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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교육, 줄탁동시(啐啄同時)에서

대한민국에서 교육문제는 다른 분야보다 국민의 관심사가 높다. 최근 한 국회의원의 ‘비리 사립 유치원 명단’ 발표로 설왕설래(設往設來)가 한창이다. 세금을 엉뚱한 곳에 써온 사례다. 기초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유치원에 누리 과정을 도입하면서 재무 회계 등을 시스템화 하지 못한 데서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것보다 교육자적 양심을 저버린 데 대한 여론의 실망은 더 크다. 유치원교육은 어린이 성격형성에 있어서 정서적 균형감각과 가정을 떠나 사회를 배우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내 아이 용돈관리법’에서 켈리 킨은 “세 살 버릇이 아이의 평생을 좌우한다”고 말하고 있다.

제철이면 뜰이나 길가에는 꽃이 지천으로 피고 진다.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는 꽃이 산수유인데, 온통 노란 물감으로 수를 놓은 듯 피지 않던가. 노란색 이미지는 대체로 누구에게나 좋은 이미지를 준다. 먹이를 찾아 노니는 어미닭과 병아리의 모습은 오래 입은 옷처럼 정겹다. 주로 노란색 깃털을 지녔다. 병아리는 어미가 스무하루 동안 발로 굴리고 가슴으로 품은 뒤 알에서 나온 것이다. 병아리의 탄생엔 ‘줄탁’의 모정이 숨어 있다. ‘줄(啐)’은 달걀이 부화하려 할 때 알 속에서 나는 소리다. ‘탁(啄)’은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바로 껍질을 쪼아 깨뜨리는 작업이다.

유치원 또래의 아이들을 병아리에 비유한다. 귀여운 게 닮아서 그렇다. 유독 유치원 아이들을 상징하는 데 노란색이 많다. 어미닭의 극진한 보살핌같이 어린아이도 어머니가 애지중지 키운다. 생활 속에 피는 잔정이 행복이다. 아이나 병아리는 어머니의 뜰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만의 지극한 사랑법이다. 타락한 사회 속에서 스스로의 사고에 의해 진정한 자아를 보존하는 자유인을 양성하려면 유아기 단계에서부터 독립적으로 그리고 존엄하게 성장하도록 키워내야 한다. 물론 그 기관은 독립적이고 진정성이 있는 양심적인 기관이어야 한다. ‘인간은 선하고, 조물주가 만들 때부터 잠재적인 능력을 부여했다. 교사는 그 능력을 이끌어 내기만 하면 된다’는 루소의 생각은 여전히 창의적인 교육의 기본 이론이 되고 있다.

나라가 이렇게 흘러가면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는 것을 불안해할지도 모른다. 커가면서 아이 때처럼 사랑받을 때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지금은 ‘영상시대’라서 정치하는 ‘나리’들의 행태를 속속들이 보고 자란다. 나랏돈을 엉뚱한 데 쓴 유치원이 용서받을 일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관계당국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 “횡령죄로 엄벌하겠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책임을 유치원에게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나리’들이 일이 터지기 전에 유치원 행정시스템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점검해봤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후약방문’치고는 졸렬하기 그지없다. 물의 흐름도 수많은 들과 굴곡을 만남으로써 속도가 조절되듯이 우리의 발전도 반대나 회의하는 입장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곤두박질을 면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삶의 궁극의 목표는 행복이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곧 성공한 인생이다. 모든 불행의 원인은 인간관계가 원활치 못한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을 한다. 아무리 하찮은 것들도 생명 있는 것들은 타고난 사명대로 살다가 죽고 자기 죽음을 통해 거듭난다. 교육은 한 개인의 내재된 자연적 본성의 계발이다. 만물은 그것다울 때 가장 아름다운 게 자연의 섭리인 것처럼 교육의 목적은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것이다. 학교는 사람 되는 데 필요한 영양소 중 지적인 몫을 더 많이 담당하고 가정은 정서적인 몫을 더 많이 담당하고 있다는 차이점은 있으나, 공동의 목표를 가진 협력자 관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남아시아 나라들이 우리의 유치원 교육을 벤치마킹하러 찾아온다고 한다. 외형적으로만 수출품이 아니라 내실 있는 교육인재 양성기관으로 유치원이 거듭나야 할 이유다.

한학수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칼럼위원>

한학수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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