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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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1.04.2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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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가정폭력상담소 하희자 소장


우리 사회가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문제를 가정 내 문제에서 사회문제로 바라보게 된지 20여 년이 흘렀다. 지난 수년간 홍성지역에서 가정폭력문제를 위해 애정과 열정으로 일하고 있는 하희자 소장을 만나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현 사회의 가정폭력 실태와 대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홍성가정폭력상담소는 지난 2006년 10월 문을 열었다. 만남과 헤어짐이 만연한 가족해체의 시대 속에서 불평과 불만으로 증폭되는 가정의 위기를 조금이라도 막아보고자 또는 피해자들이 조금 더 지혜로운 해법을 선택하도록 돕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된 업무가 지금은 교육과 상담 등 다양한 지원 사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하희자 소장은 “우리 상담소에서는 일단 가정폭력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합니다. 폭행이나 상해 등으로 상처를 입었을 경우 의료원과 협약을 맺어 무료로 진료를 받게 하구요, 무료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하여 이혼청구소송 등을 대행하거나 법률적인 자문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현재 홍성군에는 없지만 피해자가 원하는 곳의 보호시설과 연계해 주기도 합니다”며 상담소에서 하는 주된 업무에 대해 먼저 말문을 열었다.
현재 홍성가정폭력상담소에서는 일 년에 20건 정도의 소송지원, 10건 정도의 보호시설 연계, 전화나 내방 등 상담지원 업무는 800여건에 이르고 있다.

‘가정폭력’이라 하면 ‘매 맞는 여자’를 떠올리기가 쉽다. 그러나 하 소장은 피해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밑바닥교육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양성평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현재 어느 정도 체계적인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가정폭력 문제는 다소 경시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어려서부터 몸에 익히게 된다면 나중에 성인이 되어 결혼 생활을 할 때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만나면서 가해자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사회적으로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을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도 가해자가 가정폭력으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단다.

“가정폭력의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해요. 성폭력은 처벌 기준이 강해지고 있지만 가정폭력은 기껏해야 가해자 교육이 전부인 경우가 많아요. 지붕 뚜껑을 열어 보면 저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개인의 상처가 깊은데도 어디 가서 확 풀어놓고 얘기할 곳도 없고 기껏 상담을 하는 게 대부분인데 그래도 상담을 통해 해결은 안 되더라도 속마음을 풀고 가는 것도 고무적입니다. 상담을 마치고 밝게 웃으면서 문을 열고 나가는 분들을 보면 이 일이 정말 필요한 일이란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하 소장은 가정에서의 문제가 결국은 학교폭력, 사회폭력을 일으키게 된다고 주장하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예방교육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예전 어느 고등학교 선생님은 학교폭력을 일으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모들까지 함께 성격유형검사를 해서 가정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었습니다. 참으로 긍정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하며 그만큼 가정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또한 요즘은 다문화 가정의 상담이 늘고 있어요. 사실 이주 여성 같은 경우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 대부분 이미 이혼이라는 결론을 내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따라서 하 소장은 다문화센터나 복지관 등 홍성군내 여러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공동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상하게 홍성 지역은 기관 대 기관의 정보 공유가 쉽지가 않아요. 서로 연계하여 사업을 실시하면 여러 모로 보탬 되는 일이 많을 것 같은데도 네트워크 형성이 잘 안 되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라며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홍성가정폭력상담소에서는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디어를 통한 양성교육을 실시할 뿐만 아니라, 노인들을 대상으로도 생애주기별 노인기 양성평등의식 교육과 웃음치료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여성들의 역량강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는데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각각 12회로 구성하여 여성들에겐 역량있는 내실을 기하게 하고 아이들에겐 미술치료나 독서치료 등 자아존중감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는 얘기가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라도 폭력은 안 됩니다. 아직도 시골 어르신들 중에는 며느리가 맞으면 맞을 짓을 했나 보다고 생각하고, 딸이 맞으면 사위 그놈이 죽일 놈이라며 분노하곤 합니다. 이제는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남성이 변해야 합니다. 부모 탓, 환경 탓 이전에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도록 해야 하고 여성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합니다. 자기 이해가 없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 없는 것이지요”

하 소장은 한 사람이 변하면 많은 사람이 평안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의식교육을 하여 한 사람이 변해 그 가정이 회복될 때 보람이 있다고 말한다.

나 어려운 거 알면 상대방도 어렵다는 걸 알아야 하듯 가정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선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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