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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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기다리다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12.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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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다큐

장을 보러 나온 어르신들이 버스 정류장에 옹기종기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앞으로 앉고 뒤로 앉고 그마저 자리가 없어 보도블럭에 앉아보기도 하고, 나무에 기대 앉아보기도 한다. 날은 추운데 ‘버스는 언제 오려나’하는 마음에 한 곳으로 시선이 향한 어르신들이다. 겨울이 오면 손바닥만한 양지 하나가 간절해진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지만 어깨를 맞대 사람의 온기에 몸을 녹인다.

어르신들 앞에는 짐들이 한 봉지 씩 놓여 있다. 며느리에게 줄 작두콩을 갈아서 분말을 내기 위해 장에 온 어머니, 다가오는 제사에 쓸 생선 몇 마리와 과일을 산 아버님의 모습에는 당신의 모습보다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 엿보인다. 드디어 버스 한 대가 도착한다. 무거운 짐과 함께 버스에 오르려니 턱이 너무 높다. 뒤에서 지켜보던 어르신 한 분이 등을 밀어주니 난간을 붙잡고 간신히 버스에 오른다. 잊지 않고 인사를 건넨다. “에구, 고마워유.”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을 확인한 후 버스가 출발한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한 줌 햇살에 작두콩 분말을 품에 꼭 안은 채 어머니가 노곤한 몸을 녹이며 꾸벅꾸벅 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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