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촌스럽지만 내 좌우명은 실행, 지성, 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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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촌스럽지만 내 좌우명은 실행, 지성, 계일"
  • 전만수 본지자문위원장
  • 승인 2011.01.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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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인천광역시 부교육감
평소 알고 지내는 터라 같이 점심을 하고 집무실을 찾았다. 앞쪽 벽에 852학교(유치원 373교포함), 44만여 학생, 2만3000여 교사의 인천시교육청 현황표가 걸려 있다. 왜 대학은 없느냐고 물으니 각 시ㆍ도 교육청은 고등학교까지만 맡고 대학은 교과부에서 직접 관장한다고 한다. 누구나 교육에 대해 쉽게 말하지만 실제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로 아는 처지라 공식적인 질문 답변이 어려웠지만 먼저 몇 가지 교육현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지금 초중등교육 분야를 맡고 있는데, 교육행정전문가로서 이 분야에서는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지?
"사회가 요구하는, 그래서 필요한 교육과 실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일치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실제 고학년으로 갈수록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으니, 시대가 요구하고 있고 또 장래에 필요한 창의성이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는 그런 교육을 시키기 어려운 현실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나친 교육열이 대학입시를 과열시키고, 사교육을 유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큰 문제지요. 대학입시는 학업성취도 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것에서 적성이나 발전 가능성, 잠재능력 등을 보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입학사정관제의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아직 준비가 미흡한 것이 현실입니다. 점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교육 문제는 우리의 국민의식이고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제도나 정책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설마 하시겠지만 우리는 빨리 변하지 않습니까? 의식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면 금방 바뀔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질적인 면에서 학교교육이 사교육 보다 낫다면 사교육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좀 더 열정을 갖고 열심히 가르쳐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이 부교육감은 이곳에 부임하기 전 부산대학교 사무국장으로 근무했다. 필자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대학교육을 말하면 보통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국가 경쟁력과 대학경쟁력은 동전의 앞 뒤 면과 같습니다. 그 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기초, 원천기술은 이전이 어렵고 그 나라 안에서 그것도 대학이 개발하여 제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나라가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그간 대학교육에 투자를 확대하여 지금은 경쟁력이 다소 올라가고 있습니다. 작년 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대를 비롯한 5개 대학이 200위권에 진입했습니다. 투자 확대보다도 더 시급한 것은 대학이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는 자율경영체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특성화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국가가 국립대학 법인화나 국립대학예산회계법 제정을 서두르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필요한데도 잘 추진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교직원의 신분상의 불안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학현실을 놓고 볼 때 국립대의 총학장 직선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민주화과정에서 일반화됐으나 선거과정에 있어서의 역기능이 너무 크다"고 진단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한 견해는?
"정치 이슈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재정은 우선 시급하고 투자 가치가 큰 곳에 써져야 합니다. 각 자치단체마다 재정 여건이 다 다르다고 봅니다. 재정이 허락하는 선에서 지자체에서 주민의견을 수렴하여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시의 경우 금년에 초등 3~6학년을 실시하는데 시의회에서 후반기부터 1~2학년까지 실시하라고 예산을 일부 추가 편성했습니다. 서로 협의하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체벌금지'에 대한 견해는?
"개인적으로는 체벌을 반대합니다. 극단적인 경우라도 체벌을 동원해야만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은 교사의 노력 부족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허용 여부를 국가나 자치단체가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학교 자율화와 방향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자율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부교육감은 학교 자율화에 대하여 그것이 필요한 이유를 추가로 설명했다. "교육도 세계적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교육의 경쟁력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데 있습니다. 다소 이론적이지만 획일화된 교육으로는 그런 인재 양성이 어렵습니다. 학교단위로 자율화가 이루어질 때 교육이 다양해지고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합니다. 그런 체제에서 창의적 인재가 양성되고 교육이 경쟁력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체벌 여부를 포함한 학생지도 문제도 이런 큰 틀에 따라 학교단위에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교육감 선거가 '로또 선거'라는 등 많은 얘기가 있었다. 교육감 직접 선거에 대한 의견은?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정당정치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개별 후보에 대한 판단이 어려우면 지지 정당에 투표를 하지요. 그런데 교육은 헌법상 정치적으로 중립을 요구하고 있고, 교육감후보자는 정당에 가입할 수도 특정 정당의 지지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국민 개개인이 무슨 방법으로 교육감 후보자를 알아서 선택할 수가 있겠습니까?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입니다. 요즘 러닝메이트제가 논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직선제을 폐지하고 각계를 대표하는 다수로 구성되는 교육감추천위원회 같은 것을 시도의회에 두어 그곳에서 여러 절차를 걸쳐 후보자를 추천하고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훨씬 경제적이고 더 능력 있는 사람을 뽑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의 후퇴로 간주되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요."30년을 교육행정가로 봉직하면서 축적된 내공의 깊이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교육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교육은 부모의 관점(부모의 욕심과 대리만족 대상)에서 이루어지면 곤란합니다. 가장 행복한 삶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교육도 그런 관점에서 학생의 적성과 소질, 그리고 능력에 맞게 선택되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능력이 못 미치는데 사교육 등으로 부풀려 놓으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사는 격이 되지요.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적성에 따른 진로 선택과 개인의 능력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부모의 교육열을 부러워하는 발언과는 상반되는 견해가 아닌가를 물었다. "그건 미국 부모들이 자녀들을 교육시키지 않으니까... 문화가 그러니까 부모들의 관심을 촉발하기 위한 것이라 봐야지요. 우리나라도 언제 그렇게 변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고향인 충남에서 2005~6년 2년 가까이 부교육감으로 재직했는데, 그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은?
"글쎄 그렇게 힘들었던 일은 없었던 같고 고향이어서 그런지 교육감님은 물론이고 직원 모두가 잘 대해 주었습니다. 직원들과 융화가 잘 되어 아주 즐겁고 보람 있게 일했습니다. 고향 도의 교육에 일조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덕분에 시도교육청 평가에서도 일등을 하는 등 아주 성과가 좋았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성장과정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 주시지요?"라는 질문에는 난감해 하며 그동안 정리를 위해 써놓은 것이 있는데 그 안에 다 있다며 그 중 일부를 프린트해 주었다. 다음은 그 원고를 보면서 필자가 발췌를 해 대신 정리한 것이다.

이종원 부교육감은 초등학교 때까지는 넉넉한 가정형편에서 남부럽지 않게 지냈으며 장난이 심했다고 했다. 중학교 진학 후 가세가 어려워지면서 성격이 내성적으로 바뀌었고 뭔가 성취해야겠다는 집념, 목적지향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런 집념과 고집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고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 인생을 '2등(재수)인생'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등으로 만족한다는 것이 아니라 1등을 꿈꾸며 노력해 왔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 실제로 이 부교육감은 고등학교 입시에서 낙방하고 한 해를 묵어 홍성고에 다녔고, 1등으로 졸업했다. 대학도 재수로 들어갔고 행시도 처음에 낙방을 했다. 원고 초안에 녹아 있는 그의 달관된 인생관을 엿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구절을 그대로 옮겨 쓴다. 󰡒세상을 잘 살려고 자신을 너무 어렵고 힘들게 하는 것도 이제는 그리 좋아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그는 2등인생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정리했다. "둘째면 어떠냐 싶고 차라리 첫째가 아니고 둘째, 셋째로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 할 것 만 같다." 필자의 눈으로 보는 그는 지금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보였다.

이 부교육감은 "조금은 촌스럽지만 내 좌우명은 '실행, 지성, 계일'이다."라고 적고 있다. 마음먹은 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 가장 어려워 실행을 맨 처음으로 정했다고 했다. 지성(至誠)은 하는 일에는 성심, 성의를 다한다는 것이고, 계일(戒溢)은 모든 일, 행동에 있어 차는 것, 넘치는 것을 경계하라는 것으로 공직을 수행하면서 항상 지키려 노력했다고 했다.

앞으로의 인생설계는?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교육계에 몸담았으니 국가 교육발전을 위해 계속 일했으면 하는 소망...., 둘째 아이가 행정고시를 합격 했는데 교육직렬을 선택했어요. 자식 눈에 아버지가 그래도 괜찮게 살았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그리 생각하며 위안도 얻었지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교육행정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어쨌든 교육 쪽에서 무엇인가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광역시 부교육감은 1956년 홍성군 갈산면 대사리에서 태어났다. 갈산초(48회), 갈산중(18), 홍성고(29), 한양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아이오아 주립대에서 교육행정학 박사학위(2000년 12월)를 받았다. 1979년 대학 4학년 때 행정고시(23회)에 합격하여 교과부에서만 31년째 재직 중이다. 청와대 행정관(민정),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총괄과장, 총무과장, 서울교육청 기획관리실장, 충남도 부교육감,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정책기획관, 교육자치기획단장, 부산대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가족으로는 작가인 부인과 슬하에 1녀 1남을 두고 있다. 부인 이용인(53)씨는 동향인 결성면 태생으로, 1998년과 2005년에 각각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수필가이며 소설가다. 2010년 5월에 현대문학지에 장편소설이 당선됐다. 딸 채우(25)는 서울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성장학생으로 MI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아들 시우(23)는 연세대에 재학 중이며, 지난해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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