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의 한계, 약초에서 극복하는 ‘홍성약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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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의 한계, 약초에서 극복하는 ‘홍성약초원’
  • 황동환 기자
  • 승인 2019.05.25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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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치유를 도모하는 힐링케어센터 설립이 꿈
약초밭 사이 피어있는 엉겅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윤익상 원장.

엉겅퀴, 명이, 방풍, 수국, 결명자, 구절초, 질경이 등은 그 작물의 실체까지는 몰라도 이름은 그리 낮설진 않았다. 그러나  지황, 참취나물, 단삼, 우슬, 마가목, 선학초 등은 세상에 이런 작물도 있었나 싶기도하고, 한약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나 알 것 같은 약초들까지 대략 50여종에 이르는 작물들을 보유하고 재배 중인 농장이 있어 찾아갔다. 홍성군 홍동면 광금남로에 자리한 ‘홍성 약초원’은 이렇듯 약용작물 박물관이라 할만하다.

이곳 약초원 윤익상 원장은 자신의 농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동의 보감상에서 사람의 질병에 대한 예방 및 치료에 권장되는 약초들을 재배, 육성, 가공하여 현대사회에 만연된 성인병들을 예방하고 치료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농업 소득 증대, 농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하여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식재료들과 한약초의 결합을 통해 좀 더 건강한 식생활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며 군농업기술센터, 도농업기술원 등과의 제휴로 안전하고 효능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약초 농장 터로 홍성의 이곳을 택하기 전 윤 원장의 활동무대는 서울이었다. 본격적으로 약초를 재배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약용작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대학에서 민간요법에 관한 공부도 했다고 한다.

“지금 한국은 첨단의학장비 덕에 병을 찾아내는 것은 세계적 수준이나, 찾아낸 모든 병을 치유하는 데 있어서 의학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현대의학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분들이 섭생을 통해 면역체계가 호전되는 것을 보면서 그런 분들이 공기 좋은 자연 속에서 쉬면서 약용작물의 도움으로 몸을 돌보며 치유를 도모하는 힐링케어 차원에서 약초원을 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현대의학의 한계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생의 의지를 꺽지 않고 자연 속에서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 마음으로 자연에서 자생하는 작물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등산을 좋아해 전국의 웬만한 산과 산맥, 하천들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자연의 식물들을 탐구했던 것이 오늘의 약초원 운영의 기반이 됐다고 한다.

“약초를 재배할 터를 찾기 위해 강원도와 전라도를 빼고 인간 네비게이션이 되다시피 전국을 샅샅이 돌아본 끝에 지금 이곳을 택했습니다. 이유는 풍수가 너무 좋아서입니다. 왕에 버금가는 인물이 나올법한 지세와 전쟁이 나더라도 그 영향을 피해갈 풍수지리적인 특징도 보이는 이곳을 최적지라 판단하고 2011년부터 정착하게 됐습니다.”

그는 이곳에 힐링케어센터를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실버타운과 맥락은 비슷하나 대상이 다르다고 한다.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는데 한계에 봉착한 이들이 자연속에 머물면서 섭생을 통해 몸도 회복하고 품위있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치유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이 과거 외환위기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많은 국내 종자회사들이 외국에 팔렸습니다. 그런데 외국에 넘어간 종자회사들이 내놓은 씨로 재배 해보니 1차 재배는 그런대로 가능하나 1차 재배로 얻은 씨로 2차 재배가 안된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외국회사들의 유전자 조작을 의심하는 윤 원장은 자신들의 농장에서 재배하는 약초들이 토종 종자를 보존하는 취지도 있다고 했다.  

약초원의 약초 재배방식이 독특했다. 7000여평의 약초밭 중 절반은 약초 이외의 잡풀을 수시로 제거해 가며 관리하는 한편, 나머지 절반은 약초와 잡풀이 뒤섞여 함께 자라도록 놔둔다고 한다. “잡초가 무성한 악조건 속에서 자라난 약초는 그렇지 않은 조건에서 자란 약초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윤 원장의 안내로 약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약초밭을 따라 걷는 길목에는 작은 소나무들이 촘촘히 심겨져 있었다. 솔잎도 약용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소 예쁜 꽃으로만 알았던 상사화도 약용작물이라는 사실도 새로 알게됐다. 다양한 약초들이 뒤섞여 자라고 있는 약초밭을 한바퀴 돌아보니 약초들의 기운이 어느새 몸 속으로 스며드는 듯 했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요즘도 산행을 다니는 그가 건강해 보이는 비결도 바로 이 때문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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