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조형물' 정체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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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조형물' 정체는 무엇?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1.04.01 14: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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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물과 벽화로 치장한 명동거리를 걷다


지난 2006년에 출범한 '공공미술추진위원회'의 활동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 각종 재단들이 앞다퉈 공공공간에서의 미술 활성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의 문화적인 욕구가 점차 높아지면서, 미술과 도심공간이 조화를 이뤄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가 전국적으로 활기를 띄고 있다.


홍성군도 지난 2007년부터 사업비 17억 7400만원을 들여 홍성읍 중심상가인 명동상점가의 기반시설정비사업을 추진한 가운데 전선들과 전주, 가로등을 철거하고 전선을 지중화 했고, 새로 설치한 가로등에 LED조명을 활용해 빛의 거리로 변화시키는 등 명동거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바 있다. 아울러 지난 1월에는 총 사업이 5억 7000여만원이 투입된 명동상가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테마거리 조성을 위해 총 18점의 조형물을 세우고 명동 거리 곳곳에 벽화를 그려 넣는 등, 명동상점가의 활성화 방안으로 '공공미술'을 적극 활용해 왔다. 이 과정에서 지역 내 화가 5인에게 의뢰하여 곳곳에 벽화를 그렸고, 만해거리라는 테마거리 조성을 위해 만해 한용운 선사의 입상이 세워졌다.


난해한 조형물의 위치
하지만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 했다는 이모 씨는 홍성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명동거리 초입에 위치한 만해 한용운 동상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이모 씨는 "한용운 동상이 어째서 마트로 내려가는 좁은 길목에 위치해 있는지 모르겠다며 "홍성군의 문화수준이 그 정도냐"는 쓴 소리를 남겼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명동거리를 찾는다는 이모(22) 양은 "뜬금없는 조각상이라고 생각했다"며 "한용운 입상 앞을 자주 지나다니지만 제대로 의식할 수 없을만틈 특이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거리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진 만해 입상이 '만해거리 조성'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지역의 대표위인을 기리는 조형물 자체의 쓰임에도 한참 벗어나 있음을 말해주는 단적인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명동상가상인회 이홍범 회장은 "명동상가의 기반시설정비사업과 특화사업은 이제 막 첫 단추를 여민 셈"이라며 "만해 동상은 주변도로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지금과는 달리 깨끗이 정비된 장소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 역시 "원도심활성화와 명동상점가 활성화 조성사업이 이제 막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명동상가상인회와 협의 후 외환은행 입구에 설치하려 하였으나 토지주의 반대로 설치를 못하여 현 위치에 설치된 것"이라며 입상의 위치설정에 애초부터 난관이 있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공공미술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시각미술로, 보여 지는 결과를 중요시 하게 된다. 조형물 위치지정의 난관, 거리특화사업의 중간단계라는 관계자의 답변이 만해 동상을 지나치는 수많은 행인에게 들릴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공조형물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명동거리에 놓여진 18점의 조형물들은 각 상점의 입구 가까이 놓여 있어, 마치 각 상점들이 자체적으로 조성해 놓은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공공조형물(만해 한용운 입상ㆍ흉상, 여학생ㆍ책ㆍ여인상ㆍ농부상ㆍ돌고래ㆍ고향 등의 조형물)들 간에 통일성ㆍ개연성이 떨어지고, 조형물에 관한 간단한 설명문구나 안내판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일 것이다. 더욱이 조형물에 대한 사후관리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태로 특히, '여학생'이라 명명된 대리석 조형물에는 검정매직으로 그려진 음란한 낙서가 있음에도 한동안 지워지지 않고 방치된 상태이다. 더욱이 이 조형물은 '여학생'이라는 주제에 부합되지 않게 신체 특정부위가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등 제작목적에도 의심을 품게 만든다.


관리 안되면 흉물
주변 환경과 격리되어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상황은 다만 조형물에 국한 된 문제는 아니다. 명동거리 내 곳곳의 담장과 외벽에 그려진 벽화는 주차된 차들로 거의 대부분이 가려져 있는 상태이다. 더욱이 벽화가 그려진 좁은 벽면에는 간판들이 곳곳에 부착되어 있어, 정작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평이다. 또한 벽화 옆으로 주변공사장의 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가 하면, 쓰레기봉투가 쌓여있는 등 문화거리를 위해 조성된 벽화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이다.


명동상가상인회와 군이 협력하여 명동상가특화사업을 추진한지 갓 세 달째에 접어들고 있고, 공공미술의 특성 상 근시안적인 관점은 지양해야 하지만, 벌써부터 관리미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성군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조형물을 세우고 있고, 건당 수천만원에서 크게는 수십억원을 들여 조형물을 만들기에 혈안이지만, 조형물을 세운 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흉물로 방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군 관계자는 "기반시설정비사업, 특화사업 등 명동상가상인회의 입장을 앞으로도 충분히 수용할 계획"이라며, "상가활성화를 위해 상인회에서 실질적인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는 관리의 책임관계를 넌지시 내비췄다. 또한 명동거리 곳곳의 주차난에 관련하여 군은 명동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탈바꿈하기 위해, 네 군데의 명동상가 진입로에 전동식 차량 차단기를 설치했지만, 각 상가주의 이해관계가 부딪혀 본격적인 시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 없는 거리'가 완벽히 시행되면 벽화를 가리는 주차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민의 삶에 녹아들어야
공공미술은 공적인 공간에 미적 가치가 있는 미술품을 들여다 놓는 수준에서 벗어나 공동체에 주목하고 '공동체의 실현', 즉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어떻게 하면 그들의 삶을 유익하게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한다"는 것이 현 미술계의 담론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홍성군내 명동거리에 조성된 조형물들과 벽화가 얼마만큼 군민의 삶에 개입해 있고, 나아가 홍성군과 명동상가상인회의 바람대로 명동거리를 특성화시키는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번쯤 고민해 봐야할 문제이다.

또한 물품제작이라든지 구매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이미 어쩔 수 없다 해도, 각 조형물의 위치선정과 사후 관리의 책임소재는 군과 명동상가상인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 아울러 각각의 조형물과 벽화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를 가지고 명동거리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각 조형물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부착하고 거리 내 편의시설인 벤치 옆으로 조형물을 옮겨,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며 미술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차 없는 거리'의 시행, 간판 정리, 도로주변정리와 같은 기반시설정비가 이루어진다면, 군과 상인회의 바람대로 주민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활기차고 쾌적한 명동거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이다.

아울러 일종의 동네 야외 미술관의 성격으로 지역주민의 문화의식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면, 지역경제활성화와 주민복지의 향상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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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희 2011-04-01 16:44:59
저또한 느닷없이 세워진 동상에 불편함을 느꼇으며 다니는 사람들의 불평도 들을수 있었습니다. 숨은동상을 찾듯 숨겨진 조형물도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구요...
기사처럼 통일성도 없고 개연성도 없는 조형물과 벽화는 군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앞으로 좀더 체과화된 사업이 필요할듯합니다.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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