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근심은 날리고 희망으로 가득 채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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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 근심은 날리고 희망으로 가득 채우길…
  • 이은주
  • 승인 2010.02.1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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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맞이 풍경]
우리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다. 어린 시절 새 옷을 입고 온 가족들이 한데 모여 차례를 올리고 세뱃돈을 받고 떡국을 먹고 윷놀이를 하던 그런 겹경사를 맞았던 추억 가득담긴 설. 경기침체로 인해 예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지만 그래도 설은 여전히 기다려지는 즐거운 명절이다. 설날을 닷새 앞두고 지역 내 다양한 설맞이 풍경을 담아봤다. <편집자 주>

▲ 광천장이 열린 지난 9일 노점상 할머니가 흥정 끝에 1000원을 거슬러 준다.

아련한 기억 속의 설 명절은 떡 방앗간에서 시작된다. 날이 채 밝지 않은 어둑어둑한 새벽녘 방앗간 기계 돌아가는 소리는 설이 며칠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행복한 소리였다. 떡 기계가 끝 모를 떡 가락을 뱉어 놓는 모습은 왜 그리 신기하던지.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가래떡을 광주리에 가득 담아 힘들게 들고 오는 길은 왜 또 그리 설레던지. 하지만 어느 순간 방앗간에서 가래떡 한말은 지나간 옛말이 되었다. 부모님과 함께 2대째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영순(40) 씨는 "요즘은 대부분 떡집이나 마트에서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서 먹기 때문에 예전 같이 쌀을 가지고 와서 기다리면서 가래떡을 빼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며 세월이 지나면서 설 명절 떡집 풍경도 달라졌다고 아쉬워 한다.

▲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가래떡이 군침을 돌게 한다.

광천장이 열린 지난 9일, 시장 밖 한 켠, 집에서 손수 기른 채소와 곡식을 들고 나와 노점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노점상 할머니들의 손이 매서운 날씨로 인해 빨갛다. 하지만 낼 모레 고향을 찾을 자식들과 손주들의 설빔으로 양말이라도 한 켤레 씩 안겨주고 싶어 지나는 이들을 연신 불러 세운다.

▲ 설 대목이라 한껏 기대했던 시장 상인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시장 안도 매한가지, 예전만 못하지만 대목인 설 특수를 한껏 기대했지만 경기침체로 별다른 특수를 보지 못해 수심 가득한 상인들의 얼굴과 과일, 야채, 생선, 건어물 등 설 젯상에 올릴 제수용품 가격이 너무 올라 지갑열기 무섭게 미끌어져 나가는 돈 값어치에 한숨만 나오는 주부들의 얼굴이 교차된다.

▲ 명절에 쓰일 동태포를 뜨는 상인의 손길이 분주하다.

30여 년간 생선가계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장모(67) 씨는 "매출이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보다는 낫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명절은 명절이다. 평소에도 오늘 만 같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는다.

▲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상인의 후덕한 인심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

이연옥(58․담산청과) 씨는 "제수용품은 꾸준히 판매되고 있지만 설 선물용 과일이 안 팔려 매출이 지난해만 못하다"고 말하지만 설 제상에 올릴 과일을 사러 나온 할머니에게 사과하나를 덤으로 올려주는 인심은 잊지 않는다.

주부 김 모씨는 "재래시장이 주차하기도 힘들고 이용하는데 불편하지만 대형마트보다는 더 싸고 많이 주는 것 같아 시장을 찾는다"며 "제사에 쓸 과일과 제수용품을 최대한 간소하게 차릴 만큼 구입하려 한다. 조상님도 이해해주실 것"이라며 허탈해 한다.

▲ 타국에서 맞는 명절, 친구들이 있어 쓸쓸하지 않다.

시장을 둘러보던 중 특별히 기자의 눈에 띄는 두 사람이 있다. 설 명절을 맞아 장을 보러 나온 팜반장(25․베트남) 씨와 버번하이(25․베트남) 씨이다. 지역 내 기업체에서 근무한다는 두 사람은 설 명절에 대해 아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설날 잘 알고 있다. 고향에 못가서 아쉬운 마음을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 먹으며 즐겁게 지낼 것"이라며 장에서 구입한 감자, 당근, 파 등을 기자에게 보여준다.

"항상 이맘때가 되면 우리 가게 뿐 아니라 설에 입을 한복을 장만하러 몰려드는 사람들로 가게가 북적였다. 직원을 대 여섯명씩 두고도 주문한 사람들의 한복을 짓지 못해 며칠씩 밤을 꼬박 새웠을 정도로 바빴다." A주단의 대표인 김모(56) 씨의 말이다. 예전 같으면 설빔을 장만하려는 손님들로 넘쳐났을 한복집은 아름다운 선과 함께 색색이 고운 빛을 내는 한복만이 주인과 함께 가계를 지키고 있다. 갈수록 보기 힘들어지는 설날의 한복 풍경. 언젠가는 김 씨의 희망처럼 한복이 없는 설이 아니라, 설 속에 색색으로 아름다운 우리 한복이 되살려지기를 바래본다.

▲ 죽림마을 11가구가 정성스레 만든 전통한과는 그 인기가 제주도까지 알려져 밀려드는 주문량에도 주민들은 싱글벙글이다.

명절이 되면 의례 떠올려지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전통한과이다. 죽림마을 주민들이 마을공동작업장에서 죽림마을에서 생산한 찹쌀로 전통방식 그대로 만든 한과는 그 맛을 한번 맛본 사람들은 절대 잊지 못한다. 설 명절을 맞아 전국각지에서 밀려드는 주문량으로 마을 주민들은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하다. 황선항 이장은 "평소보다 10배가 넘는 주문량으로 주민들이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한과를 만들고 있다. 몸은 고되지만 맛으로 인정받아 주문량이 늘수록 주민들은 힘이 솟는다"며 밀린 주문으로 인해 직접 배달하기 위해 나선다.

▲ 은하우체국은 밀려드는 김 주문으로 일손이 부족할 지경이다.

이렇듯 지역상품의 주문이 늘수록 함께 바빠지는 곳이 있다. 바로 택배이다. 은하우체국은 광천 재래 김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넘치는 주문으로 김항식 우체국장까지 나서 부족한 일손을 돕고 있다. 김항식 우체국장은 "설 대목을 맞아 주문량이 평상시 20건에서 8000건 정도로 늘어 주문량을 감당하려면 누구든 손을 보태야 한다"며 분주히 움직인다.

▲ 설 연휴기간 의료원 응급실은 평소 두 배 가까운 환자들로 연휴 전쟁을 치른다.

설 연휴기간 눈코뜰새 없이 바쁠 의료원 응급실 또한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돈다. 응급실은 병원 중에서도 가장 바쁘고 뛰어다니는 일이 일상인 곳이지만 특히 명절이 되면 평소의 두 배 가까운 환자들을 간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명절 연휴에는 먹을 음식들이 많다보니 장염이나 배탈 등으로 오는 환자가 많다고 한다. 간호사 9년차 이혜주(31) 씨는 "단 한 번도 명절 때 오랜만에 본 친척들과 서로 사는 얘기 한 번 못 나눴지만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한 이상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웃음 짓는다. 갑자기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치료받고 웃는 모습으로 병원을 나갈 때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는 이혜주 간호사는 󰡒명절에 음식 준비를 형님께서 혼자 하신다. 그게 제일 맘에 걸리고 죄송하다󰡓라며 환자를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년 새해 첫날 떡국을 먹음으로서 한 살 더 먹는 다는 말로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고도 한다. 경인년 새해에는 이웃 간 베풀면서 서로 주고받는 덕담 속에 가족 모두의 건강과 희망을 담아 전할 수 있는 설 명절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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