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방어인가? 민주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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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방어인가? 민주화인가?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1.04.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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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스스로 세계경찰국가라 자임하고 군사력에 의한 긴장고조는 세계평화를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하다며, 각국의 내정간섭은 물론 각종 전쟁과 분쟁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대외정책은 “악(전쟁)은 더 큰 선(평화)을 낳는다”는 철학적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서양철학에서는 유대인 대학살이나 캄보디아에서의 폴 포트 대학살과 같은 인간행위에서 비롯되는 악을 ‘도덕적 악(moral evil)’이라하고, 지진·질병·기근과 같이 자연으로부터 오는 고통을 ‘형이상학적 악’ 즉, ‘자연적 악(natural evil)’이라고 말한다.

인간사회에 악이 존재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악은 분명히 실존하고 있다. 이러한 악의 존재는 지고지선(至高至善)하고 전지전능하며, 우주를 설계하고 창조했다는 유일신을 신앙하는 유신론자들의 입장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유신론자들은 다음과 같은 궁색한 변명으로 악의 존재이유를 설명한다. 만약 빈곤이나 질병이 없다면 궁핍한 사람들을 돕는 ‘도덕적 선’은 불가능하며, 전쟁이나 고문 같은 잔혹행위가 없다면 그 어떤 성자나 영웅도 탄생되지 않는 것처럼 악은 ‘인간고통에 대한 승리’라는 더 큰 선을 가능케 해준다. 이외에도 색의 조화를 통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미술작품처럼 악은 세상의 조화에 기여 한다는 엉뚱한 논리를 펴는가하면, 인간은 신으로부터 자유의지를 부여 받았고, 인간의 자유의지가 악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어떤 논리든 간에 “악은 더 큰 선을 낳는다”는 논제는 고통을 받고 있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설득력이 없으며, 악을 원인으로 하는 선은 결코 선이 될 수 없고, 작은 악에 대해서도 작은 성자와 영웅들이 수 없이 탄생되어야 한다는 비판을 면할 길 없다. 그리고 지고지선하며 전지전능한 신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는 악설계하고 그것을 통해서 선을 나타내려 한다는 것은 선후의 논리에 있어서 자체적 모순을 가진다.
미국이 이성적 사고에 도저히 부합되지 않는 “악은 더 큰 선을 낳는다”는 논리에 기초하여 외교정책을 펴고 있는 이유는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장악하고 운용하는데 있어서 세계최강이라는 군사력에 기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기축통화란 국가 간 무역에 있어서 결제수단이 되는 화폐를 말한다. 2차 대전이 종결과 함께 일본과 독일의 화폐는 물론 승전국인 영국화폐까지 종잇조각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의 화폐를 보유했던 나라들이 큰 낭패를 당했다. 이때부터 세계 각국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막대한 생산력을 갖추고 있어 부도염려가 없는 미국달러를 결재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달러는 자연스럽게 기축통화가 되었다.

이에 미국은 달러만주면 언제든지 그 가치만큼의 금덩이를 내어주는 태환지폐 정책을 폈으나 70년대에 들어 세계무역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태환지폐의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금덩이 대신 품질 좋은 미국산 제품을 받았으므로 그리 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소련연방의 붕괴이후 소련경제에 의탁했던 공산권국가들이 부도가 났고,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를 통일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미국은 제조업보다는 ‘인수합병’ ‘부동산투기’ ‘곡물과 자원의 매점 매석’ 등 금융장사에 뛰어들었고 국내 생산성에 비해 소비가 급등하면서 경제의 건전성을 잃게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각국의 통화에 대해 절상압력을 넣는 등 무리한 경제정책을 폈다. 뿐만 아니라 달러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 원유결제에 있어서도 가령, 원유가 10% 오르면 달러가치를 10%내리면서 자국의 경제를 방어했다. 물론 여기에서 죽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비산유국들이었다.

이렇게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에 도전하는 새로운 경제공동체인 유럽연합이 탄생하였고, 후세인은 달러에 비해 안정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유로화로 원유대금을 결제하면서 다른 산유국에 비해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산유국들은 원유대금을 달러 외에 유로화로 받는 것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논의대로 산유국들이 원유대금을 유로화로 받게 되면 달러는 더 이상 기축통화의 노릇을 할 수 없게 되고 제조업을 잃어버린 미국경제의 파산은 불가피 하게 되었다. 이에 급해진 미국은 급기야 이라크침공을 감행하여 후세인을 제거하고 원유대금결제를 유로화에서 달러로 되돌려 놓는데 성공했다.

금번 중동사태는 민주화는 명분일 뿐 기축통화를 놓고 미국과 유럽(나토)이 벌이는 전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달러를 방어하느냐, 아니면 유럽의 유로화가 새로운 기축통화가 되느냐에 따라 세계경제의 미래는 달라 질 것이며, 또 다른 경제 강국인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기축통화 싸움에 끼어든다면 그야말로 일대 대혼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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