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회의 피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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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회의 피해자 ‘우리’
  • 황순재(홍성고 2) 학생명예기자
  • 승인 2011.04.2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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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재(홍성고 2) 학생명예기자


지난 4월 7일 카이스트 휴학생 박모(19)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올해에만 벌써 4번째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이다. 대한민국의 수재들만 모아놓았다는 카이스트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카이스트는 원칙적으로 등록금을 내지 않지만 2007년부터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학점의 기준에 미달할 경우 0.01점당 6만원 가량을 내도록 하는 등록금제도를 도입했다. 누군가는 원칙에 의해 등록금을 내지 않지만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는 8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고지 받게 된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자살하는 이유가 돈을 낸다는 자체이기보다는 항상 1등만 해오던 성적에서 누군가는 꼴찌가 될 것이고 그동안 쌓아왔던 자존심이 상하고 게다가 돈까지 벌금으로 내야하니 자살충동을 일으킬 만하다.

뿐만 아니라, 카이스트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대한민국의 수재들이 모인 카이스트라고 하지만 모든 수업을 영어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10일 실명을 밝히지 않은 카이스트 교수가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전 과목 영어 강의 의무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 과학대표 대학인 카이스트가 자국어가 아닌 영어로 100% 학문을 한다는 것은 국가의 수치”라며 “고등 학문을 자국어로 배우지 못하고 외국어로 사유한다면 미개인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넣는 정책과 그런 정책을 반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교에서 일어나는 자살 사건이나 자퇴를 하는 사건이 다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는 초등학교 때부터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우리는 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고 경쟁해왔다.

카이스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경쟁을 하려고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만큼 학생들을 경쟁시킬 생각 대신 학생들에게 얼마나 더 가르쳐줄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정이 가장 중요한데 열정을 깎아내리면서 경쟁만 유도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는 의견이 올라와 있다. 서로에게 경쟁만 유도하는 사회는 능률은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삭막해지고, 학생시절에 가져야할 추억보다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하며 견제만 하는 관계가 더욱 멀어지게 하는 결과가 생길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웰튼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공부만 하고 교칙을 엄수할 것을 요구한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기숙사 내에서 몰래 담배를 피거나 학교의 교훈을 가지고 언어유희하면서 소극적인 저항만을 할 뿐이다. 하지만 키팅 선생님을 만나 각자의 개성을 중요시 하는 진정한 교육에 대하여 알게 되고 시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도 찾아간다. 하지만 키팅 선생님은 닐의 자살과 학생들을 선동했다는 장본인으로 지목되어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키팅 선생님이 떠나는 날, 토드를 시작으로 학생들은 차례로 책상을 밟고 일어서면서 키팅 선생님만의 방식으로 그를 떠나보낸다.

이 때 그들이 밟고 일어선 것은 단지 책상이라는 물체가 아니라 우리를 경쟁으로 몰아넣는 정책과 그런 사회를 상징한다. 그렇게 영화는 끝나면서 관객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 우리는 각자의 개성이 있고,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꿈을 이루지 못하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지 못하게 한다. 사회가 우리를 그렇지 못하게 너무 경쟁으로만 몰아넣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제는 너무 경쟁을 통한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특성을 살린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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