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순간인거야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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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65>
  • 한지윤
  • 승인 2019.02.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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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너는 중절에 실패해서 결국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라고 들려주었다고 해도 그 아이는 결코 충격을 받을 리가 없을 것이라고 선영이는 믿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자연 한 박사는 거기에 가담한 의사가 될 것이다.
한 30년 후쯤에 칠십 세가 넘은 한 박사에게 서른 정도 된 남자나 여자가 ‘내가 오늘 존재하는 것은 선생님의’ 수술의 실패’ 덕택이라고 어머니로부터 듣고 있습니다.’라고 감사를 할런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겁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단지 한 박사는 자기가 한 수술이 실패한 원인이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한 박사는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박선영의 일을 잊어버리고 싶었다.
“이 성당의 건물은 오래 된 것 같지는 않은데 지은 지가 얼마 안 되나 보죠?”
“그래도 벌써 13, 4년은 됩니다. 박 여사의 주인께서도 모금에 힘을 많이 써 주셨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 분이 기증한 그림이 지금 성당의 벽에 걸려 있습니다.”
“네에……?”

“변호를 맡은 이탈리아 사람에게서 사례조로 받은 것이랍니다. 너무 커서 처음부터 성당에 기증하고 싶어 이걸 걸만한 벽면을 만들어 달라고 했대요. 그런 뜻에서 성당 벽을 설계했다고도 합니다.”
“유명한 화가의 작품인가요?”
“19세기 이탈이아 화가인데 유명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자렛 예수’를 그린 것인데 아주 좋은 그림입니다.”
“나자렛이란 말은 종종 듣고 있는데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성경  같은 건 읽은 적이 없습니다. 귀동냥으로 조금은 알고 있지만 나자렛이란 곳은 예수님이 무엇을 한 곳인가요?”
“소년 시기에서 청년기에 걸쳐 아버지의 일을 도와 목수 일을 하고 지낸 곳이지요. 말하자면 고향입니다.”
“신부님께 말씀드릴 생각도 없었는데…… 요즘 나는 의외의 일들만 당하고 있지요.”
한 박사는 역시 마음에 걸리고 있는 것을 털어놓고 말하고 싶었다.
“박연옥 누님의 친구 분인 양우석 씨 부인이 임신한 것은……”
“듣고 있습니다.”
“검사를 하고 난관이 막혀 있으니까 안 된다고 선고를 내리고 난 직후 임신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검사 시에 쓴 조영제가 난관을 뚫었는지도 몰라도……”
“그건 경사스런 일이 아닙니까? 양우석 씨 댁에서는 선생을 천주님 같이 생각한다고 박 여사가 말씀하시던데……”

“계획적 이였다면야 큰 소리쳐도 되죠. 그러나 임신이 된 것은 내가 한 의술이 아니죠. 신부님식으로 말한다면 바로 ‘신’이죠. 물론 치료비는 내가 받아 챙기겠지만.”
한 박사는 웃었다.
“좋지 않습니까? 그런 것. 신에게는 돈 따위는 필요 없죠.”
“그래서 모른 척 하고 내 의술의 공적으로  삼기로 했지요. 그런데 최근에 또 하나 이변이 생겼습니다. ”
한 박사는 속마음을 보이기가 싫었다. 그래서 오늘이란 말을 최근으로 바꾼 것이다.
“1월 말 경에 어떤 여자에게 중절수술을 해 주었지요. 확실한건 기억이 없는데 5준지 6주 정도였을 겁니다. 긁어낸 중절수술이 나는 실패했다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말하면 또 연옥이 누님에게 꾸중 들을지 모르겠으나 계산해보면, 신부님, 나는 적어도 2천 명에서 3천 명 정도 이런 수술을 그 동안 해왔지요. 개업하기 이전 것까지 합해서 말이죠.”
“그렇겠죠.”
“그 환자는 수술 후에도 검사를 받으러 오지도 않았고 나 역시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우연히 만났는데 임신이 그대로 계속 되고 있다고 듣고는 아연실색했는데 그 여자는 이런 운이 좋은 아이라면 낳아 볼까 하곤 생각했다나요. 물론 정식으로 결혼해서 임신한 아이는 아니지만 난 이 말 듣고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부님!”
“그건 조사해 보지 않으면 모르죠. 출산이 끝나야 정확한 것을 알 수 있으니까……”
“그래도 집히는 것, 또는 예상할 수가 있을만한 것이 있지 않겠어요?”

“다소 전문적인 말이지만 자궁근종이나 자궁기형의 경우인데…… 단각자궁 또는 쌍각자궁이라든지, 분리중복자궁 이라든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입구가 두 개로 되었다든가 혹은 안쪽이 완전히 두 개로 된 것이라든지 여러 형태가 있기는 합니다.”
자궁의 기형은 신기한 것은 아니다. 뮬러리언관이 5~6주의 태아기에 발생하여 난관, 자궁, 질 등을 만드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여자의 경우는 대략 열여섯 살 정도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뮬러리언관의 작용이 정지하면 기형이 생기는 것이다. 이 기형의 정도나 형태는 뮬러리언관의 작용이 소실된 시기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
“기형의 자궁은 그 형태가 여러 가지예요. 똑같은 모양의 방이 두 개가 되기도 하고 한 쪽 석이 모가 나기도 해요.”
한 박사는 문외한이라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손으로 더듬어서 하는 수술이라도 의사는 자궁의 어느 부분에 이르고 있는지를 눈으로 보지 않아도 머리로서 추측할 수가 있어요. 물론 미리 렌트겐 사진이라도 있어 기형의 형태를 안다면 거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달라지지요. 그러나 어떻게 된 기형인지 모를 경우에는 아무래도 한 쪽 구석에 남을 가능성이 많을 겁니다.
극단적인 경우, 입구는 한 개인데 안에 들어가서 방이 두 개인 경우인데 한 쪽방에 난자가 착상을 하면 남은 한 쪽도 비대해 져요. 또 그뿐인가요. 내막에는 탈락막이라는 것도 형성되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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