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한 걸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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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한 걸음을 위해
  • 이동호 <홍동면>
  • 승인 2018.12.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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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간 마을에 지속돼온 사랑방이 있다. 거창한 모임은 아니었지만 건강에 관심 있는 이들이었고, 매주 금요일에 모였다. 서로 안부를 나누며 뜸도 떴다. 뜸을 좁쌀 크기로 놓기 때문에 시력이 약한 사람은 놓기 어렵다. 등이나 허리는 혼자 놓기 더 어렵다. 그런 사람들도 사랑방에 왔고, 주민들은 서로 떠주었다. 2년 전 이 모임에 속해있던 두 사람이 고발을 당했다. 서로 뜸을 뜨는 것이 불법의료행위라는 것이었다. 뜸을 매개로 모이던 마을 사랑방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고발인은 대한한의사협회였다. 주민들은 정식 재판을 신청하고 변호인단도 구성했다. 여러 차례 공판이 있었고 1심 무죄 판결이 나왔다. 검찰은 항소했다. 법원은 2심 항소기각으로 무죄를 확정했다. 2년의 시간이 걸렸다. 협회가 고용한 파파라치가 시골 마을까지 찾아왔다는 점도 그랬지만 재판을 위해 대형 로펌까지 선임했다는 점에 주민들은 분노했다. 대한한의사협회에 속한 회원들이 악인은 아닐 것이다. 협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을 것이다. 합리적이고 지적인 개인들이 모였지만 협회 또한 ’집단’이라는 덫에 빠져버렸을 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개인들이 집단으로 모이며 생기는 힘. 그 힘이 균형을 잃는 순간의 집단이기주의 말이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는 의료 서비스도 하나의 상품이고 돈을 버는 수단이다. 의사도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도 협회의 힘이 향해야 할 곳은 작은 시골 마을의 사랑방이 아니라 더 큰 기득권이었어야 하지 않을까. 상품화를 가속화시키는 예방보다 치료 중심의 의료 체계라거나 우리 전통 의학에 대한  정책 개선 같은 것 말이다.

 

“우리는 머리로 생각만 해서는 안 되고, 동시에 연민심으로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건 책임감이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혼자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남들과 함께, 남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부디 남이 잘됐으면 하는 배려로 우리 모두가 연결된다면 그때 우리는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스테판 에셀&달라이 라마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지금 여기의 사랑방은 살아남았지만 어떤 사랑방들은 사라졌을 것이다. 집단행동은 필요하다. 하지만 ‘집단의 힘’이 ‘공동체’를 위하고 있는지는 스스로 매순간 던져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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