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아이를 전화 한통화로 5분만에 찾아내는 이가 있다. 이미 홍성에서 '철이삼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청로회 이철이(51‧사진)회장을 만나 그가 말하는 진정한 봉사의 참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 시각장애인이 살고계신 곳을 방문하니 그분이 울고 계셨습니다. 이유인 즉 30여명의 중학교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왔다 간 후 숟가락, 빗자루 등 자신이 평소에 놓아둔 자리에 없는 물건들을 찾느라 너무 힘들어 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봉사수혜자를 배려하는 마음 없이 형식적인 봉사를 하고 갔기 때문입니다."
그는 청로회 쉼터의 아이들에게 민화투를 가르친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청로회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수혜자 중 다수의 독거노인들을 위함이다.
"갈산에 손버릇이 안좋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부모가 쉼터에 그 아이의 선도를 부탁해 아이와 부모 모두 봉사활동을 나가게 했습니다. 92세 독거노인 집을 찾아가 3일동안 민화투를 치도록 했죠. 첫날 머쓱해 하던 아이가 3일 되던 날 봉사일지를 쓰는데 이번 봉사활동이 끝나더라도 할머니를 자주 찾아뵈어야겠다고 하더군요."
평소 그는 아이들에게 의무적인 봉사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천에 7살짜리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백혈병의 합병증으로 눈까지 실명한 불쌍한 아이였습니다. 아이의 첫마디가 '엄마, 돈 안주고 가도 되니 사진 좀 그만 찍으라고 해줘' 였습니다. 그말을 듣는 순간 아찔했습니다."
얼마 전 어느 단체에서 나와 돈 20만원을 주고 사진 8장을 찍어갔다고 한다. 아이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다른 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철이 회장이 그 단체에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물으니 근거자료를 남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봉사의 참뜻을 모른 채 단순히 행정적이고 형식적인 봉사는 수혜자들로 하여금 되려 아픔이라고 말한다. 봉사란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가 행복해야 참의미를 되살릴 수 있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쉼터 1기생아이가 삼촌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된다며 백 만원을 넣어 주더군요. 때마침 우리 아이들 3명이 교복을 사야했는데 잘됐다 싶어 최고로 좋은 교복을 사줬습니다. 그러고 나니 1000원이 남더군요. 남는 돈으로 아이스크림 사먹었습니다(웃음)"
단돈 천원의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어느 보약보다도 더 힘이 난다는 그에게서 마음속 깊은 곳부터 따뜻한 무언가가 온몸을 데워오는 느낌이 든다. 그와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는 남을 압도할 만한 대단한 어휘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그의 삶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