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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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10>
  • 한지윤
  • 승인 2019.09.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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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의 청소년 역사교육소설

대소 형제와 그들의 심복 부하가 주몽의 재주를 시기하여 음해를 잡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소는 나를 그냥 두고는 마음이 편하지 않은가 보오.”
“가신다면 어디로······”
“어디라고 단정할 수는 없소. 다만 동남쪽을 향하여 내려가 볼 생각이오.”
“그럼, 지금 가시오면 언제나 뵈오리까?”
“몸을 피해 도망가는 지금 처지로는 그 때가 언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될 수 있는 한 빨리 어느 곳에라도 정착하여 당신과 어머님을 모셔갈 생각이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참고 기다리구려.”
예씨 부인의 두 눈에서는 어느덧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보, 너무 슬퍼하지 마오. 어머님과 당신을 두고 가는 이 마음이야 오죽하리오.”
“네-. 알았어요.”
“다시 만날 때의 기쁨을 생각하고 지금의 슬픔을 참아주오. 그리고 슬퍼하실 어머님 마음 편하시도록 당신이 위로도 해드리고. 아무튼 부인만 믿소.”
“어머님은 염려하지 마세요. 그런데······그런데 지금 저의 뱃속의 아기······.”
“아니, 그럼 부인, 지금 당신의 뱃속에 우리의 아기가······”
주몽은 처음 듣는 말에 깜짝 놀랐다.
“네.”
예씨 부인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고맙소. 부인, 떠나는 나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었소. 아무튼 몸조심하고······”
주몽은 기쁘면서도 결심에는 변함이 없었다. 잠시 동안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품속에 품고 다니는 은장도를 꺼내 두 손으로 허리를 잘랐다. 주몽은 은장도를 자를 만큼 힘도 세었다.
은장도를 자른 주몽이 칼끝은 품속에 넣고 자루가 달린 반도막을 보자기에 싸 들었다.
예씨 부인은 붉어진 얼굴로 남편 주몽이 하는 광경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주몽은 부인을 향해 굳은 결심을 한 듯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이것을 일곱 모 바위 위에 서 있는 소나무 밑에 묻어 두고 갈 것이니, 만약 부인이 낳은 아이가 아들이고 또 그 아이가 날 찾거든 이것을 찾아오라 이르시오. 그것을 찾으면 그 때 내 아들이라 믿고 맞이할 것이오.”
예씨 부인은 남편의 뜻을 알아차린 듯 더 이상 어떠한 이유도 묻지 않았다.
“알았습니다. 부디 몸조심 하세요.”
어둠 속에서 주몽을 떠나보내는 예씨 부인은 시어머니 유화부인의 손을 꼭 잡은 채
흐르는 눈물과 울음을  참느라고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
비록 여섯 달이라는 짧은 신혼생활 이었지만 남편의 장대한 꿈을 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슬픔을 참아가며 시어머니의 슬픔까지 덜어드리기 위하여 열심히 일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는 매일 밤 주몽의 성공을 비느라고 정화수 떠놓고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하였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어느덧 세월은 흘러 주몽이 떠난 뒤 넉 달 만에 예씨 부인은 아기를 낳았다.
아버지 주몽을 빼닮은 아들이었다.

예씨 부인은 아이를 금지옥엽(金枝玉葉)같이 잘 길렀다. 아버지를 빼닮은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서 활쏘기도 잘하고 공치기도 잘했으며 언제나 또래의 아이들과 놀 때는 대장노릇을 하곤 했었다. 그것을 본 예씨 부인은 참으로 기뻤다.
그럴 때마다 주몽을 생각하면서,
‘생김새나 하는 짓도 제 아버지와 꼭 닮았구나’하는 생각에 예씨부인은 더욱 더 쓸쓸함과 적막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분도 어렸을 때에 저 애와 같았어요?”
예씨 부인이 유화 부인에게 물었다.
그 아이의 이름이 유리였다.
“주몽의 어렸을 때를 보려면 유리의 지금을 보면 되느니라. 하나도 다른 것이 없으니까 말이다.”
예씨 부인의 입가에 씽긋이 웃음이 번졌다. 슬픔 가운데서 찾는 작은 기쁨이었다. 이렇게 지내던 어느 날  예씨 부인과 유화 부인에게 즐거운 소식이 들려 왔다.
주몽이 졸본 부여에서 고구려를 세워, 크게 뻗어 나간다는 소식이었다. 동부여 금와왕도 새로 강성해 가는 고구려를 괄시하지 못하게 되어 국교를 맺고자 사신을 보낸다는 소문이 들렸다.
예씨 부인의 마음은 정말로 기뻤다. 주몽이 나라를 세워 강성해 진다니 이제 얼마동안만 더 기다리고 있으면 남편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예씨 부인의 마음은 더할 수 없이 기뻤다.
<다음호에 계속>

<이 소설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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