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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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13>
  • 한지윤
  • 승인 2019.10.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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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이 돌을 던지지 않았어요.”
우선 돌을 던지지 않은 것부터 변명을 하게 되었다.
“그럼, 누가 돌을 던졌단 말이냐?”
“저기, 저 애가요.”
옥지는 유리가 서 있는 곳을 가리켰다.
“저 녀석이?”
그 여자는 옥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더니 더욱 성이 난 듯,
“옳지, 바로 네 녀석이었구나, 그럼 그렇지 애비 없는 후레자식 아니고야 아무리 장난이 심하기로서니 어른이 이고 가는 물동이에 돌을 던질 리가 있겠느냐?”
하고, 유리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이었다.
잘못한 것 없이 욕을 먹는 것도 분했고, 애비 없는 후레자식이란 말을 들었을 때는 더욱 분했다.

“제가 아주머니 물동이에 돌을 던진 건 아니에요.”
“그럼, 어디로 던졌단 말이냐?”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에게 던진 거예요.”
“요 녀석아, 거짓말 말아. 참새에게 던진 돌이 왜 내 동이를 깨뜨렸단 말이냐. 이리 와서 이 깨진 물동이를 보고 내 몸뚱이를 보란 말이다. 내가 거짓말을 하니?”
물동이가 깨진 것은 틀림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돌을 던진 곳이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인 것도 틀림없는 일이었다.
우물가에 참새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니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유리는 분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우물 앞으로 달려왔다.
사실을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세 친구는 유리의 하는 짓만을 바라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틀림없이 참새가 우물가에 떨어져 있었다. 유리는 다시 물이 쏟아진 물동이를 살펴보았다.
“아, 그렇구나.”
유리는 까닭을 알 수 있었다.
돌에 맞은 물동이의 구멍이 옆으로 뚫린 게 아니고 밑이었다.
새를 맞추고 떨어지는 돌이 물동이 속으로 들어가 물동이 밑을 뚫은 것이었다.
일부러 한 일은 아니지만 유리가 던진 돌이 물동이를 깨뜨린 것은 사실이었다.
유리는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욕먹은 것은 분한 일이지만 자기가 던진 돌이 물동이를 깨뜨린 것이 사실이니까 잘못하지 않았다고 버틸 일이 못되었다.

“잘못했습니다. 아주머니!”
유리는 진심으로 잘못하였다고 사과했다. 참새를 맞춘 돌이 공교롭게도 여인의 물동이 속으로 떨어져 이렇게 됐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화가 나는 일이지만 성을 풀어야 될 여인이었다. 그런데 여인은 노기를 풀지 않고, 욕설을 계속 퍼붓는 것이었다.
애비 없는 자식이라 배운게 없어 못된 장난만 치고 다닌다고 욕설을 마구 퍼붓는 것이었다. 어머니에게 호소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유리는 집으로 달려가 어머니 무릎에 매달렸다. 아버지가 졸본 부여에 있다니 그리로 찾아 가자는 것이었다.
여기서 천대 받으며, 욕먹고 살지 말고, 활도 마음대로 쏠 수 있는 아버지가 있는 그곳으로 가자고 떼를 썼다.
동부여에서 몸을 빠져 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위태한 것인지 모르기 때문 이리라.
예씨 부인의 입에선 한숨만이 흘러 나왔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유리야!”
예씨 부인은 유리의 등을 쓰다듬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를 찾아가요. 애비 없는 자식이란 욕먹기 싫어요.”
유리도 울먹이며 어머니에게 하소연 하듯 말했다.
“나도 가고 싶다. 당장이라도 가고 싶다.”
“아니, 어머니! 우리 아버지가 임금이라고요?”
“그렇다, 고구려란 나라를 세우시고 임금이 되셨단다.”
“그런데, 아버지한테 가지 않고 왜 여기서 살아요. 찾아가요. 당장이라도 아버지를 찾아가요. 네. 어머니!”
“안 된다. 지금은 너의 아버질 찾아갈 수가 없단다. 첫째는 이 곳을 빠져 나갈 수가 없고, 둘째는 네가 찾아야 할 물건이 있어서 지금은 못 간다.”
“왜 이곳을 빠져 나갈 수가 없어요?”
“이 나라 사람은 다른 나라로 마음대로 못가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음대로 이 나라로 돌아올 수가 없는 법이란다.”
“그럼, 몰래 빠져 나가죠, 뭐.” <다음호에 계속>

<이 소설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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