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이냐, 소금이냐 순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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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이냐, 소금이냐 순대의 고민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12.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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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탐구생활
비닐을 여는 순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순대의 향과 맛에 달아난 입맛도 돌아오게 만든다.

처음 순대를 먹었던 기억은 중학교 때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친구들과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 중 하나가 순대와 떡볶이다. 그 당시 내장은 먹기 어려웠다. 어머니는 가끔 간을 내 입속에 넣으며 눈이 좋아진다고 했다. 그러나 청소년이 먹기에 간은 퍽퍽하고 맛없는 음식이었다. 물론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간이 좀 퍽퍽하다 느껴지면 쌈장이나 된장에 찍어먹으면 고소함이 증가된다.

순대는 돼지 창자에 여러 가지 소를 넣어 삶은 음식으로 각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다. 함경도에서는 명태로 순대를 만들어 먹는다. 동태순대는 명태를 하룻밤 절여 입에 손을 넣어 내장을 꺼낸 뒤, 명태 뱃속에 소를 꼭꼭 채워 넣고 입을 꿰매 얼려뒀다가 먹을 만큼씩 쪄서 초장에 찍어 먹는다. 강원도에서는 오징어 몸통 속에 소를 넣어 실로 꿰맨 뒤 삶거나 쪄서 먹는 오징어순대와 마른오징어순대가 있다. 평안도에서는 아바이 순대를 만든다. 돼지 창자에 찹쌀, 숙주, 선지를 넣고 된장·간장·소금으로 간을 한다. 그 외에도 충청도에는 병천순대, 전라도에는 암뽕순대가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대중적인 당면을 넣고 만든 순대가 저렴한 내 입맛에 가장 맛있게 느껴진다. 오래, 그리고 자주 먹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장에서 쉽게 접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전라북도 진안에서 돼지의 피를 넣어 순대를 만드는 과정을 봤는데 선입견 때문인지 비위가 약해서인지 굳이 먹고 가라고 붙잡는 통에 진땀을 흘린 기억이 있다. 순대는 먹는 방법도 다르다. 서울에서는 양념한 소금에 주로 찍어 먹지만 부산 등에서는 양념된 된장이나 쌈장에 찍어 먹는다. 부산 국제시장에 가서 순대를 시켰을 때 된장이 함께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한 번 먹어본 뒤로는 늘 된장과 함께 먹게 됐다.

이후 순대를 대중적으로 먹는 획기적인 순대볶음이 등장했다. 순대는 먹지만 순댓국은 먹지 않는다. 간혹 그런 나를 보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저렴한 입맛을 가진 나로서는 그저 당면이 잔뜩 들어있는 순대 본연의 맛을 좋아하는 것이지 돼지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나는 순댓국을 좋아하지 않을 따름이다. 그러나 순대볶음은 매콤한 양념과 함께 버무려진 깻잎의 향긋함과 들깨가루의 고소함이 순대의 맛을 더욱 배가시켜 일부러 맛있는 순대볶음 집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대체로 순대볶음이 맛있는 집은 번듯하게 식당을 차려놓고 영업을 하는 집이 아니라 시장에서 주인장과 얼굴을 마주하며 작은 원형의자에 앉아 먹는 맛이 최고다. 내가 보는 앞에서 비장의 양념을 넣고 달달달 볶아낸 순대 양념이 연둣빛 접시에 비닐을 끼우고 담아지면 호호 불어가며 입에 넣는다. 점점 올라오는 매운 맛에 시원한 식혜 한 잔이나 차가운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집에서 종종 안주로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시장에서 파는 순대볶음의 맛을 내기는 어려웠다. 결국 냉동실에 오랫동안 보관하기만 했던 순대는 음식물 쓰레기 차지가 되고 말았다. 진정한 맛을 느끼려면 어설프게 흉내 내지 말고 장인에게 마음 놓고 맡기고 그저 입안에서 행복한 맛의 음미만을 즐기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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