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노래 부른 군수… 사과 표명정도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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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노래 부른 군수… 사과 표명정도는 해야”
  • 황동환 기자
  • 승인 2019.07.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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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최종진 충남지회장 인터뷰

최근 홍성군이 주관하는 공적 음악연주회 장소에서 해당 지자체장이 친일음악인 반야월 씨가 작사한 노래를 불러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공인 혹은 공적단체가 공적행사에서 민족을 배반한 이력이 있는 친일음악인의 곡을 선정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군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군수가 부른 노래가 친일행적이 있는 음악인의 노래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라는 것과 “그렇다면 친일행적이 드러난 안익태의 ‘애국가’는 왜 부르게 하느냐”라며 논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친일행적이 기록된 ‘친일인명사전’이 ‘민족문제연구소’라는 민간단체가 발행한 것이므로 공신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과 “예술가와 음악가의 예술성과 음악성은 가히 사상에서조차 초월할 수 있는 자유성을 갖기 때문에 국적을 불문하고 시대나 사상을 초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아울러 제기됐다.

최근 군 지역사회에서 벌어진 이같은 논란에 대해 마침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종진 지회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Q. 반야월 같은 음악인들은 어쩔 수 없이 친일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는 입장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친일이야기를 할 때, 만일 내가 그 시대를 살았을 때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왕산 허위와 박정희를 비교하면 답은 명쾌하다. 한 사람은 자기 목숨과 지위, 전재산을 걸고 독립운동을 한 반면 다른 사람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혈서로 일왕에게 충성맹세를 했다. 왕산 허위 선생은 그 자신의 일가가 의병부터 시작해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구미에 그분의 묘도 있고 사당도 있는데 구미에서는 박정희보다 허위선생이 더 조명받았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Q. 이번에 군수와 의장이 공적 행사에서 친일작사가의 노래를 불러 논란이 되고 있다. 공무원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친일행적이 밝혀진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도 부르지 못하게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반박하고 있는데, 공무원들의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회원들 중에는 진짜 잘못했다고 나서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군수나 의장도 몰랐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군수나 의장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잘 못살폈다. 미안하다. 앞으로는 잘 살펴서 하겠다라는 입장 표명정도는 했으면 하는데, 그러질 않아서 굉장히 아쉽다. 공무원들의 그런 태도에 대해서는 세금내는 사람의 입장에서 저는 매우 화가난다. 사적으로 부르는 것을 누가 문제삼을 수 있겠나? 공인이 공적인 자리, 군민이 세금을 내는 행사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결국 우리사회의 지도층인사들이 제대로 반성을 하지 않으니, 아베가 한국을 깔보는 언행을 계속하는 것이다.”

Q. 도대체 친일예술인들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덕산의 충의사, 아산과 현충사, 그 둘의 공통점이 있다. 영정도 친일파가 그렸고, 현판도 친일파가 쓴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저의 아버지 세대가 세금을 낸 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윤봉길 의사나 이순신장군이 안다면 무덤에서 다시 나올 법한 일 아닌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나 네덜란드의 나찌에 부역했던 사람들에 대한 청산이 부러울정도다. 심지어 매춘했던 여성들도 청산대상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예술인들도 당연히 청산대상이었다. 그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한다. 중병에 걸린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발병원인을 밝히고 치유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다. 친일행위는 동시대의 민족구성원들을 배반한 병이다. 일본의 식민통치가 36년 이상에 걸쳐 벌어지면서 걸린 중병이다. 정권 한번 바뀐다고 한번에 해소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병에 걸린 시간이 오래된 만큼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치유되고 제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Q. 민족문제연구소가 민간단체이므로 공신력이 없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런정도라도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민문연 활동을 해도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본다. 공신력의 기준이 국가기관이냐의 여부라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민문연의 연구원들의 면모를 보면 석‧박사들이고, 그 분들이 연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친일인명사전은 민문연에서 주관했지만 독립기념관 연구위원, 국사편찬위원 등 역사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만든 친일부역자 모음집이다. 실제로 교육부와 법원, 국가보훈처 등이 친일인명사전과 민족문제연구소의 공신력을 인정해 인물조회 등 연구의뢰를 많이 해왔는데, 공신력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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