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를 태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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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를 태우며
  • 임태환 <갈산면>
  • 승인 2018.12.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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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중순 어느 날 이른 아침 우유빛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었다. 어제 마당가 텃밭에서 타작을 한 콩깍지를 처분하기가 어려워 많지 않은 콩깍지를 모아놓고 불을 놓았다. 아침 안개 속에 뿌연 연기가 푸짐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저기압 상태에서 연기는 소멸되지 않고 안개와 합쳐 더욱 많은 연기처럼 피어나 마을 전체를 덮었다. 내심 불이라도 난 줄 알고 소방차라도 오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불을 지켜보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요란한 오토바이 경적소리와 함께 산불 감시원이 찾아왔다, 산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불을 놓았느냐고 야단이다. 당장 불을 끄라고 호통이다.

신고를 받고 왔다는 것이다. 사정을 얘기해도 소용없다, 더구나 마당가 텃밭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산불로 번질 우려는 없지만 신고도 없이 불을 피운다는 것은 불법인 것이다. 만약 산불로 번지면 막대한 재산의 손실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양동이에 물을 길어다 불을 끄면서 생각해본다. 농촌에서 농산물 추수를 하면 콩깍지하며 고춧대, 깻대, 가을에 지는 낙엽, 폐비닐 등을  처치하기가 어렵다. 농기계 대여소에서 대여하는 기계를 빌려 퇴비를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농촌의 고령화 관계로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기 때문에 누구나 태우려는 것이다. 봄날 농사철 이전에 마을별로 논두렁 밭두렁 쓰레기 태우는 날이 있지만 하루 한번으로는 부족하다.
그뿐이랴. 물질문명의 발달로 생활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쓰레기 버리는 곳이 정해져 있으나 분리수거해 지정된 봉투에 넣어 버리기도 번거롭다. 더구나 쓰레기를 함부로 태워서는 안 된다. 인체에 절대 해로운 발암물질이 배출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밭농사를 지으려면 모든 작물에 비닐을 씌워야 하기 때문에 수확한 후 폐비닐 처리가 문제다. 태울 수도 없고 땅에 묻을 수도 없다. 비닐은 썩지도 않아 방치하면 환경오염만 불러 올 따름이다. 산불예방도 중요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또한 중요하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대 필요하지만 행정 기관에서도 쓰레기 수거를 행사로 끝낼 것이 아니고 수시로 수거해 주고 공해가 비교적 적은 농산 부산물을 태우는 것도 간편한 신고로 태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주민들도 쓰레기 분리수거에 적극 동참하고 지정장소에 버려야 할 것이며 신고 없이 쓰레기나 농산물 부산물을 함부로 태우지 않는다는 마음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임태환 <갈산면 내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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