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은 왜 학생들에게 고발당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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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은 왜 학생들에게 고발당했을까?
  • 최선경 논설위원
  • 승인 2019.10.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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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홍성여고 유병대 교장

선경C가 만난사람<23>

작은 시골 학교를 ‘동화 속 행복학교’로
교육 철학…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것’


학생회에 교장 선생님을 고발하는 학생들의 글이 접수됐다. 사연은 지난 2015년 충남 보령의 천북중학교에서 벌어진 일로,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귀신 잡는 해병대보다 더 무섭다는(?) 전 홍성여고 유병대(63·홍성읍·사진) 교장이다.

선생님들이 공부를 잘 가르쳐줘 보령화력 골든벨 대회에 입상해 장학금을 받았더니 아빠가 술을 드시고 오는 날에는 ‘우리 아들 최고다’라고 하시며 볼에 뽀뽀해서 힘들다는 고충, 청양으로 이사 갔지만 학교가 너무 좋아 전학을 하지 않아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하루에 교통비가 1만원이 넘어 건강과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아 힘들다는 내용, 매년 50권씩 성인이 될 때까지 1000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겁을 줘 학교 도서관 책으로도 모자라 용돈으로 책을 사서 읽게 한 죄 등 고발 이유도, 내용도 매우 다양했다. ‘이런 교장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시면 그곳 학생들이 힘들 것이 뻔해 차라리 우리가 참고 학교에 다니겠다’며 교장 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가시지 않도록 투쟁(?)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최근 유병대 교장은 ‘교장 선생님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을 펼치면 교장 선생님을 너무 사랑해 아이들이 ‘교장 선생님을 고발합니다’라고 역설적으로 호소하는 이 말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고, 교육자는 아이들을 위해 노력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유 교장의 말에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유 교장은 홍성여고에서도 아이들 사랑으로 교장실을 개방해 학생들의 친구가 됐고, 학교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응원에 힘입은 학생들은 세월호 추모 퍼포먼스를 연출해 전국을 감동시켰다.

유 교장은 경북 봉화 출생이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전의 친척집에 머물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의 명문대 사대 진학에 실패한 후 재수는 꿈도 꾸지 못한 채 부산시 9급 공무원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6년간 부산시에서 8급 공무원으로 일하던 중 중학교 교사인 고교 동창생을 만나면서 접었던 교사의 꿈을 다시 펼쳤다.

“중학교에 근무하던 친구가 제자들이 보내 준 편지를 보여 주기도 하고 교직에 대한 즐거움과 보람을 얘기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열망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래 나도 대학을 가야 해. 꼭 선생님이 되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1984년 4월 사표를 내고 새벽부터 밤까지 죽어라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6개월여 만에 공주사대 수학교육과에 합격했지요.” 당시 그의 나이 29세, 마침내 33세에 이르러 첫 교단에 서게 됐다.

유 교장은 잘 가르치는 교사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당진중학교 근무 당시, 그가 지도한 수학영재교육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충남과학고에 줄줄이 합격했다. 해마다 여러 명의 학생들이 과학고에 진학하자 ‘충남과학고 부속 당진중학교’라는 우스갯말이 나올 정도였단다.

“저에게 교육이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들의 집합입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것이 때론 저에게 다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아무 대가 없이 밤늦도록 가르쳐 과학고에 진학시켰던 제자가 카이스트 학생이 되어 무보수로 제 아들의 수학 과외를 책임지겠다며 수개월 간 애쓰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천북중학교에서 공모 교장 4년 동안 박토에서 생명을 길러내듯 학생들을 위해서 헌신하고 지역의 화합을 위해 발로 뛰었다. 혁신학교인 홍성여고에서도 학생, 학부모, 지역민과 소통의 향기를 피웠다. 그는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교육’을 실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저의 교육 철학은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교육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모든 프로그램에 ‘전교생’이란 수식어가 항상 들어갑니다. 교육자란 한 명의 학생을 소중히 여기며 오직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유 교장은 지난 8월, 1년 6개월의 충청남도교육청 교육연수원장을 끝으로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엔 퇴직하고 2년 동안은 무조건 쉬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김삿갓처럼 전국 곳곳을 떠돌며 여행을 하고도 싶었죠. 그런데 막상 여유로운 시간이 너무 많아지니까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어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강의를 요청하면 열심히 봉사하고 싶다는 유 교장. 조만간 그가 가슴 뛰는 제2의 인생 이력서를 다시 쓸 수 있기를 지켜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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