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상태바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 최미옥 작가
  • 승인 2019.09.01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미옥 l 홀씨되어 l 재료: oil on canvas l 53cm x 45.5cm

옛 풍경이 절실하게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단순히 옛것이 좋다는 향수 때문이 아니라, 우리 본연의 마음을 따르려는, 자연과 가까운 삶을 향한 본능적 끌림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기억일 터입니다.
내게 그런 기억이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 시간으로의 끌림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렴풋한 기억으로 가는 길, 그래서 아무것도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좇는 삶이 쉽지는 않습니다. 나의 기억 속 지난날은 자꾸만 시간 속으로 멀어져 갑니다.
그래도 마음속에 달 하나는 담고 싶습니다.
그 달 하나 띄운 채 소박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인 듯합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한 화가”라는 평을 받는 화가 김환기의 그림에도 달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일본,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활동할 때에도 고국의 정겨운 배경들은 그림에 담곤 했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의 섬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그의 어린 시절 감성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습니다.
달을 소재로 한 그림 중에 (달 두 개)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둥그렇게 솟은 푸른색의 커다란 달 안에 산과 강, 언덕과 집들이 다정하게 들어서 있는 그림입니다. 지상의 모든 것을 품은 듯한 두 개의 푸른 달은 마치 사람들을 향해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김환기의 달은 닿을 수 없는 천상의 것이 아닙니다. 겨울밤 아랫목처럼 따뜻하고, 외할머니 품처럼 포근한 달입니다.

어제는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도 달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우주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사람들의 소원을 품은 채, 달은 빌딩보다 조금 높은 곳에 말갛게 떠 있었습니다.
그 빛의 여운이 진하지 않아서 더 아름다웠습니다. 노곤한 가슴이 가장 먼저 그 달을 들였습니다. 그 자리 무거운 짐 하나가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이 슬픔 하나가 덜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최미옥 작가
한남대학교 미술학부 졸업, 공주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재학, 개인전 3회, 그룹전 50여회, 한성백제 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 이응로 미술대회 운영 및 심사위원, 현) 한국미술협회회원, 초·중 미술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