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결의 잔잔한 숨결을 느껴야 서각예술을 할 수 있지요”라며 그윽하게 전시되어 있는 한 작품 한 작품을 눈여겨보고 있는 이가 있다. 서각전시회가 열리는 홍성도서관 전시실에서 만난 경산 김종일(68) 한국서각협회 충남지회장.
“서각예술은 못 쓰는 나무를 잘 활용해 뜻과 마음에 맞는 글씨를 쓰고, 나뭇결을 살려 광을 내고 칼과 망치로 혼신의 마음을 새기는 것”이라며 “좋은 나무에 좋은 시, 좋은 글을 실어 마음으로 새기는 예술이 서각예술입니다.”
김 지회장의 서각예술 예찬은 끝이 없다.
“서각예술은 양식면에서 전통서각과 현대서각 두 종류가 있는데 옛 선현들의 글씨를 그대로 음각 또는 양각, 음양각, 음평각 등의 새김법으로 새기는 것이고 거기에 먹물을 칠해 전통서예의 참맛을 더하는 것이라면, 현대서각은 전통서각에 색과 구상을 더해 다양한 형태로 변용시킨 것”이라며, “나이가 든 사람은 전통서각을 젊은 사람들은 현대서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무엇보다도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김 지회장은 장강 변수길 서예가로부터 15년전 전통서예를 배웠고, 1993년 정지완(전 충남서각협회지회장) 씨의 소개로 서각예술을 접하게 된다. 김 지회장은 서각예술의 참 즐거움을 느낀 후 서각작품들을 꾸준히 창작해 지난해까지 예술대전, 미술대전, 서각대전에서 입선과 특선을 차지하게 된다. 특히 올해 4월 제24회 대한민국종합미술대전에서는 종합대상과 초대작가대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또 올해 초 한국서각협회충남지회장을 맡아 충남서각예술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애쓰고 있다.
김 지회장은 지난해 홍성서각지부 회원들과 함께 ‘시와 나무의 만남전’ 전시회를 열어 서각예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번 ‘제6회 충남 서각예술 대제전’ 전시회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서각예술의 아름다움과 깊은 멋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 지회장은 “이번 전시회에서 홍성서각지부는 충절의 고장답게 매죽헌 성삼문, 만해 한용운, 백야 김좌진, 고암 이응노 화백 등의 지조를 표현하며 그들이 남긴 시와 글을 지역의 예술로 그려냈다”며 “홍성의 인물과 자유소재 창작을 적절히 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평하고 “오는 11월경에는 매난국죽의 사군자를 형상화한 서각작품을 지역주민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한다.
김 지회장은 “서각은 나뭇결을 볼 줄 알고 다룰 줄 안다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예술”이라며 많은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죽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서각예술을 “앞으로도 보는 이들이 나무에 새긴 깊고 아름다운 글귀를 더욱 공감할 수 있을 만큼 휼륭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다시 전시된 작품으로 발걸음 옮기는 김종일 지회장의 뒷모습에 또박또박 아름다운 글귀가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