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기공사를 꿈꾸는 흰머리의 만학도, 최병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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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공사를 꿈꾸는 흰머리의 만학도, 최병선 씨
  • 윤신영 기자
  • 승인 2019.09.2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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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토록 아동·노인·장애인 복지 여러 기관을 근무

기초수급자 노인의 틀니에 대한 지원이 공부 계기
혜전대학교 치기공과 2학년 최병선 씨.

홍성군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행복을 싣고 가는 이동복지관’이 지난 5일 홍북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혜전대학교(이하 혜전대) 치기공과 학생들 사이에 한 중년의 남자가 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학생들을 지도한 혜전대 치기공과 한민수 교수가 ‘만학도’인 그를 소개했다. 20대 나이에도 공부하기 어려운 치기공사의 꿈을 꾸며 62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혜전대 치기공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최병선 씨를 만나봤다.

최 씨가 재학 중인 치기공과는 전문치과기공사(이하 치기공사)를 키워낸다. 치기공사는 손상된 치아를 회복하기 위해서 치과기공물을 제작하거나 치과 보철물제작 등에 참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의료전문직이다.

최 씨의 첫인상은 수염을 기르고 화려한 모자를 쓴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북 포항이 고향이라고 밝힌 최 씨는 현재 사회복지사·요양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아동·노인 복지와 장애 복지에 관련한 여러 곳에서 직장 생활도 했다. “나이가 60이 넘으면서 근무하기가 힘들어져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자 마음먹었다”며 새로운 도전의 계기를 밝혔다.

많은 새로운 도전의 길 중에 공부를 선택한 이유로 최 씨는 “현재 다니는 혜전대를 제외하고도 대구보건대학교, 방통대학교, 안성두원공과대학교, 총 세 곳에서 공부를 할 정도로 학구열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게 가슴에 남았다”며 여러 대학교를 다닌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치기공과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최 씨는 “제가 틀니를 씁니다. 거기다 노인 복지 활동을 하며 기초 수급자 노인 분들의 틀니 지원이 적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그래서 제 틀니도 손보며 인생의 새로운 목표로 노인 분들의 틀니에 공헌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혜전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홍성에 친척 분이 오피스텔을 운영하는데 내게 관리인 역할을 맡겼다. 그게 나비효과가 돼 오피스텔과 가까운 혜전대에 원서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씨는 본인이 치기공과에 합격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대학 생활에 대해 최 씨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최 씨는 “교수님들과 조교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신다”며 특히 “3학년부터는 치기공사 국가고시 합격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자신의 현재 목표는 치기공사 국가고시 합격임을 거듭 강조했다.

또 최 씨는 방학 중엔 건축노동자로서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서 지금 공부를 하고 있다며 공부에 대한 강한 열정을 보였다. 이에 대한 아쉬움으로 최 씨는 “홍성군에서는 아이나 학생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은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졸업 이후의 비전으로 최 씨는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치기공소를 차려서 생활을 안정시키고 치기공사를 선택했던 계기인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치기공사는 자격취득 이후에도 전문적인 경험을 얻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일단 먼 이야기 보다는 최대한 전문적인 능력 함양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나 제2의 직장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최병선 씨는 치과기공사에 대한 장점을 말했다. “치기공사는 정년이 없다. 뜻이 있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치기공사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늦은 나이에도 일을 하며 공부를 하는 열정을 간직한 최병선 씨. 그의 꿈을 향한 노력에 밝은 미래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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