 끼 있는 아버지들의 재능이 아까워 더 의미 있는 사회활동으로 발전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편 회장의 의견에 다른 아버지들 또한 동참하기로 했고, 그렇게 아버지 동화구연대회의 1~2회 입상자들이 모여서 ‘동화구연아버지회’를 만들었다. 현재 정회원을 비롯해 전국에 8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해를 거듭해 어느덧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매년 수차례 고아원, 양로원, 소아과 병동 등을 돌며 무료 봉사 공연을 펼쳐오고 있다.

사실 그 시절 아빠들은 아이들과 또는 가족들과 교감하는 방법을 잘 몰랐는데, 바로 ‘동화책’이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동화구연아버지회’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나이대도 다양하고 직업도 다양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족을 아끼며, 동화를 통한 우리 사회의 소통을 바란다는 점이다.

그래서 동화구연 봉사는 자녀들에게 세상에 대한 편견까지 없애주는 최고의 공부라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내 자식만 챙길 것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관심과 사랑, 소중한 꿈을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자 관심이고 즐거운 놀이이기도 한 동화구연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더욱 따뜻하고 밝아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왼쪽 아래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편사범 회장, 며느리 김아영 씨, 아내 정은경 씨, 아들 편승원 씨, 딸 편지영 씨, 사위 김용섭 씨.

■ ‘대통령상’ 수상한 형제 웅변인과 가족 
때론 걸걸하고 때론 아이들의 앳된 목소리와 몸짓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온갖 감정을 불어넣으며 실감나게 동화를 구연(口演)하는 편사범 회장은 홍성의 ‘너른 내’인 ‘광천읍(廣川邑) 광천리’가 고향이다.

故 편무용, 김연분 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나 덕명초등학교(49회)와 광천중학교(20회)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가 생활하고 있다. 편 회장은 서울에서 40여 년간 발표력, 리더십, 스피치 교육을 해온 웅변학원을 운영하며 30여 년간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동화구연 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엄마가 들려주는 동화는 따뜻한 심성을 키우는 데 좋지만, 아빠가 동화를 읽어주면 아이들의 사회성과 자신감이 길러진다’는 신념과 철학을 실천하며 펼치는 동화구연 봉사활동에는 편 회장의 가족들도 뜻을 같이하며 참여하고 있다.

‘나눔과 봉사’라는 집안의 내력 이외에도 또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이랄까, 특이점이 있다. 온 가족이 웅변과 스피치, 동화구연대회 등에서 대통령상과 장관상 등을 수상한 ‘온 가족이 수상자 집안’이라는 점이다. 

편사범 회장은 이번 제27회 세계 한국어웅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지난 2011년 국민이 뽑은 사회봉사부문 국무총리 표창 수상, 전국아버지동화구연대회 대상 수상, 문화부장관상과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아내인 정은경 여사는 전국동화스피치대회에서 법무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또 장녀인 지영 씨는 대한민국선생님동화구연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약사인 아들 승원 씨도 대학시절 전국동화구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편 회장 가족 모두가 스피치와 동화구연대회에서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동화구연전문가’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한편 몇 년 전부터는 사위 김용섭 씨와 며느리 김아영 씨도 동화구연가로 활동하며 봉사활동에 합류했다.

편사범 회장은 온 가족이 웅변과 스피치, 동화구연대회 등에서 수상한 것에 대해 “지금은 고향인 충남 광천에서 너른내장학회를 운영하고 계시는 형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국제웅변학회 회장을 하시면서 대통령상을 3번이나 받는 등 활달하신 분이셨거든요. 내성적이던 제가 웅변을 배우며 외향적으로 변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주신 분”이라고 밝히며 친형인 편기범(국제스피치학회장·너른내장학회 이사장) 회장의 영향력을 꼽았다.
 

왼쪽부터 편사범 회장과 그의 친형 편기범 너른내장학회 이사장.
편사범 회장과 세 번이나 대통령상을 수상한 웅변계의 대부(代父)이자 그의 친형인 편기범 너른내장학회 이사장.

형인 편기범 회장은 광동초등학교와 광천중학교(14회)를 졸업하고, 대전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를 졸업했다. 편기범 회장은 전국 스피치 웅변대회에서 △1967년 대통령상 제197호 △1971년 대통령상 제457호 △1977년 대통령상 제861호 등 ‘대통령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웅변인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설 지도 경험이 있는 웅변인으로 40여 년 동안 서울에서 웅변을 가르치거나 지도하면서 50여 년 웅변계의 외길을 걸어 온 경험으로 ‘한국 웅변계의 대부(代父)’로 불리고 있다.

편기범 회장은 지난 1979년 쌀 한 가마니에 3만 원 하던 시절, 현재는 광천초등학교로 통폐합된 그의 모교인 광동초등학교 졸업생 10명에게 매년 장학금 50만 원씩을 후원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44년 동안 한해 모은 돈 30~40%씩을 떼어 66차례 7억여 원의 장학금을 홍성지역의 초·중·고·대학생에게 기부해 오고 있다.

편사범 회장의 형인 편기범 회장은 지난 2021년 고향을 떠난 지 37년 만에 고향인 광천으로 귀향해 생활하고 있다. 귀향 이후 연탄나누기 봉사, 광천의 75세 이상 독거노인 나눔봉사 등을 실천하면서 광천발전과 고향인 광천과 홍성을 위해 무엇을 하면서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고 있다.

“형만한 아우 없다고, 형님 따라가려면 저는 아직 멀었다”는 편사범 회장은 매년 수입의 일부를 형인 편기범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너른내장학회’에 기부해 고향의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일부는 동화구연아버지회에 기부, 봉사활동 경비로 사용해오고 있다.

“너른내장학회는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도, 가정형편은 어렵지만 삐뚤어지지 않고 학업에 임하는 학생들에게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하는 게 목표”라고 전하며 “좋은 차 안 타고, 골프장 안 가고, 1년간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고향 학생들을 도울 수 있어 기쁘다”며 “널리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는 뜻의 ‘너른내’라는 이름처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러 고향에 오는 날이 일 년 중 가장 행복한 날”이라는 편기범·편사범 형제의 고향 사랑과 아낌없는 나눔·봉사 정신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의 아름다운 삶의 길’임에랴.
 

지난 4일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 개최된 ‘제27회 세계 한국어웅변대회’에 참가한 편사범 회장이 동화구연을 펼치고 있다.
세계 19개국 연사가 참여한 ‘제27회 세계 한국어웅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편사범 회장과 싱가포르 한국대사관 최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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